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사흘 뒤면 24절기 가운데 일곱째인 입하(立夏)로 이때는 한창 찻잎을 따는 시기입니다. 일본에서 발달한 녹차는 곡우(穀雨, 4월 20일) 전에 딴 우전차(雨前茶)를 으뜸으로 치지만, 조선시대 차의 성인으로 불린 초의(艸衣)선사는 '우리의 차(茶)는 입하(立夏) 전후가 가장 좋다.'라고 하였습니다. 원래 쪄서 가공하는 우전차는 신선하고 향이 맑기는 하지만 우리의 전통 덖음차는 입하 때 딴 잎으로 덖었을 때 깊고, 구수하며, 담백한 맛을 내는 차지요. 그렇게 다른 까닭은 두 차가 사촌지간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품종이 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삼국시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래 야생으로 맥이 이어져 온 전통차의 가공방법은 솥에 열을 가하면서 비비듯 하는 덖음방식이며, 그렇게 해서 만든 차를 우려내면 빛깔은 다갈색을 띱니다. 한편 일본 녹차는 우리 차나무가 일본으로 건너가 오랫동안 그곳의 토착화 과정을 거치며 녹차(야부기다종)가 되었는데 쪄서 만드는 증제차고 차를 우리면 연두빛을 띠기에 녹차(綠茶)라 부르는 것이지요. 특히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에 역으로 들어온 녹차는 주로 전라남도 보성지방에 심으면서 대량생산 체제로 재배하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리가 쓰는 말 가운데는 엉뚱한 말에 밀려 본래의 우리말이 잊혀 가는 것이 있는데 그 가운데 바로 “혼인(婚姻)”도 그 하나로 지금은 모두가 “결혼(結婚)”이란 말을 쓰고 있지요. 먼저 혼인이란 말을 살펴보면 혼(婚)은 혼인할 "혼"이기도 하지만 "아내의 친정"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인(姻)은 "사위의 집"을 뜻합니다. 따라서 이 혼인이란 말은 아내와 사위 곧 “남녀가 장가들고 시집가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혼(結婚)”이란 말은 인(姻)이 없으므로 남자가 장가간다는 뜻만 있고 여자가 시집가는 것에 대한 뜻은 없습니다. 따라서 “혼인”에 견주면 “결혼”은 남녀를 차별하는 말이라 할 수 있지요. “혼인”이란 말뿐이 아니라 우리 겨레는 혼인하는 시각도 양을 대표하는 해와 음을 대표하는 달이 만나는 시각(해와 달은 하루에 새벽과 저녁 두 번 만난다) 가운데 저녁 시간인 유(酉)시 곧, 5시에서 7시 사이에 치렀는데 이는 음과 양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하려는 철학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남녀의 짝을 배필(配匹)이라고 하는데 이는 유(酉)시에 나(己)의 짝(配)을 맞이한다는 뜻이 들어있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화 장 - 김 태 영 볼 때마다 내가 예쁘다는 사랑 없었다라면 다듬고 가꾼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생각만으로도 행복의 꽃이 핀다. 봄날 아침 거울 앞에 꽃이 핀다. “이 조그만 가슴에 서리고 서려 있는 여인의 봄볕 같은 정을 붓끝으로 어떻게 그 마음마저 고스란히 옮겨 놓았느뇨?” 우리가 익히 아는 미인도는 조선 후기의 화가 혜원 신윤복이 그렸는데 화가는 그림을 그려놓고 스스로 감격에 겨워 그림에 이런 글을 적어 놓았다. 사계절출판사에서 나온 《한국생활사박물관 10》에는 “다리(가체)를 구름처럼 얹은머리에 동그랗고 자그마한 얼굴, 둥근 아래턱, 다소곳이 솟은 콧날과 좁고 긴 코, 귀밑으로 하늘거리는 잔털”이라는 표현으로 이 여인은 우리 전통미인의 전형이자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 그 자체라고 평가했다. 조선 후기의 현실적 소재를 다룬 이 미인도는 이 방면 으뜸 걸작으로 꼽히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 여인의 전통적 미인상의 한 전형을 보인 작품으로 비단천 먹 채색으로 그린 것이며, 사실적 기법으로 정통초상기법을 따라 머리털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또 윤곽선(쌍선)을 그린 뒤 그 안에 채색하는 구륵법(鉤勒法)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 이하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원장 장소원, 이하 국어원)은 ‘클린 뷰티’를 대신할 쉬운 우리말로 ‘친환경 화장품’을 꼽았다. ‘클린 뷰티’는 유해 성분을 배제하고 환경 보호를 고려해 만드는 화장품을 이르는 말이다. 또 이와 함께 차원이 낮은 단순한 기술이나 기본적인 기술을 뜻하는 ‘로테크(low tech)’는 ‘단순기술’로 쓰자고 제안했다. 문체부는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하나로 국어원과 함께 외국어 새말 바꿈말 제공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문체부와 국어원은 지난 4월 6일(수)에 열린 새말모임*을 통해 제안된 의견을 바탕으로 의미의 적절성과 활용성 등을 다각으로 검토해 이처럼 꼽았다. * 새말모임: 어려운 외래말이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다듬은 말을 제공하기 위해 국어 유관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문체부와 국어원은 ‘클린 뷰티’처럼 어려운 말 때문에 국민이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친환경 화장품’과 같이 쉬운 말로 발 빠르게 다듬고 있다. 꼽힌 말 외에도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다른 우리말 바꿈말이 있다면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도 문체부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의 여섯째, 봄의 마지막 절기로, 곡우(穀雨)다. 곡우란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고 하여 붙여진 말이다. 그래서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 “곡우에 모든 곡물이 잠을 깬다.”, “곡우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 같은 속담이 전한다. 옛날에는 곡우 무렵에 못자리할 준비로 볍씨를 담그는데 볍씨를 담은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두었다. 밖에 나가 부정한 일을 당했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집 앞에 와서 불을 놓아 악귀를 몰아낸 다음에 집안에 들어오고, 들어와서도 볍씨를 볼 수 없게 하였다. 만일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게 되면 싹이 트지 않고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믿음이 있어서 그랬다. 볍씨를 담그면 항아리에 금줄을 쳐놓고 고사를 올린다. 이는 개구리나 새가 와서 모판을 망칠 우려가 있으므로, 볍씨 담근 날 밤에 밥을 해놓고 간단히 고사를 올리는 것이다. 또 이날은 부부가 잠자리를 함께하지 않는데 땅의 신이 질투하여 쭉정이 농사를 짓게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곡우 무렵엔 나무에 물이 많이 오른다. 곡우물은 주로 산 다래, 자작나무, 박달나무 등에 상처 내서 흘러내리는 수액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지금은 우리가 음악을 듣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카세트테이프나 시디플레이어를 통해 듣는 것도 옛일이 되었고, 요즘은 컴퓨터로 즐기는 것은 물론 음악가들이 직접 연주하는 공연장도 많지요. 그러나 예전엔 음악 듣기가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조선시대 후기에 오면 판소리가 유행하는데 이때는 명창을 불러와 들을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다가 1860년대 독일 상인 오페르트를 통해서 축음기라는 것이 들어와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축음기(蓄音機)는 말 그대로 “소리를 쌓아두는 기계”인데 이를 처음 본 조선 관리는 이 축음기를 “귀신소리 나는 기계”라고 했다고 합니다. 명창 박춘재는 우리나라에 축음기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고종 황제 앞에서 축음기에 소리를 녹음해 즉석에서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1887년에는 미국의 빅터레코드사로 건너가 음반을 녹음하기도 하였지요. 그 뒤 1930년대 이후 대중가요가 크게 유행하자 덩달아 축음기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이때는 축음기를 사려면 회사원이 몇 달치 월급을 모아야 살 수 있었기에 축음기를 “방탕한 자의 사치품”이라 하였고 그 탓에 축음기를 가진 총각에게는 딸을 시집보내지 않았다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규중원(閨中怨) - 이매창(李梅窓) 瓊苑梨花杜宇啼 옥 같은 동산에 배꽃 피고 두견새 우는 밤 滿庭蟾影更悽悽 뜰 가득한 달빛은 더욱 서러워라 相思欲夢還無寐 꿈에서나 만날까 해보지만 잠은 오지 않고 起倚梅窓聽五鷄 일어나 매화 핀 창가에 기대어 새벽의 닭소리 듣네 이 한시는 황진이, 허난설헌과 함께 조선 3대 여류시인의 하나인 매창(李梅窓, 조선 선조 때의 여류시인 본명은 이향금 - 李香今, 1573-1610)이 지은 "규중원(閨中怨)" 곧 <안방에서의 원망>이라는 시다. 옥처럼 아름다운 동산에 배꽃이 피고 밤에는 두견새가 구슬피 우는 밤, 뜰에 가득 채우는 달빛을 보니 오히려 임을 만나지 못한 서러운 마음뿐이다.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어 꿈에나 만나려고 잠을 자려는데, 임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 그저 잠자리에서 일어나 매화가 핀 창가에 기대어 앉아 있으니, 새벽녘이 되자 닭이 우는 소리는 처량하기만 하다. 시인 유희경과의 가슴 시린 사랑이 매창의 시 한 편에 잘 표현되고 있다. 매창은 전북 부안의 명기(名妓)로 한시 70여 수와 시조 1수를 남겼으며 시와 가무에도 능했을 뿐 아니라 정절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1919년 오늘(4월 11일)은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태어난 날입니다. 1919년 3ㆍ1만세운동이 일어나자 나라안팎 애국지사들 사이에선 독립운동을 확대하기 위해 임시정부를 수립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났습니다. 특히 상해임시정부와 한성임시정부(漢城臨時政府), 노령임시정부(露領臨時政府)는 수립 과정과 주체가 명확히 알려진 대표적인 임시정부들이었지요. 그 가운데 상해임시정부는 1919년 4월 11일 임시의정원(臨時議政院)을 구성하고 각도 대의원 30명이 모여서 임시헌장 10개 조를 채택하였으며, 이후 한성임시정부와 노령임시정부를 통합하여 명실상부하게 우리 겨레의 임시정부로 발돋움했습니다. 이날 임시의정원 의장 이동녕(李東寧), 국무총리 이승만(李承晩), 내무총장 안창호(安昌浩), 외무총장 김규식(金奎植), 법무총장 이시영(李始榮), 재무총장 최재형(崔在亨), 군무총장 이동휘(李東輝), 교통총장 문창범(文昌範) 등이 임명되었지요. 얼마 전까지 한국 정부는 4월 13일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일’로 기념해왔지만, 4월 13일은 상하이임시정부 수립을 알리는 공문을 뿌린 날이고, 실제 결성일은 4월 11일이기 때문에 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금낭화의 꿈 - 이승룡 산사 가는 길목 도란도란 붉게 핀 사연 뉘 묻거든 부처님오신날 연등 못 단 이를 위해 기꺼이 한 몸 불살라 연등이 돼 줄게라 그리 답해주시게 양귀비과의 여러해살이꽃인 금낭화는 봄이 무르익은 4~5월 무릎 정도까지 키가 크고, 꽃대가 활처럼 휘면서 붉은빛 꽃이 여러 송이 피어난다. 꽃은 줄기를 따라 위로 올라가는데, 작은 크기로 끝이 양쪽으로 살짝 올라가 하트 모양을 이룬다. 그래서 영어로 ‘bleeding heart’라고 하는 모양인데, 이는 ‘피가 흐르는 심장’이란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부르는 이름은 이 하트 속에 하얀색이 붙어 있는데, 마치 작은 주머니처럼 생겼다고 해서 아름다운 주머니 꽃이라는 의미로 금낭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밖에 다른 이름으로는 옛날 여인들이 갖고 다니던 주머니와 비슷하다고 해서 ‘며느리주머니’라고도 부르며, 입술에 밥풀이 붙어 있는 듯하다고 해서 ‘밥풀꽃’이라고도 하는데 모란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등모란'이나 '덩굴모란'이란 이름도 있다. 처음에는 중국을 원산지로 생각했지만, 우리나라의 천마산, 가평, 설악산, 전북 완주 등지의 중부지역 산지에서 자생하는 것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음력 3월 3일 삼짇날입니다. 삼짇날에는 별명도 많은데 강남 갔던 제비오는날, 삼질(삼짇날의준말), 삼샛날, 여자(女子)의날, 삼중일(三重日), 삼진일(三辰日), 상사일(上巳日), 상제(上除), 원사일(元巳日), 중삼일(重三日), 답청절(踏靑節), 계음일(禊飮日) 따위가 그것이지요. 고려시대에는 9대 속절(俗節)의 하나였던 삼짇날은 양의 수가 겹치는 날로 파릇파릇한 풀이 돋고 꽃들이 피어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삼짇날에는 화전(花煎), 화면(花麵), 수면(水麵), 산떡(餠, 꼽장떡), 고리떡(環餠) 같은 명절음식을 해서 먹습니다. 화전(花煎)은 찹쌀가루에 반죽하여 참기름을 발라가면서 둥글게 지져 먹는 것이고, 화면(花麵)은 녹두가루를 반죽하여 익혀서 가늘게 썰어 오미자(五味子) 물에 넣고, 또 꿀을 타고 잣을 넣어 먹는 것입니다. 더러는 진달래꽃을 따다가 녹두가루와 반죽하여 만들기도 하며, 붉은색으로 물을 들이고 꿀물로 만들기도 하는데, 이것을 수면(水麵)이라고 하여 제사상에도 올립니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보면, 강릉 풍속에 삼짇날 무렵 70살 넘는 노인들을 명승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