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불교에서 가장 핵심적인 경전은 무엇일까? 아마도 《반야심경(般若心經)》일 것이다. 한문으로 된 반야심경은 260글자에 불과하지만 모든 예불은 《반야심경》을 낭송하는 것으로 끝나니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경전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반야심경》의 사상을 압축하고 압축하면 ‘색즉시공(色卽是空)’ 4글자가 남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색즉시공’을 이해하면 불교를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색(色)은 오관으로 감지할 수 있는 것과 생각으로 알 수 있는 모든 것을 말한다. 곧 형태가 있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 추상적인 개념을 포함하여 존재하는 모든 것(有)이 ‘색(色)’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空)은 무엇일까? 어떤 이는 공(空)을 ‘상관성’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또는 ‘비어 있는 것(虛)’, 또는 ‘없는 것(無)’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어 있는 것은 없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서, 나는 공(空)을 무(無)로써 해석하고 싶다. ‘색즉시공’을 도식으로 표현하면 ‘色=空’이라는 것이다. 조금 달리 해석하여 色을 有로 보고 空을 無로 보면 有=無가 되며 이것은 얼핏 보아 명백한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인류 역사를 보면 질병의 유행으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학자들은 중세 때인 14세기에 유럽에서 창궐했던 페스트로 1347~1351년 동안에 유럽 인구의 1/3인 2,500만이 죽은 것으로 추산한다.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페스트를 능가하여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질병으로 기록되고 있다. 전 세계에 퍼진 스페인 독감으로 죽은 사람은 5,000만 명으로 추산하는데, 많게는 1억 명까지 죽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 병은 1918년 3월에 미국 시카고 미군 기지에서 첫 감염자가 나왔는데, 1917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 군인의 이동을 따라 유럽으로 번지고 이어서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당시는 1914년에 시작된 제2차 세계대전 중이어서 대부분 나라에서 신문들이 보도검열을 받던 때라 독감 소식은 깊게 보도되지 않았다. 그러나 스페인은 중립국으로서 전쟁에 참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론 통제가 없었다. 당시 스페인 국왕이었던 알폰소 13세도 독감에 걸렸기 때문에 스페인 언론에서는 이 독감에 대해서 자세히 보도하였고 이후 이 독감은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스페인에서는 이 독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다. 중국의 우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된 뒤 7달이 지난 지금 전 세계에서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1,700만 명을 넘어섰다. 세계 제일의 선진국이라고 우리가 알고 있었던 미국의 코로나 누적 환자 수는 현재 400만 명을 넘었고 사망자 수는 15만 명을 넘었다. 우리나라 방역 당국은 코로나 전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8월 1일 현재 확진자 수는 14,336명이고 사망자 수는 301명에 불과하니 대한민국은 일본이나 유럽 여러 나라와 견주어 보면 코로나 전선에서 선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어도 나는 전혀 알 수가 없고, 내가 모르는 사이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내게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두려운 현실이다. 일상생활에서 ‘비대면’이 새로운 추세로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사람들은 시장에 가서 상인과 만나서 물건을 사는 대신 인터넷 구매와 배달을 선호하게 되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를 막기 위해서는 식사, 오락, 금융, 의료, 교통, 여행, 체육 등 각 분야에서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접촉하는 것을 피하라고, 사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아시아나 비행기가 출발하려면 6시간이나 남았다. 나는 공항 안에서 점심도 사먹고, 손말틀(휴대폰)로 궁금한 한국 소식도 알아보고 등등 시간을 보냈다. 포노 사피엔스는 손말틀만 있으면 몇 시간이고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가 있다. 공항에는 손말틀을 충전하는 시설까지 있으므로 배터리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나는 탈핵이라는 단어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하였다. 세계의 이름 있는 기업들이 ‘RE100’이라는 이름의 재생에너지 사용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RE100을 처음 들어보았다. RE100은 재생에너지 100%(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이다. 2014년에 시작된 이 캠페인은 다국적기업들이 생산 활동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에서 조달하겠다는 선언이다. 2019년 현재 170개 기업이 동참하고 있다. 애플, 구글, BMW, GM, 이케아 등 유럽과 미국의 기업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삼성과 LG를 비롯하여 우리나라 기업은 한 곳도 동참하고 있지 않다. 이미 구글과 애플은 풍력이나 태양광발전에서 나오는 전력만으로 생산 활동을 하는 100% 목표를 달성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오늘은 드디어 이스탄불에서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고 인천으로 가는 날이다. 새벽에 아잔 소리에 잠이 깨었다. 하루에 5번 빠지지 않고 기도하면 누구나 독실한 무슬림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매일 새벽 기도를 빠지지 않고 다닌다면 그 사람은 독실한 기독교인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나라에는 전통적인 종교인 유교와 불교, 그리고 근대에 서양에서 전해진 천주교와 개신교, 그리고 순수한 토종 종교인 대종교, 천도교와 원불교 등 여러 가지 종교가 섞여 있다. 그렇지만 종교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 지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고 또 여러 종교가 싸우지 않고 비교적 사이좋게 공존하는 나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종교적 관용과 공존이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니다. 유교 국가였던 조선에 천주교가 처음 전파된 것은 18세기 후반이다. 정조 8년인 1784년 이승훈은 베이징에서 서양 신부에게서 베드로라는 세례명으로 영세를 받고 돌아와 천주교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그 후 7년이 지난 1791년에 최초의 순교자(윤지충)가 생겼다. 그는 왜 사형에 처해졌을까? 부모에게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는 것이 죄목이었다. 모세가 시내산에서 받은 10계명 가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어제 총대주교 친견을 위해 대기실에서 기다릴 때 주위를 살펴보니 정교회 안내 유인물이 있어서 하나 가지고 왔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유인물을 읽어 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 쓰여 있다. “동방 교회는 예수님의 제자인 안드레아에 의해서 창설되었다. 안드레아의 제자인 스타키스(Stachys)가 비잔티움의 첫 번째 주교였다. 서기 330년에 콘스탄티노플이 로마제국의 수도가 되면서 콘스탄티노플 교회는 현재처럼 정교회의 중심이 되었고 콘스탄티노플 주교가 대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의 발도로메오 총대주교는 1991년에 제270대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로 선출되었다. (필자 주: 현재의 프란체스코 교황은 로마 카톨릭의 제266대 교황이다.) 터키에서 태어나고 터키의 시민인 발도로메오 총대주교는 각국 정교회를 통합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또한 타종교 곧 기독교, 무슬림, 유태교와의 대화와 화해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정교회의 법통이 예수님의 직접 제자인 안드레아에서부터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예수님의 수제자 베드로에서부터 이어져 온 로마 가톨릭과 견주어 보면 역사의 길이가 똑같다고 말할 수 있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오늘은 이번 여행의 정점으로서 정교회의 발도로메오 총대주교를 친견하는 날이다. 친견시간은 저녁 4시 30분으로 잡혀 있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오전에 숙소에서 걸어갈 만한 거리에 있는 돌마바흐체 궁전을 구경하기로 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돌마바흐체 궁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소개가 나온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이스탄불에 있는 오스만 제국의 궁전이다. 원래 목조 건물이었으나 대화재로 소실되자 31대 술탄 압둘마지드 1세가 1859년에 석조 건축물로 재건했다.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델로 했으며 유럽에서 보낸 수많은 헌상품과 호화롭게 꾸며진 벽들을 보면 당시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다. 오스만 제국 후기 술탄 6명이 일부 사용했다. 세람르크는 술탄이 공무를 보고 각국 대사를 접견하던 장소로 남자만 출입할 수 있었다. 하렘은 왕실 가정으로 술탄과 가족이 살았다. 터키 초대 대통령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도 이곳을 관저로 쓰다가 1938년 11월 10일 아침 9시 5분에 집무실에서 죽었다. 아직도 집무실과 침실의 모든 시계는 9시 5분을 가리키고 있다 궁전 정원에는 베고니아, 사르비아, 금잔화 등의 풀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장미와 목백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야아소피아와 탁심 거리 박물관이 된 아야소피아의 입장료는 1인당 72리라(우리 돈으로 15,000원)이니 상당히 비싼 편이다. 그래도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고 소문이 나서 그런지 지구촌 곳곳에서 온 관광객이 많았고 검색대를 통과하려고 기다리는 줄도 엄청 길었다. 입장을 기다리면서 보니 아야소피아 앞에는 광장과 정원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넓고 아름다운 정원에 있는 나무들은 반갑게도 우리나라 남도 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배롱나무였다. 배롱나무는 줄기가 미끈하며 여름에 작은 빨간꽃이 가지 끝에 계속 100일이나 피기 때문에 목백일홍이라고도 부른다. 아야소피아 내부는 엄청 컸다. 돔 모양의 지붕이 매우 높고 웅장했다. 사방을 둘러보니 엄숙한 분위기와 위압감이 저절로 느껴졌다. 아야소피아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카톨릭 성당에서 볼 수 있는 조각상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벽과 천정에는 기하학적이고 아름다운 무늬만 있을 뿐 실내 어디에도 동상이 없었다. 1453년에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킨 술탄 매흐매드 2세는 아야소피아가 너무 웅장하고 아름다워서 파괴하지 말고 이슬람 사원으로 바꾸도록 명령하였다. 그런데 성당을 모스크로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아침 일찍 일어나 다른 사람들이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하면서 방에서 나왔다. 해협을 바라보는 베란다 의자에 앉아서 안사리 책 마지막 부분을 읽기 시작하였다. 얼마 뒤 새벽 기도를 알리는 아잔 소리가 들린다. 거대 도시인 이스탄불에는 수많은 모스크가 곳곳에 있다. 관광 안내서를 보면 이스탄불에는 모두 2,800개의 모스크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이스탄불 사람들은 2800곳에서 울리는 아잔 소리와 함께 잠이 깰 것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지금은 극우 논객으로 유명한 조갑제 씨가 20여 년 전 기자 시절에 쓴 터키 기행문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나온다. 1년 전 기자는 이스라엘에 간 적이 있었다. 예루살렘의 성지로 기자를 안내하던 한 유태인은 “지금 우리가 이슬람 국가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그렇지 유태인에게 신앙의 자유를 주었던 것은 회교, 우리를 가장 탄압했던 것은 천주교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특히 오스만 투르크의 전성기를 연 슐레이만 대제는 포르투갈에서 집단 학살을 당하고 있던 유태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해 주어 많은 지식인과 기술자들이 그의 보호 아래 문화를 진흥시켰다. 지금도 우리는 터키 사람들에게 고마워하고 있으며 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보스포루스 해협과 성곽 역사적인 도시 이스탄불역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는 며칠 동안 쓸 교통카드를 53라리를 주고 샀다. 교통카드 하나로 지하철과 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지하철을 타고서 차량 내부를 살펴보니 우리나라 회사인 현대로템에서 만든 것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다. 지난 2005년에 이명박 서울 시장이 이스탄불을 방문했을 때에 서울의 교통시스템을 자랑하였고, 이스탄불 시장이 곧바로 서울의 통합 교통카드 제도를 도입하였다고 한다. 지하철에서 내려 로자 씨와 따님은 바로 숙소로 가고, 병산과 나는 시간 여유가 있어서 시내를 구경하고 저녁에 숙소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우리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따라 걸어갔다. 군사 요충지인 보스포루스 해협은 흑해와 마르마라해(海)를 잇고, 아시아와 유럽을 나누는 매우 좁은 해협이다. 해협의 길이는 30km며, 폭은 가장 좁은 곳이 750m이다. 해협의 깊이는 36~120m 사이이다. 우리가 깃발 들고 해변길을 따라 걸어가자 해수욕을 하거나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우리를 쳐다본다. 우리가 손을 흔들자 그들도 손을 흔든다. 나는 과거에 이 해협을 지나갔을 수많은 군인과 상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