[그린경제/얼레빗=안동립 기자]
안동립 동아지도 대표이사는 독도지도를 만들기 위하여 2005년부터 해마다 독도를 방문했고, 올해로 13차 37일간 독도에 머물며 조사하고 취재했다. 그는 언젠가는 독도의 꽃 지도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계절별로 자료를 정리하고 식생 분포 지역을 조사하여 식물의 범위를 그리고 그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답사를 하고 또 했다. 식물을 독학으로 공부하다보니 잘못이 생길까 염려되어 차일피일 미루다 9년이란 세월이 흘러 이제야 독도 꽃 지도를 그려 발표했다. 이에 우리 신문은 이를 5회에 걸쳐 연재할 계확이다. (자료참조: 독도 천연보호구역 학술조사 2004, 자문: 이명호의 야생화) - 편집자 설명 |
2013년 10월 12일 새벽 3시 송내역에서 강릉항으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타러 갔다. 초가을 밤공기가 쌀쌀하다. 그동안 울릉도 가는 배편이 운행하지 않았는데 내일부터 며칠간은 정상적으로 다닐 것으로 예상하여 열댓 명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버스는 영등포구청역-광화문-잠실운동장을 거처 손님을 태우고 강릉 항으로 출발한다. 잠시 조는 사이 13일 아침 7시 20분에 도착하였다.
▲ 글쓴이 안동립 기자
여행사에서 아침밥을 제공하여 식사하고 8시 30분 씨스타 3호를 타고 울릉도로 출항하였다. 지난 7월처럼 되돌아올 수는 없다. 그저 바다의 신이 보호하여 무사히 독도에 가길 빌어본다. 11시 20분 저동항에 도착하여 여행사 차량으로 도동항에 넘어와 포항 배를 기다리니 3시에 김성도 이장이 내린다. 안부를 물으니 "날이 뭐이리노, 12일 만에 집에 간다." 늦은 점심을 같이하고 내일 새벽에 독도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1일 차 : 2013년 10월 14일 월요일 맑음
“언제나 설레는 마음으로 독도 부두에 내린다”
▲ 독도주민 김성도 이장(오른쪽)과 글쓴이
밤새 뒤척이다 일어났다. 여행사에 들러 어제 사둔 물과 짐을 챙겨서 사동항으로 가서, 7시 20분 출발하는 돌핀호를 탔다. 계속되는 풍랑과 태풍으로 일주일 만에 독도 가는 배가 뜬다고 한다. 김 이장이 배를 늦게 타 나의 옆자리에 앉아 동행하였다. 근해는 파도가 잔잔한데 독도 부근은 어떻지 약간은 근심이다. 일기 예보를 보니 내일부터 또 두 개의 태풍 영향으로 바다가 거칠어질 것 같아 걱정된다.
독도에 9년을 다녔는데 언제나 설레는 마음으로 부두에 내린다. 김 이장이 서도로 건너가서 아침 먹으라고 빨리 보트를 타라고 하신다. 하늘과 바다를 보니 내일부터는 파도가 심해질 것 같아 오늘은 동도를 조사하고 저녁때 넘어가야 할 것 같아. "아제 먼저 넘어 가소"하니 "그래라 오후에 내려 온나" 한다. 아주머니가 보고 싶었지만, 기상 상황을 우선으로 판단해야 한다.
“천만 송이의 해국 잔치가 벌어진 독도”
▲ 해국이 동도를 뒤덮고 있다.(왼쪽), 독도 마루 부근의 해국
▲ 천장굴이 모두 꽃밭이다.(왼쪽), 망양대 절벽에 핀 해국
▲ 땅채송화 무리(왼쪽), 무리지어 자라는 해국(가운데), 동도 모두가 해국 천지
▲ 해국은 무리지어 자란다(왼쪽), 해국이 참 예쁘다(가운데), 영토비석 앞 골짜기
일 년 만에 동도를 오른다. 바닷가에 가까운 곳 바위에는 땅채송화가 파릇파릇 붙어서 잔뜩 자라고 있다. 2~30m쯤 올라서니 눈에 보이는 조망권에 모두 하얗고 연분홍 핑크빛 해국이 사방에 피어있다. 망양대에 올라서니 수직 바위벽에 해국이 달라붙어 잔뜩 피어있다. 올해 독도가 무척 가물어 잘 피나보다. 잡초들의 키가 예년보다 절반 정도 자란 것 같고 그 분포도 미약하다. 다행히 해국의 식생은 더 돋보인다.
경비대 앞에서 놀던 삽살개가 필자의 눈치를 보며 피한다. 동도 정상에 있는 헬기장은 서도를 조망하는 곳으로 이곳에서 바라본 모든 곳에 해국이 활짝 피었다. 어림잡아 천만 송이의 꽃 잔치가 벌어졌다. 아름다운 해국이 저마다의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 치듯이 하얀 꽃봉오리를 고추 세우고 노란 수술에 향기를 내뿜으며 잔치를 벌인다. 멀고 험한 동해 한가운데 거친 파도와 세찬 바람 짠 해풍을 견디어내고 이렇게 아름답게 국화가 피어나다니, 어디 인간의 힘으로 이렇게 멋진 꽃 잔치를 벌일 수 있나 천상의 화원 낭떠러지 바위 절벽에 핀 해국을 나 혼자 앉아 멋진 꽃 잔치를 구경하자니 감격에 젖는다.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지만 사진 전문가가 아닌 내 솜씨로는 이 멋진 광경을 다 담을 수 없어 무척 안타깝다. 해국 만개 시점을 잘 맞추어 취재 와서 감사한 마음이다. 나침반으로 각도를 재고 지도상에 위치를 그리면서 사철나무와 꽃의 집단 서식지를 조사하면서 한반도 바위 쪽으로 넘어간다.
포대에서 경비대원이 인사하며 위험하니 내려가지 말 것을 권유한다. 필자는 항상 조심하지만 9년을 독도 지형을 답사하다 보니 눈을 감고도 위험한 곳과 안전한 계단을 파악할 수 있으니 구 부두로 내려간다.
한반도바위로 이어지는 계단 주변에는 주로 잘피 종류의 식물이 많은데 가끔 해국과 까마중, 땅채송화, 갯제비쑥이 많이 분포해있다. 중간쯤에 쇠무릅이 자라는데 이 지역은 바다제비의 집단 서식지로 땅을 파고 둥지를 틀어 부화한다. 둥지 주변의 쇠무릅은 끝에 끈적한 갈고리 모양이 수십 개 있는데, 새의 무릎처럼 생겼다 하여 쇠무릅이라 부르는데, 이것이 새의 날개에 달라붙어 새가 움직일수록 날개를 더 죄어와 죽게 만드는 것으로 계단 주변에 2~30여 마리가 푸드등 하고 있으며 이미 죽은 것도 많이 보인다.
▲ 바위 틈에서 자란다(왼쪽), 삼살개와 경비대원(가운데), 잘피과의 식물
▲ 바다제비가 쇠무릎과 사투를 벌인다.(왼쪽), 탈진한 바다제비(가운데), 갯제비쑥
▲ 바위에 새겨진 "유신과업 완수하자"(왼쪽), 위령비 주위에도 해국이 향기롭다.(가운데), 해국이 절벽에 가득하다.
▲ 환상적인 독도의 석양(왼쪽), 바다가 거칠어진다.(가운데), 독도 도로명 주소
안타까운 마음에 날개쭉지에 걸린 쇠무릅을 뜯어주었는데 날개에 이상이 있는지 날지 못한다. 독도에는 두 곳의 집단 서식지가 있는데 서도 물골 가는 길 계단 좌우에도 땅을 파고 바다제비가 집단 서식하며, 주변 식물은 왕호장근, 도깨비고비, 섬괴불나무가 집단으로 있어 바다제비에 큰 피해는 없다.
배고프다. 배꼽시계는 틀림없이 찾아오는구나. 계단 중턱에 쪼그리고 앉아 평소에 먹지 않는 베이글 빵을 먹는다. (독도 갈 때 베이글 빵은 잘 상하지 않아 점심으로 가져온다.) 목이 막혀 물 한잔 들이켜고 계단을 내려선다. 첫섬과 독립문바위가 보이는 구 부두에 내려와 해식된 바위 지형을 자세히 보니 바위 틈새로 땅채송화가 촘촘히 자라고 있으며 그 사이사이로 해국도 예쁘게 자라고 있다.
멀리 동해를 바라보니 바람이 심상치 않다. 점점 크게 불어온다. 서둘러서 넘어가야 한다. 아니면 서도에 갈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예년에는 독도 등대에 들러 인사드리고 다녔는데 마음이 급하여 지나치고 경비대에 들러 물 한 통 얻어서 급하게 부두에 내려오니 김성도 이장이 건너와 계신다. "점심도 안 먹고 배고프제, 배오면 식수를 얻어서 건너가자!" 하신다. 독도의 일몰은 육지보다 2~30분 빠르다. 4시 배인데 너울성 파도에 크게 흔들린다. 바다의 위력을 보여준다. 5시 배는 필자의 어릴 적 고향인 후포에서 출발한 배이다. 고행 배를 망망대해에서 만나니 무척 반갑고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다.
“쿠르릉~ 쿠왕~구르르르~ 쏴아~, 쿠르르르 콰쾅앙~”
▲ 동도 식생조사 현황(왼쪽), 독도주민 김성도 부부와 일년 만의 재회
▲ 거친 파도에 휘청거리는 배(왼쪽), 내 고향 후포에서 출발한 배(가운데), 탐방한 학생들과 사진 한 장
▲ 밤에는 등대가 지킨다(왼쪽), 중풍을 이긴 김성도 씨가 쓴 글씨(가운데), 밤에는 전기 대신 촛물로 버틴다
분주하던 유람선이 모두 떠나고 보트에 몸을 싣고 서도로 향한다. 파도의 너울이 심하여 보트가 밀린다. 서도 부두에도 파도가 많이 밀려온다. 김 이장이 "줄을 꽉 잡아라, 배를 올려놓아야 된다." 나는 부두로 훌쩍 뛰어올라 배를 잡아당긴다. 서도에는 독도관리사무소 직원이 2명 상주하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게 인사하고 크레인으로 보트를 안전한 곳으로 올려 고정한다.
3층 숙소에 올라가니 아주머니가 무척 반긴다. "배고프제, 빨리 안 자라 밥부터 먹어라" "아지메요 건강하신지요." "어디 안 아픈 데 있나. 아파도 우짜노." 일 년 만에 만나니 할 말도 많고 한참을 이야기하였다. 여름에 수박과 물을 보냈는데 잘 받아먹었다고 하신다. 필자가 이 집을 드나든 세월이 9년이라 이제는 친척 집 방문하듯 다닌다. 필자 또한 김 이장 부부가 너무 좋다.
이분들 밥상에는 김치와 채소가 없다. 채소가 없으니 여러 가지 병에 시달린다. 내년에는 작은 텃밭이라도 일구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집 밥상에 김치가 올라오도록 김장 때 보내 드려야겠다. 십여 년간 김치를 같이 먹어 본 기억이 없다.
8시에 갑자기 전기가 나간다. 발전기가 두 대 있는데 고장이 자주나 3시간씩 발전기를 끈다고 한다. 촛불을 들고 게스트룸으로 왔다. 내일 나갈 준비를 대충하고 부두에 나와 바다를 보니 동도 뒤쪽에 어선이 한 척 불을 밝히고 있다. 차가운 밤바다에 등댓불만 열심히 돌아가고, 밤의 독도는 등대가 지킨다. 바람이 세지고 파도가 올라오고 있다. 걱정이다. 숙소로 올라와 이불을 깔고 자리에 누우니 세상이 무너지듯 피로가 몰려온다.
잠시 곯아떨어졌다. "쿠르릉~ 쿠왕~구르르르~ 쏴아~, 쿠르르르 콰쾅앙~" 소리가 등짝을 통하여 연하게 들린다. 난방이 되지 않아 몸을 움츠리며 눈을 떠보니 두시다. 창밖을 보니 구름이 잔뜩 끼었다.
"쿠르릉~ 쿠왕~"소리가 계속 들린다. 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니 주민숙소와 건조장 옆으로 뚫린 동굴이 있는데 바람이 불고 파도가 세지니 동굴 입구에서 친 파도가 밀려오면서 주민숙소 옆으로 빠져나오는 파도소리에 큰 몽돌이 굴러다니면서 구르릉 쿠르르르 소리를 내고 있다. 날도 춥고 어두운 큰방에 혼자 자는데 소리까지 서라운드로 들려오니 몸이 오싹거린다. 쏴아쏴아 도르르 파도소리에 몽돌이 굴러다닌다. 깊은 굴의 울림소리 밤새 도르르 도르르 잠을 설친다. “구르릉 도르르” 그래도 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