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밑턱구름 [뜻] 땅 위로 바짝 내려앉은 구름 [보기월] 비가 그치고 밑턱구름이 곳곳에 떠 있어 하늘이 참 예뻤습니다. 늦게 들어오는 날이 이어져 잠이 모자랐는지 어제는 참 일어나기가 힘들었습니다. 눈을 조금 감았다가 떴는데 여느 날보다 늦게 일어났지요. 서둘러 챙길 것을 챙겨 집을 나선 때가 여느 날 저만큼 갔을 때였습니다. 수레도 많아서 마음은 바빴지만 얼른 갈 수도 없어서 흐름을 따라 갔습니다. 그리 서둘지 않으니 여느 때보다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비가 그치고 밑턱구름이 곳곳에 떠 있어 하늘이 참 예뻤습니다. 훨훨 날고 싶은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혼자 보는 게 아까워서 찍그림으로 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어서 아쉽기도 했습니다. 늦게 일어나 바빴던 마음은 구름이 그린 그림을 보고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모자란 잠은 채우려고 한다지요? 일이 있어서 수레를 몰고 가는 길에 잠이 많이 왔습니다. 점심을 먹고 얼마 되지 않아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말동무를 모시고 가게 되면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가니 괜찮았습니다. '밑턱구름'은 '땅 위로 바짝 내려앉은 구름'입니다. 좀 더 꼼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밍밍하다 [뜻] 1)먹거리 따위가 제맛이 나지 않고 몹시 싱겁다. [보기월] 옛날에 먹었던 밍밍한 재첩국과 달리 빛깔도 맛도 다 좋았습니다. 어제 아침 퍼붓던 동이비는 그때만 내린 탓에 그리 많이 오지는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제가 바랐던 대로 아픔이나 슬픔을 겪었다는 기별은 없었지요. 낮동안 비는 사이사이 오락가락 했지만 말입니다. 다섯 차례 갈배움을 마치고도 모임에 못 챙긴 일까지 챙기고 나니 하동 배움자리에 갈 때가 다 되어 있었습니다. 마치자마자 채비를 해서 서둘러 갔습니다. 가서 슬기틀을 차려야 했고 저녁도 먹어야 했기 때문에 마음이 바빴습니다. 뭘 먹을까 생각을 하다가 아무래도 하동은 재첩국이 널리 알려졌으니 오랜만에 먹어 보기로 했습니다. 배움자리 가까이 가서 수레가 들어가기 좋은 밥집에 들어갔습니다. 다른 손님들이 없어서 아주 조용했습니다. 참일 재첩국에 얽힌 떠올리기 싫은 일이 있어서 망설이다 들어갔지요. 건건이 몇 가지와 함께 나온 국물이 아주 뽀얗더군요. 한 술 떠서 후후 불어서 맛을 봤습니다. 옛날에 먹었던 밍밍한 재첩국과 달리 빛깔도 맛도 다 좋았습니다. 그렇게 뚝딱 밥 한 그릇을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밉둥 [뜻]어린아이가 하는 미운 짓 [ [보기월] 엄마는 그렇게 밉둥을 부리는 아이를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싹쓸바람이 온다는 기별을 듣고 좀 걱정을 했었는데 바람이 많이 여려졌다고 합니다. 비가 엄청 많이 올 거라고 하더니 밤새 비는 그리 많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배곳으로 오는 길에 동이비가 쏟아져서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앞수레 옆수레에서 튀긴 물을 덮어 쓰며 천천히 왔습니다. 비가 적게 올 때 들어와서 옷을 적시지 않고 들어와 그나마 낫습니다. 어제 배곳 일을 마치고 또 다른 배움자리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비가 많이 오지는 않았는데 옷이 젖을 만큼 내리고 있었습니다. 집에 가서 책을 챙겨 나가는데 집앞에서 아이 울음 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어린이집에 왔다가 가는 아이인 듯했습니다. 젖은 바닥에 앉아서 발을 폈다가 오므렸다가 하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울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그렇게 밉둥을 부리는 아이를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까닭을 알 수는 없었지만 여러 사람이 오가는 문 앞에서 그러고 있는 것이 보기 좋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 탓을 할 수도 엄마 탓을 할
[오늘 토박이말]민틋하다[뜻]울퉁불퉁한 곳이 없이 판판하고 미끈하다.[보기월]배움방으로 가는 길에 아무것도 없는 민틋한 골마루에서 넘어질 뻔 하였습니다. '긴 옷을 하나 걸치고 나올 걸.' 집을 나서자마자 든 생각입니다. 하지만 늦을 것 같아서 그러지 못하고 배곳으로 갔습니다. 가는 동안에야 수레 안이라 느찔 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배곳 앞에 내리니 누운미르뫼에서 불어오는 뭍바람이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긴 옷을 챙겨 입은 사람들이 부러울 만큼 말입니다. 첫 배움 때는 추워서 문을 열어 두기도 싫었습니다. 긴 옷을 입고 온 걸 자랑이라도 하듯 아이들 가운데 덥다고 바람틀을 돌리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저는 팔에 닭살이 돋는데 말이지요. 덥다는데 어쩔 수가 있어지요.^^ 몸은 절로 움츠러들고 챙길 게 몇 가지 있어서 이것저것 손에 들고 서둘러 배움방으로 갔습니다. 배움방으로 가는 길에 아무것도 없는 민틋한 골마루에서 넘어질 뻔하였습니다. 제가 제 발에 걸려서 말이지요. 아이들이 지나가다가 쿵 하고 넘어지는 걸 자주 봤는데 그 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아이들이 그저 뛰다가 그랬겠지 생각을 했는데 제 발에 걸려 넘어졌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넘어졌더라면 깨질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밀막다 [뜻] 1)무엇을 못하게 하거나 하지 않도록 말리다. [보기월] 자는 동안 옆에서 긁지 못하도록 밀막아도 잠결에 저도 모르게 그러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어제는 아버지께서 시키신 일을 보러 시골집에 다녀왔습니다. 떨어진 밤을 줍고 나무에 달린 밤송이를 털어서 모아 놓은 뒤에 뒷마당에 심은 무를 솎으라 하였지요. 혼자 가서 하다보니 생각한 것보다 힘도 들고 때새도 많이 걸렸습니다. 얼른 해 놓고 먹지 생각했었는데 때를 놓치고 말았지요. 안 하던 일을 하느라 땀도 좀 흘리고 배는 고팠지만 맡은 일을 다 하고 나오며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골에서 돌아와서는 아이들과 발수레를 타러 갔습니다. 이제 딸 아이는 혼자서도 잘 타게 되어 새 발수레를 사 주기로 했습니다. 같이 간 어린 조카가 좋아해서 제 기분이 더 좋았습니다. 한 가지 반가운 일이 있는데 그건 큰아이 몸이 많이 좋아진 것입니다. 그동안 재채기는 말할 것도 없고 가려워서 잠을 잘 못 자고 해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일어나면 온 데 긁어서 벌겋게 되어 있곤 했지요. 자는 동안 옆에서 긁지 못하도록 밀막아도 잠결에 저도 모르게 그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민낯 [뜻] 무엇을 바르고 꾸미지 않은 본디 그대로의 얼굴 [보기월] 그렇게 어둠은 사람들을 꾸미지 않은 민낯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지요. 가을장마가 끝나고 난 뒤 이름을 똑똑히 알 수 없는 벌레가 나타나서 온 배곳을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쉬는 때와 배울 때를 가리지 않고 날아다니니까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른들도 눈길을 빼앗기곤 합니다. 때와 곳을 가리지 않고 휘젓고 다니는 그 벌레를 물리칠 수를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서 날아온 것인지 배곳 어딘가에서 나오는 것인지를 몰라 쉽게 찾을 수가 없습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아이들이 사는 마을에도 많이 있다고 하고 또 아는 분의 말씀에 따르면 바닷가 마을에 나타났다는 걸로 봐서 바닷가에서만 이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레가 넘도록 사라지지 않는 걸 보면 지나가는 것은 아닌 듯하고 그 까닭을 시원하게 몰라 더 답답합니다. 그리 빠르지도 않고 물지도 않지만 눈앞에 이리저리 날아다니기도 하고 깨끗한 곳 더러운 곳을 가리지 않고 아무데나 앉기도 해서 여간 마음 쓰이는 게 아닙니다. 아직은 어정쩡하게 더워서 문을 열어 두고 싶
[오늘 토박이말]민낯[뜻]무엇을 바르고 꾸미지 않은 본디 그대로의 얼굴 [보기월]그렇게 어둠은 사람들을 꾸미지 않은 민낯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지요. 가을장마가 끝나고 난 뒤 이름을 똑똑히 알 수 없는 벌레가 나타나서 온 배곳을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쉬는 때와 배울 때를 가리지 않고 날아다니니까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른들도 눈길을 빼앗기곤 합니다. 때와 곳을 가리지 않고 휘젓고 다니는 그 벌레를 물리칠 수를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서 날아온 것인지 배곳 어딘가에서 나오는 것인지를 몰라 쉽게 찾을 수가 없습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아이들이 사는 마을에도 많이 있다고 하고 또 아는 분의 말씀에 따르면 바닷가 마을에 나타났다는 걸로 봐서 바닷가에서만 이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레가 넘도록 사라지지 않는 걸 보면 지나가는 것은 아닌 듯하고 그 까닭을 시원하게 몰라 더 답답합니다. 그리 빠르지도 않고 물지도 않지만 눈앞에 이리저리 날아다니기도 하고 깨끗한 곳 더러운 곳을 가리지 않고 아무데나 앉기도 해서 여간 마음 쓰이는 게 아닙니다. 아직은 어정쩡하게 더워서 문을 열어 두고 싶어도 그 벌레 때문에 문을 열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미어지다 [뜻] 1)팽팽한 가죽이나 종이 따위가 해어져서 구멍이 나거나 벌어지다. [보기월] 아이의 미어진 살을 본 어머니 가슴도 미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름이 해를 가려서 좋다고 했었는데 아침나절까지는 바람틀을 돌리지 않으면 좀 덥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들도 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었지요. 덥다면서도 틈만 나면 달리는 아이들을 보면 늘 힘이 넘치는 노루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달리고 싶은 마음을 잘 알지만 그렇게 달리다가 넘어져 다칠까봐 걱정하는 게 어른들의 몫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면 곳곳에서 아이들이 뛰고 달리며 지르는 소리가 배곳을 가득 채우고도 남습니다. 한바탕 뒤섞여 뛰고 달리는 아이들 틈에서 앳되 보이는 아이가 팔꿈치를 잡고 울며 제가 있는 쪽으로 왔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넘어졌는지 팔꿈치가 까져 있었습니다. 피는 많이 나지 않았지만 어린 마음에 많이 놀랐을 거라 달랜 뒤 보건실로 보냈습니다. 아이들에게 그곳은 몸이 아플 때만이 아니라 마음이 아플 때도 가는 참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아이를 보내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중에 아이의 미어진 살을 본 어머니 가슴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미욱스럽다. [뜻] 매우(꽤) 어리석고 미련한 데가 있다. [보기월] 제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누군가 알게 되면 참 미욱스럽다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는 웃고 하루는 울고. 날씨가 사람을 그렇게 만들지요? 그제 아침은 엄청 선선하더니 어제 낮에는 여름처럼 땀을 흘렸습니다. 오늘은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습니다. 한낮에도 선선할 거라고 하니 한결 기분이 낫습니다. 몇 가지 일이 겹쳐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는데 그 무엇보다 큰일이 눈앞에 어른거려 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고 잠도 푹 잘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도 해 볼까? 저렇게 해 보면 어떨까? 어느 분께 손을 잡아 달라고 할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여기에도 손을 내밀고 저기에도 기별을 넣었지만 일이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둘레 고마운 분들께서 이런저런 도움 말씀을 해 주시지만 선뜻 할 수가 없습니다. 해 보라는 대로 해서 일이 된 들 제 스스로 부끄러워 살 수가 없을 거란 생각도 들고, 될 수도 있는데 해 보지도 않고 그만 두는 것도 마땅치 않습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누군가 알면 참 미욱스럽다 할 지도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미쁘다 [뜻] 믿음성이 있다. [보기월] 그런 제 말이 미쁘지 않는다는 듯이 되묻는 아이도 있습니다. 집에서 나설 때는 몰랐는데 배곳 앞에 내리니 바람이 조금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들도 짧은 옷을 입은 아이가 많았지만 소매가 긴 옷을 입은 아이들이 여럿 보였습니다. 아침에 공을 차고 있는 아이들은 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이제 제대로 가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틀이 어찌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잘 쉬었는데도 몸은 더 쉬고 싶은 듯 수레를 몰고 가는 동안에도 하품이 자꾸 났습니다. 아이들도 하품을 하기도 하고 이틀 동안 있었던 이야기가 하고 싶어 가만 있지를 못했습니다. 기분 나쁘지 않게 타일러 가며 배움을 돕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배웠던 것들이 이제 배우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이제 배우는 것들이 다음에 배울 것들의 디딤돌이나 바탕이 된다고 되풀이해서 말해 줍니다. 그런 제 말이 미쁘지 않는다는 듯이 되묻는 아이도 있습니다. 귀에 쏙쏙 그리고 머리에 팍팍 남을 수 있게 해 주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답니다.^^ 한 아이라도 제가 해 주는 말에 도움을 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웃음 잃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