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국악이 따분하고 지루한가? 여기 절대 그렇지 않다고 외치는 이들이 있었다. 서도민요 젊은 소리꾼들과 국악 연주자들이 한데 모여 꾸린 국악그룹 <별악(樂)>이 그들이다. “별악(別樂)”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별다르거나 특별한 음악”이라는 뜻이란다. 그들이 정말 별다르거나 특별한 음악을 할까?
▲ 4명의 서도민요 그룸 <별악(樂)>이 진지하게 소리를 한다. (사진작가 김훈 제공)
▲ 서도잡가 "제전"을 새로운 시각으로 음악을 바꿔 노래한다.(사진작가 김훈 제공)
그에 대한 분명한 답을 그들은 어제 9월 16일 밤 8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내놓았다. 국립국악원 “공감! 젊은 국악” 시리즈의 하나로 열린 “별악과 음악 사이 <그대 그때>”는 맨 먼저 “오늘 날이야”로 신나게 문을 연다. 옷은 한복을 변형한 부담 없는 차림이다.
어! 그런데 두 번째 선보이는 음악 “송가(送歌)”는 갑자기 진지해진다. 그리고 일곱 번 째 음악 <제전- 바람의 흔적>은 더욱 무겁고 뭔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음악이다. “그냥 그 자리에 펄썩 주저앉아 오열장탄(嗚咽長嘆)에 애곡(哀哭)을 할 뿐이지 / 뒤 따를 친구가 전혀 없구려 / 잔디를 뜯어 모진 광풍(狂風)에 휘날리며 / 왜 죽었소 왜 죽었소 옥 같은 나 여기 두고 왜 죽었단 말이오.”라는 가사를 들으며 갑자기 슬퍼진다. 누구나 가슴 속에 다가올 수 있는 그런 비장한 음악이 장내를 숙연하게 만든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음악들은 진지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진지함과 신남이 번갈아 등장한다. 좀체 숨을 돌릴 겨를이 없다. 이런 공연은 쉽게 보기 어렵다.
그렇게 그렇게 청중을 꼼짝 못하게 만들더니 중간엔 객석에서 몇 사람의 청중들을 불러낸다. 엉겁결에 이끌려 나온 청중들은 한 순간에 하나가 되어 한바탕 신명나게 논다. 청중이 공연자가 된 순간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공연은 대중가요 락 공연을 방불케 한다. “소리 질러”, “모두 일어서 일어서”를 외치며 청중과 하나 되는 락 공연의 기법들을 일부 응용해 국악공연만의 느낌을 흠뻑 덧씌운다.
특히 마지막 공연인 “아하? AHA!”에선 객석을 꽉 채운 젊은 청중들이 모두 일어나 몸을 흔들고 환호성을 지른다. 나이가 든 청중들은 차마 함께 일어나진 못했지만 “얼씨구”를 외치며 호응한다. 정악만을 해온 점잖은 어른들이라면 부정적인 느낌을 받을 수가 있겠지만 젊은이들을 국악에 끌어들이는 엄청난 역할을 <별악(樂)>이 하고 있음이다.
▲ 흥겨운 춤사위와 함께 하는 <별악(樂)>(사진 사진작가 김훈 제공)
▲ 공연끝 부분에 “아하? AHA!”는 공연자와 청중이 함께 하는 무대였다.(사진작가 김훈 제공)
이들에게 서도소리를 지도해온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조교 유지숙 명창은 “제자들이 이렇게 성장해서 청중들의 큰 호응을 받는 공연을 할 수 있음에 감동스럽기도 하고 제자들에게 고맙다는 마음이 든다. 특히 <별악(樂)>은 어려움 속에서 그들만이 할 수 있는 걸 끌어내 혼신의 힘을 다해 쏟아내고 있다는 생각에 안쓰럽기도 하다. 다만, 제자들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연에서 전통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분명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도 든다.”라며 감회에 젖어 얘기한다.
이날 공연에 지인의 권유로 보러왔다는 손영주(66, 서울 개포동) 씨는 “국악에 관심도 많고 공연도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 흥겹고 신났던 때는 없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고향 마을에서 풍물을 칠 때 마을 사람들이 춤을 추며 ‘얼씨구’를 외쳤던 것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얼씨구’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이런 정도의 공연이라면 인기 많은 서양음악 공연에 전혀 뒤쳐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 정말 한바탕 흥에 겨운 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청중들은 큰게 손뼉을 쳐 <별악(樂)>을 칭찬했다. 그러나 우리가 큰 손뼉을 쳐주는 가운데서 이 공연이 1부와 2부로 나뉘어 1부에서는 “전통음악은 이것이다.”를 외치고 2부에서는 “젊은이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는 실험적인 음악을 제시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에도 우리는 <별악(樂)>에 매료된다. 그들은 분명한 국악의 맛을 담아내면서도 현대에 맞춰내는 과감함과 세련됨을 갖추고 있었다. 요즘 대학 국악과의 문을 나서는 젊은이들이 많지만 갈 곳이 없어 고생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아직 제 나라 음악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까닭이다.
그런 가운데 이들 <별악(樂)>은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 국악을 전공한 사람들이 찾아 낸 또 하나의 신선하고 새로운 시도였던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