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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풀밭의 양떼는 평화의 상징인가?

국립민속박물관 “행복을 부르는 양”전, 2월 23일까지

[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2015 을미년 양띠 해를 맞이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다. 12지신 가운데 하나인 양을 우리 문화에서는 어떻게 보았을까? “양의 모든 것”을 담은 “행복을 부르는 양” 전시회가 서울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오는 2월 23일까지 열리고 있어 다녀 왔다. 양들이 푸른 풀밭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만큼 평화스러운 정경도 없다. 정말 양은 평화를 상징하는 동물일까?

 

   
▲ 전시장 들어가면 양이 동산에서 평화롭게 노는 그림이 보인다.

 

   
▲ 양과 염소의 구분 그림, 위 두줄은 양이고 아래는 염소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먼저 양이 평화롭게 노는 모습의 그림이 걸려 있고, 양의 개념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그런데 가장 궁금한 것은 양띠를 말하는 것이 면양인지, 염소인지다. 정확한 문헌 근거는 없지만 염소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1527년(중종 22) 최세진이 지은 한자 학습서 <훈몽자회(訓蒙字會)>에 따르면 양(羊)은 중국에서 들어온 호양(胡羊)과 면양(棉羊)으로, 염소는 산양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실 호양과 면양은 우리나라에서 키우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12지신의 양은 염소로 보는 게 타당하다. 대한제국의 큰 나라 행사에 쓰였던 깃발의 하나인 “정미기(丁未旗)”에도 면양이 아닌 염소가 그려져 있다. 실제 면양은 우리나라에 20세게 중반에 들어왔다.

 

   
▲ 대한제국 나라의 큰 행사 때 쓰인 깃발로 깃발 위쪽에는 신의 형상, 가운데는 부적, 아래는 염소 머리가 그려져 있다.

   
▲ 옛 사람들이 보던 당사주에도 양이 아닌 염소로 그려져 있다.

우리 문화에서 양은 무덤의 수호자 “양석”으로 등장하고, 12지신에서 남남서쪽을 지키는 방위신이자 늦은 1시 ~ 3시를 가리키는 시간신이기도 하다. 양은 무리를 지어 다니며 양치기에 의해 길들여지는 동물이기에 예부터 온순한 동물로 인식되었다. 또 새끼가 어미젖을 먹을 때는 무릎을 꿇는 버릇이 있어서 순종의 뜻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양의 모습과 습성 그리고 생태는 상서로율 상(祥), 착할 선(善), 아름다울 미(美), 희생 희(犧)와 같은 좋은 의미의 글자 로 반영되었고, 이 덕에 양은 우리 생활문화 속에 길상(吉祥)의 동물로 인식되었다.

 또 양은 속죄양(贖罪羊)이란 말이 있듯이 언제나 희생의 상징이다. 서양에서 사람을 벌하는 대신 희생물로 바쳐졌으며,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도 제사용으로 쓰였다. 특히 양정(羊鼎)이란 제기가 쓰였는데 솥 아래 부분에 양머리로 된 다리가 세 개 받쳐있다. 이 특이한 제기는 꼭 보고 와야 할 전시품이다.

   
▲ 양은 희생을 상징하는 것이다. 양 머리가 솥을 받치고 있는 제기 양정(羊鼎)

 

   
▲ 양은 무덤의 수호신으로 왕릉 등에는 이런 양석이 무덤을 지키고 있었다.

이후 20세기에 들어오면 양털이 옷에 쓰이기도 하고, 상업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백양표 메리야쓰가 그것이다. 그러면서 양이라는 얘기에는 언제나 면양이 등장하고 있다. 서양에서 기독교가 전래하면서 선한 양 착한 목자는 여지없이 면양이다. 하지만, 우리가 12지신 띠로 얘기할 때는 염소여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참고로 올해를 청양(靑羊) 띠라 하는데 청양이란 개념은 예전 황금돼지해가 있었던 것처럼 기업들이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에 지나지 않음을 알 필요가 있다.

 2015년 을미년 양의 해, 여러 가지 상징 가운데서도 푸른 풀밭에 평화롭게 풀을 뜯어 먹는 양의 이미지처럼 지구촌이 전쟁 없는 평화의 해이기를 비손해본다.

 *국립민속박물관 2월 23일까지 “행복을 부르는 양” 전시회

   
▲ 20세기 이후에 나온 양저고리, 안감에 면양 털을 댔다.

   
▲ 을미월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