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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를 가봤는가, 체 게바라를 아는가?

[서평] 《체게바라를 따라 무작정 쿠바횡단》, 이규봉

   
▲ 《체게바라를 따라 무작정 쿠바횡단》책 표지
[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기자]  혁명을 논하는 자들의 입에선 체 게바라 얘기가 끊임없다. 그가 누구일까? 남미를 구한 혁명가? 그 정도 알 뿐이다. 그렇다고 쉽게 쿠바를 가 볼 수도 없다. 그런데 마침 그 궁금증을 풀어줄 책이 나왔다. 배재대학교 이규봉 교수가 푸른역사를 통해 펴낸 체 게바라를 따라 무작정 쿠바횡단이 바로 그것이다.  

“6세우세만 제시했어도 못 이기는 척하고 타려고 했는데, 1세우세를 양보하지 않은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우리는 약 40분 정도 산길을 걸어 내려와야 하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했다. 택시를 타고 올라오면서 봐서 그런가, 가까이 있을 거라 생각한 버스 정류장은 실제로 꽤 멀리 있었다.” 

이렇게 지은이는 쿠바를 여행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진솔하게 재미있게 털어 놓는다. 심지어는 알콜 알레르기가 있는 부인이 비행기에서 포도주 한 잔 마셨다가 거의 실신 상태에 이르러 지은이가 화장실에서 30분 동안이나 마사지를 해야 했기에 혹시나 하는 다른 승객들의 눈총을 받아야 했던 일까지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남의 나라에 처음 가서야 좌충우돌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혹시 따분할 수도 있는 남의 나라 얘기에 이런 에피소드들을 곳곳에 포진시킴으로써 독자들을 붙들어두는 매력이 상당하다. 

“‘관타나메라는 관타나모(Guantanamo) 출신 시골 소녀를 뜻한다. 쿠바의 독립영웅 마르티가 1889년 발표한 시 <소박한 시>1950년대 <관타나메라>의 가사로 알려졌다.”, “원주민들의 담배 피우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백인들이 후에 점차 그들을 흉내 내기 시작했다. 백인들은 이 담배를 유럽과 중국으로 전해 16세기에는 유럽과 아시아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등의 쿠바 문화 이야기도 들려줌으로써 맛깔나는 책이기를 가능하게 한다 

   
▲ 산타클라라 <체 게바라 기념관> 입구의 기념비

   
▲ 아메리카 원주민의 담배 피는 모습을 그린 삽화. 흡연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성스러운 종교의식이었다.

그런가 하면 책은 쿠바의 사회와 정치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1510년 스페인 정복자 벨라스케스가 관타나모를 통해 섬에 들어가면서 동에서 서로 남에서 북으로 쿠바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이유 없이 원주민들을 살육했다. ‘인디언들은 영혼 없는 동물 같다고 생각한 그들은 원주민들을 가혹하게 다루었다. 정복자들의 침입 후 그들은 폭정을 견디다 못해 많은 수가 자살했고, 그나마 살아남은 사람들조차 스페인 사람이 옮긴 전염병으로 거의 전멸했다.” 

쿠바의 원주민은 왜 사라졌는지, 쿠바에서는 왜 치열한 혁명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해서 쿠바의 점령자가 스페인에서 미국으로 바뀌게 되었는지 등 쿠바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을 흥미롭게 얘기해나간다.  

그런데 지은이 이규봉 교수는 어찌 쿠바를 그것도 자전거로 여행하고 여행기를 쓰게 되었을까? 원래 이규봉 교수는 자전거여행가다. 끊임없이 온 나라는 물론 세계를 여행하며 인문학적 성찰을 해나간다. 그런 결실의 하나가 2011년 베트남을 다녀와서 쓴 미안해요! 베트남이다 

   
▲ 시에고 데 아빌라의 자전거 택시. 평지라 자전거 택시가 많다. 그러나 타기에는 실제 부담이 된다.

   
▲ 모로요새가 바라보이는 말레콘 방파제에서 아무런 사고 없이 완주했음을 기념하다.

그는 수학자이다. 어쩌면 수학자가 사회를 보는 눈이기에 저렇게 정확할지 모른다. 우리는 그의 책을 읽음으로써 그의 정직한 눈을 통해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그는 수학자로서 세상을 바라본 책 수학의 창을 통해서 보다도 펴냈다. 왜 노동운동은 필요한 것인지, 맥주거품은 왜 사라지거나 터지는지, 멜서스의 인구증가 예측은 왜 빗나갔는지 등을 수학의 원리, 수학 공식을 통해 밝혀내기도 했다. 

또 그는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 대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등 끊임없는 사회운동을 통해 수학을 통해 본 정직한 세상을 구현해나가고자 한다. 수학자의 인문학적 성찰. 그는 말한다. “수학은 거짓말을 안 한다.”라고 말이다. 우리는 그를 통해서 아니 거짓말을 하지 않는 수학자의 눈을 통해서 세상을 다시 바라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 아닐까? 

 

살아있는 자를 숭배하는 북한보다 쿠바는 훨씬 잘 살고 있었다.
[대담] 체 게바라를 따라 무작정 쿠바횡단》지은이 이규봉

   
▲ 지은이 이규봉
- 어떻게 쿠바를, 체 게바라를 확인할 생각을 했는가?

체 게바라는 어떤 심정으로 혁명했을까,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같은 생각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래서 체게바라가 오토바이로 여행한 남미을 돌고 싶었으나 너무 멀어 체 게바라가 잠들어 있는 쿠바의 산타클라라에서 만이라도 가서 그를 느끼고 싶었다.” 

- 쿠바를 횡단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말로만 듣던 황폐한 공산주의 나라가 아니라 공산주의 이념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쿠바는 물질적으로 잘 살지는 못하지만 복지가 아주 잘 되어 있고 빈부격차가 적어 행복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쿠바와 북한 두 나라가 닮은 점은 무엇이고, 또 다른 점은 무엇일까?

두 나라 모두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공산주의 체제 1당 독재국가란 면에서는 비슷하다. 그러나 북한은 살아있는 자를 숭배하며 김씨 왕조를 지향하여 폐쇄적이지만, 쿠바는 오직 죽은 자만 숭배하며 개방적이다. 그래서 둘 다 미국의 제재를 똑같이 받고 있지만 쿠바의 인민은 북한의 인민보다 훨씬 개방된 사회에서 잘 살고 있었다.” 

- 이 책을 통해서 사회에 외치고 싶은 말은?

체 게바라는 의사로 중류층 이상의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하여 핍박받는 수많은 민중을 구하려고 애썼다. 그 결과 쿠바는 압제에서 해방되고 많은 인민에게 그 과실을 나누어 주었다. 마찬가지로 지금같이 자본이 더욱 극성을 부리는 사회에서 핍박받고 살고 있는 어려운 서민들에게는 체 게바라 같은 인물을 꿈꾸어 희망을 갖고 또한 각자가 체 게바라와 같은 마음을 갖고 어려움을 극복하였으면 좋겠다.” 

- 이제 다음 자전거 여행지는 어디일까?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베트남이 최종 승리를 거둔 디엔비엔푸를 경유하는 베트남 북부가 될 것이다. 디엔비엔푸는 베트남과 라오스 접경지대로 작은 나라 베트남이 서양의 거대한 나라 프랑스를 물리친 유서 깊은 곳이어서 꼭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