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기자]
“천마총의 높고 커다란 봉분 아래
첩첩이 쌓인 돌무지로 덮인 나무 덧널 속
이 널 안에 잠든 이는
과연 어느 임금일까요?
비록 몸은 남아 있지 않으나
임금의 넋은 서려 있을 테지요.”
국립경주박물관에서 18일 공개한 ‘천마(天馬), 하늘을 날다’ 전시회장에 들어서면 관람객들의 시선을 한눈에 끄는 커다란 나무널(목관)이 전시되어 있고 그 위에는 이름 모를 임금에 대한 추모시가 걸려있다.
▲ 복제한 천마총 출토 목관, 앞에는 묻힌 이에게 바치는 국화꽃바구니를 놓았다.
▲ 금제 허리띠 따위가 들어 있던 목관 발굴 당시를 재현
어느 임금이었을까? 나무널 안에는 임금이 살아생전에 사용하던 왕관을 비롯한 허리띠 꾸미개며 팔찌 같은 황금장식품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육신은 갔지만 변치 않는 황금의 위용은 천오백년이 지난 오늘 날에도 여전히 찬란한 금빛을 발하면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개막 이틀째지만 전시장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천마총 유물들을 보려고 찾아와 열심히 유리 전시관 안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경주 대릉원에 자리한 천마총은 1973년 발굴 당시 신라 고유의 돌무지덧널무덤[積石木槨墳]으로만 추측하고 있었을 뿐, 제대로 된 이름도 없이 황남동 155호분이라는 숫자만이 부여된 무덤이었다. 이 천마총을 발굴하게 된 계기는 일종의 시험 발굴이었는데 1971년에 수립된 경주관광종합개발계획에는 큰 고분을 발굴하여 그 내부를 복원해 공개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대상으로서 황남대총을 선택하였는데 그에 대한 발굴에 앞서, 바로 인근의 규모가 작은 천마총을 시험 발굴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뛰어 넘는 것으로 광복 이후 처음으로 출토된 금관을 비롯하여 모두 11,526점이 출토되었는데, 현재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만도 10건 11점에 이른다.
이 무덤의 이름은 말다래에서 비롯하여 천마총이란 이름을 얻었는데 신라시대의 귀한 그림 자료인 ‘천마’를 그린 백화수피제 말다래[障泥, 말을 탄 사람의 옷에 흙이 튀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말의 안장 양쪽에 늘어뜨리어 놓은 기구]의 발견으로 1974년 ‘천마총’으로 이름 지었다. 그 뒤 1975~76년 무덤 안을 복원하여 실제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유일한 신라 능묘가 되었다. 경주를 방문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 들리는 천마총은 봉분의 지름이 47m이며, 높이는 12.7m에 달한다.
내부에 나무로 덧널(크기 6.6m×4.2m)을 설치하고 무덤 주인을 모신 널(크기 2.15m×0.8m)을 넣은 다음, 덧널 위에 돌무지를 쌓고 흙으로 봉분을 쌓은 구조다. 무덤 주인은 금관과 금드리개, 금귀걸이를 비롯한 화려한 장신구와 금동제 봉황장식 고리자루칼을 차고 있었다. 또한 무덤 주인의 머리맡에 있었던 껴묻거리(부장품) 궤(크기 1.8m×1.0m)에도 온갖 보물이 들어 있었다. 맨 밑에는 큰 철솥과 온갖 토기들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 여러가지 독특한 모양의 칠기류, 유리와 금동ㆍ은ㆍ청동으로 만든 귀한 그릇들, 장식마구 등이 가득 들어 있었다. 천마문 말다래도 이 부장품 궤 안에서 발견된 것이다.
▲ 백화 수피제 천마무늬 말다래(왼족), 죽제 천마무늬 금동장식 말다래(말의 죄우에 늘어뜨려 사람에게 진흙이 튀지 않도록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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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마총에는 이런 덩이쇠들이 껴묻거리(부장품)로 많이 묻혀 있었다. 각종 무기와 도구를 만드는 쇠는 당시 돈이나 재화와 같은 귀중한 것이었다. |
▲ 껴묻거리 가운데는 저런 작은 장군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달걀이 들어 있었다.
천마총 출토품 거의 전부 공개
이번 특별전에서는 발굴한 지 41년 만에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천마총 출토품의 거의 전부를 공개하는데 전시품의 수량은 136건 1,600여점이다. 이 가운데 국보와 보물이 모두 11건 12점(금령총 출토 기마인물형 주자/注子 1점 포함)이 들어 있다. 전시는 도입부를 시작으로 1부 ‘임금(왕족)의 무덤, 천마총’과 2부 ‘천마문 말다래와 장식 마구’ 그리고 종결부로 구성되었다.
천마총 특별전 “천마(天馬), 다시 날다”는 7월 24일부터 10월 5일까지 국립청주박물관에서도 열 계획이다. 화려한 신라문화 그 한 가운데에 있는 천마총, 그 안에서는 천마가 다시 하늘을 향해 날고 있는 것이다.
전시장을 찾은 조민자(47살, 교사, 경주시 황용동)씨는 “학생들과 천마총 유물을 보러 왔다. 황금의 나라 신라의 찬란한 문화를 다시 확인 할 수 있어 기쁘다. 이르는 곳 마다 고대 신라의 역사성이 풍부한 유물유적을 만날 수 있는 경주에 사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 전시장에는 발굴 당시 사진들도 전시해 이해를 도왔다. / 봉토를 걷어낸 천마총(위), 적석을 드러내고 있는 발굴현장(아래 왼쪽), 부장품 궤 발굴 모습
▲ 하나하나 사진을 찍어가며 관람하는 사람(왼쪽), 어머니와 아들이 전시품에 푹 빠져 있다.
“천마(天馬), 다시 날다” 전시회는 6월 22일까지 경주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며 무료관람이다. 전시장을 둘러보고 경주박물관 뜰에 내려서니 노란 산수유꽃이 황금의 나라 신라를 말해주는 듯 활짝 피어 있었다.
<문의>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실 학예연구사 류정한(☎ 054-740-7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