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이윤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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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1000원 정도의 값싼 물건을 파는 가게)에 가보니 '다시백'이 수두룩이 걸려있다. 다시란 일본말 "出し(だし)"에서 온 말로 가다랑이나 멸치 따위로 국물을 우려낼 때 쓰는 말이다.
예전에는 가다랑이(또는 멸치)를 솥에 넣고 오랫동안 끓여 체에 받쳐 국물을 냈지만 이러한 번거로움을 덜고자 부직포로 만든 얇은 주머니를 1회용으로 쓸 수있게 만들어 팔고 있는데 이것인 '다시백'인 것이다.
꼭 멸치 아니라도 찻잎 따위도 넣어 우려낼 때 쓰면 편하지만 이것을 일컫는 말이 딱히 없다보니 궁하던 차에 그냥 일본말을 들여다 쓰고 있는 것이다.
다시(일본말)+ 백(영어) 이런구조다.
일본인들은 말이 궁하면 즉시 만들어 쓰는데 견주어 한국인들은 남이 만들어 놓은 말을 그대로 받아 무비판적으로 쓰는 고약한 취미가 있다.
이는 자기 나라 말글을 사랑하지 않을뿐더러 아예 그런 의식도 없음을 뜻하는 것이다. 더구나 일제강점의 뼈아픈 역사를 겪은 겨레가 광복 이후에도 계속해서 무비판적으로 일본말을 들여다 쓰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는 걸까?
추월(오이코시, 앞지르기), 노가다(도가타, 막일꾼), 대절버스(가시키리버스, 전세버스) , 택배(타쿠하이,택배), 물류(부츠류,물건유통) 따위의 말도 그렇지만, ‘신병을 확보하다’ ‘신병 처리 문제’와 같이 신병(身柄, 미가라) 같은 말도 여전히 대책 없이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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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도 한 시골길에는 지금도 여전히 '노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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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지금은 갓길이라 하지만 얼마 전에는 ‘노견(路肩,ろかた)’이라고 했는데 이 말을 한국말로 고치려면 그 뜻을 분명히 해주어야 함에도 "길어깨'라고 번역하고 있는 것은 부끄럽다 못해 슬픈 일이다.
▲ 노견을 한글로 옮겨쓴 것,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것은 서울 외곽순환도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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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은 그래도 거의 갓길이라 쓰고 있다 |
이러한 무비판적인 일본말찌꺼기는 일제강점기가 아직 청산 안되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은 자기나라 말을 갈고 닦으려고 발버둥 치는데 왜 우리는 이렇게 생활 속에서 일본말찌꺼기를 청산하지 못하고 무비판적으로 쓰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그것은 마치 아래 광고 시절에서 못 벗어 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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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신보 1936년 7월 15일 광고로 '조미료(미원)'를 선전하고 있음, 여행에도 가지고 다니라는 광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