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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리고 우리말

다시 초등학교 한자 교육을 반대한다

세종의 꿈을 무산시킬 것인가?

[그린경제/ 얼레빗 = 홍사내 기자] 지난 9월 25일 언론 소식에 따르면, 교육부 관계자가 “현재 학생들에 대한 한자 교육이 부족해 의미 소통 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2018학년부터 초등 3·4학년 교과서, 2019학년에는 초등 5·6학년 교과서에 한자 400~500자를 한글과 병기하도록 권장하는 교과서 집필기준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현재 중학교(900자)와 고등학교(900자) 교과서에 한해서만 한자를 한글과 병기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이를 초등학교 교과서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500자를 더 가르치면 2,300자를 학교에서 가르치게 되는데, 중국에서는 오히려 2,260자나 되는 한자를 우리가 쓰지 않는 간체자로 바꿔 쓰고 있다.


 과연 초등학생들에 대한 한자 교육이 부족해 의미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근거가 무엇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초등학생이 한자를 써가면서 글을 쓰거나 말을 주고받을 까닭이 없다. 한자 500자를 초등학생에게 외게 하면 어린이에게 또 얼마나 많은 혼란과 사교육 문제가 생길까?


서양의 학교에서도 중세시대에 오랫동안 강요된 라틴어를 교과서에 병기하거나 외게 할까? 로마제국은 천년 이상 서양을 지배하면서, 로마자와 라틴어를 모든 국가에게 주입시켰다. 결국 로마자가 서양 모든 나라의 문자가 되었고, 그들 나라의 말과 글들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라틴어는 이제 더이상 로마 바티칸 시를 제외하면 어느 나라에서도 말하지 않고 배우지 않고 쓰지 않는다. 다만 몇몇 나라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는 가르치긴 하지만 그것이 일상 생활언어와는 무관하다. 우리나라가 한자에 목숨 걸듯이, 어린 학생부터 모든 사람들에게 라틴어를 강제로 교과서에 병기하거나 교육하는 나라는 없다는 말이다.

 

   
 

영어의 50%, 프랑스어의 80%가 라틴어에서 온 말이지만,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라틴말을 의무적으로 교육하지 않으며, 프랑스는 중2부터 선택과목을 개설하고 있는데 중학생이 20%, 고등학생이 4% 미만이 선택한다고 한다.


 세종대왕이 만백성을 위해 만든 우리글 한글은, 매우 과학적이고 발전된 문자로서 세계 최고의 과학자나 지식인으로부터 찬사를 받아왔고, 언어의 구실을 하는 데 아무런 부족함이 없는 거의 완벽한 문자라고 인정받고 있으며, 인류 문화 발명품 중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지 않는가?


그동안 여러 기관에서 한문으로 기록된 문헌들을 해석하고 번역해 내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고, 우리 교육 현장에서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한자 교육을 꾸준히 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한자를 모르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안된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오래된 녹음테이프와 같다. 한동안 노인들이 한자를 모르면 신문도 못읽으니 한자를 알아야 사람 구실을 한다고 했지만, 신문이 한글 전용으로 되니 자연스럽게 한자가 필요 없어지고 읽기도 더욱 쉬워지지 않았는가? 한 나라는 한 가지 말과 문자라야 가장 정확하다. 가능하다면 모든 겨레가 그러하기를 바랄 것이다.


   

▲ 국한문 혼용시대를 지향하자는 것인가?(1923.4.4. 동아일보)


우리도 오래 전부터 한자를 써서 문자생활을 했지만 우리말은 어떤 나라나 겨레의 말에 동요되지 않았다. 중국말과 중국글자, 몽고말과 몽고글자, 일본말과 일본글자. 그들의 말과 글이 우리말에 조금 녹아들긴 하였어도 우리말은 조금도 흔들림없이 여전히 살아 있고, 우리글 한글은 점점 더 활기차게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현재 우리가 읽는 신문, 잡지, 방송, 소설, 전문 도서 등 모든 기록물이 한자 없이도 아무런 어려움 없이 쓰고 읽히고 있다는 것은 한자 병기 필요성을 말끔히 씻어 없애고도 남을 일이다.


한자교육을 반대하는 까닭은 한자를 배우고 익히다 보면 오랫동안 써오던 문자이니 낱말이나 글귀를 한자식으로 좇아가게 되고 한자말에 갇히게 되어, 그만큼 우리 말과 글은 어려워지고 왜곡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말이 설 땅이 줄고, 풍부함이 위축되며, 살리려는 노력이 줄게 되어, 깔보게 되고, 우리말은 죽어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 사이사이에 끼인 한자를 배우고 익히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그것을 모르는 사람과 차별을 짓지 않겠는가?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 그 나라 문자를 알아야 하는건 아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 일부 사람은 공자말씀은 한문으로 가르쳐야 하고, 한글이 없던 때에 생긴 낱말과 글들은 한자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결국 초등학생을 어른들의 논리에 휘둘러 한자 족쇠에 옭아매는 일은 우리 교육의 후퇴이고 현대교육의 목적과 철학에 위배되는 일이다.


한글날을 맞아 우리는 정책당국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교육부는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 방침을 지금 바로 거두라.
하나. 교육부는 교과서 한자 병기 정책 입안 책임자를 처벌하라.
하나. 한자 교육은 지금처럼 중학교부터 실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