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우리가 살아가면서 기본적으로 충족해야 하는 세 가지 분야는 의식주(衣食住)인데, 옷이 제일 앞에 나온다. 예로부터 세속적인 성공을 나타내는 표현으로써 호의호식(好衣好食), 금의환향(錦衣還鄕)이라는 말은 매우 시사적이다. 모든 사람은 좋은 옷을 입고 싶어 한다. 여자는 물론이거니와 남자들도 멋진 옷으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싶어 하는 원초적인 욕망이 있다. 경제 발전 이전의 시대에는 물자가 풍부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많은 가정에서는 형이 입던 옷을 동생에게 물려주는 일이 허다했다. 이웃끼리도 옷을 물려주는 일이 흔했다. 학교에서는 교복을 후배에게 물려주기도 했다. 어른들은 옷이 열 벌 있으면 많은 편이었다. 옷장에는 여러 사람의 옷이 함께 들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옷이 너무 많아져서 입지 않고 버리는 옷이 많아졌다. 연예인들이나 웬만한 부잣집에 가보면 옷 방이 따로 있고 사계절 옷이 가득하다. 한번 입고 그냥 버리는 옷도 있다. 아예 한 번도 입지 않고 버리는 옷의 비율이 21%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즉석식품(패스트푸드)이 식(食)생활을 바꾸어 놓았다면 패스트 패션이 의(衣)생활을 크게 변화시켰다. 패스트 패션이라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여럿이 술을 마시면 시간이 금방 가는데, 단둘이 술 마시니 시간이 더디게 간다. 김 교수는 평소에 궁금했던 술집 아가씨들의 세계에 관해서 물어보았다. 술을 매일 마시다 보면 몸이 견디지 못할 텐데, 어떻게 그러한 폭음을 견디느냐고? 그들 세계에는 나름대로 술 적게 마시는 비법이 있단다. 술잔을 받았다가 안 볼 때에 다른 그릇에 슬쩍 따르기도 하고, 술을 마신 후 입에 머금고서는 물잔을 들어서 마시는 척하면서 뱉는 방법도 있고. 손님들이 취한 이후에는 남이 얼마나 마시는지 볼 겨를이 없으니까 쉽게 속일 수가 있단다. 내친김에, 손님이 여관에 가자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노골적으로 물어보았다. 그 말을 물으면서 아가씨를 바라보니 별걸 다 물어본다는 듯이 약간은 뜨악한 표정이다. 술을 한 잔 마시더니 아가씨는 솔직히 털어 놓았다. 자기는 속된 말로 몸을 팔기도 한단다. 돈이 필요할 때 2차 가자는 손님이 있으면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 않으냐고 되묻는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돈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니까. 그렇지만 느낌으로 싫은 남자하고는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따라가지 않았다고 한다. 일단 남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아가씨는 7시 45분에야 나타났다. 근사한 저녁 식사를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8시까지 출근하지 않으면 아가씨는 벌금을 물어야 하니까. 아가씨가 먼저 제안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보스에 가서 식사하고 술이나 한 잔 하자고. 김 교수는 원래 식사만 하고 그냥 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쁜 아가씨가 미소를 보이면서 유혹하니 순간적으로 마음이 변했다. 지갑의 두께는 전혀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조금 뒤에 두 사람은 웨이터의 영접을 받으며 보스로 들어갔다. 아가씨는 김 교수를 룸으로 안내한 뒤 옷을 갈아입으러 대기실로 갔다. 노크 소리가 나더니 사장님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강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요즘 장사 잘 되십니까?” “그저 그렇지요.” “요즘 신문에서는 불경기라던데, 장사하시면서 그저 그렇다는 것은 잘 된다는 뜻이지요?”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희 가게는 아직 괜찮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런데 사장님, 미스 최라고 있지요. 그 아가씨 어때요?” “미스 최가 저희 집에서는 보배지요. 상냥하고 잘 웃고, 찾는 손님들이 많답니다” “제가 미스 최를 만난 지 딱 1년 되는데, 이 아가씨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그해 여름에는 특별한 뉴스거리도 없이 지구의 공전에 따라 계절은 서서히 바뀌었다. 입추가 지나자, 더위는 한풀 꺾였다. 처서가 지나자, 가을이 완연히 느껴진다. 처서가 지난 어느 금요일, 연구실 창문 밖 오동나무를 바라보던 김 교수는 가을이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미스 최가 생각났다. 미스 최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러기에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옛사람의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 커다란 오동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던 그날 밤 8시 30분쯤 김 교수는 용기를 내어 보스에 전화를 걸어 공손한 목소리로 미스 최를 찾았다. 아마 사장님이 전화를 받았나 보다, 누구시냐고 대뜸 묻는다. 엉겁결에 아무개 교수라고 이름을 밝혔다. 그랬더니 사장님이 아는 체를 하며, 미스 최가 오늘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양재동으로 이사한 사실을 안다면서 집 전화 번호를 좀 가르쳐달라고 했더니, 집 전화 대신 손말틀(유대폰) 번호를 가르쳐 준다. 그날은 금요일이었다. 그날 오후 별다른 약속이 없었고 가을날이었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으리라. 김 교수는 호기심과 약간은 떨리는 마음으로 손말틀에 전화를 하니 미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우리나라는 1995년에 세계 처음 쓰레기 종량제를 전국적으로 시행하였다. 30년이 지난 요즘에는 쓰레기 분리수거가 도시에서나 농촌에서나 잘 정착되어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은 음식물 쓰레기의 98%를 재활용한다. 이것이 전 세계에 무엇을 가르쳐줄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2024.8.9)에서, 먹다 남은 음식물을 가축 사료나 퇴비로 재활용하는 우리나라의 정책을 극찬했다. 국민은 불편을 감수하고서 분리수거에 협조한다. 돈이 들더라도 종량제 봉투를 사서 사용한다. 귀찮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하여 배출한다. 이처럼 환경 보호에 적극 협조하는 착한 국민이 있음에도 국제 환경단체는 한국을 ‘기후 악당’이라고 부른다. 국민 대부분은 한국이 기후 악당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왜 한국은 기후 악당이 되었을까? 지난 2016년 영국 기후 변화 전문 미디어 ‘Climate Home News’는 국제 환경단체인 ‘기후행동추적(CAT)’의 분석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그리고 한국 4개 국가를 ‘기후 악당’이라고 평가했다.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한국이 기후 위기에 무책임하다는 이런 평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그동안 아들 녀석은 수도권 S대에 입학하여 학교에 다니는데, 별로 만족해 하지 않는 눈치다. 아내는 “차라리 미국의 대학으로 아들을 유학 보내면 어떨까?”라고 김 교수에게 의견을 묻는다. 큰아들은 미국에서 유치원까지 마치고 한국으로 왔기 때문에 영어를 기억하고 있었다. 영어 단어 실력이야 김 교수가 낫겠지만 회화는 본토 발음으로 유창하니, 남들처럼 어학연수고 뭐고 필요 없이 직접 미국대학에 입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한마디로 절대 반대였다. 김 교수는 아내에게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를 분명히 했다. 첫째는, 고등학교만 마치고 미국에 가면 아들은 한국적인 사고방식은 잊어버리고 미국적인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배울 것이다. 미국적인 가치관을 가지고서 앞으로 한국에서 살면 오히려 평생 갈등이 생길 것이므로 아들은 미국에서 살아야 한다. 결국 아들은 우리 곁을 영영 떠난다는 사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둘째는, 대학동창이라는 중요한 자산을 잃어버리게 된다. 남자가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할 때에는 동창관계가 매우 중요하며, 어떻게 보면 무형의 재산이다. 최소한 대학은 한국에서 나와야지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 평생 대학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남녀 사이 불륜은 어느 사회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좋게 말해서 로맨스, 나쁘게 말하여 불륜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똑같이 되풀이된다. 일부일처의 종교인 기독교의 서슬이 퍼렜던 중세에서도 불륜은 끊이지 않았다. 근엄한 신사의 나라이며 기독교 국가인 영국에서도 불륜은 끊이지 않았다. 20세기의 신데렐라인 다이에나 공주 역시 불륜에 빠져들다가 그만 자동차 사고로 죽고 말았다. 동양에서는 옛날부터 영웅호색이라는 말이 있다. 여자를 밝히는 남자를 오히려, 요즘 말로 표현하면 ‘에너지가 넘친다’라고 추켜 주는 문화가 있었다. 남자에게는 성윤리가 적용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여성에게만 정조를 요구하는 불평등 윤리가 전승되었다. 중동지방에서는 한 남자가 공식적으로 아내를 네 명까지 둘 수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에 정조는 여성의 전유물이었는데, 그러한 관습은 우리 사회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20세기 말까지 대도시에는 창녀촌이 있었다. 노골적으로 창녀촌에 가지 않더라도 룸살롱의 아가씨와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필자 주: 2004년에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구는 쉬지 않고 태양 주위를 돌고 세월은 계속 흘러갔다. 어제는 처음으로 산수유가 핀 걸 보았다. 겨울이 물러가고 봄이 오면서 꽃이 피는 순서가 있다. 제주도에서는 겨울에도 동백꽃을 볼 수 있지만 중부지방에서는 동백나무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중부지방에서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꽃은 어름새꽃(복수초)이다. 어름새꽃은 나무가 아니고 풀인데, 흔히 볼 수 있는 꽃은 아니다. 어름새꽃은 키가 아주 작고 꽃잎은 노란색인데, 겨울의 끝자락에 눈이 녹을 무렵 눈 속에서도 피어난다. 어름새꽃에 이어 매화가 핀다. 매화는 눈 쌓인 가지에서도 피어서 설중매라는 말도 있지만 김 교수가 사는 서울에서는 흔하지 않다. 춘분 무렵 전남 광양의 매화마을에 가면 하얗게 핀 매화꽃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약간 푸른 빛이 도는 청매화도 매화마을에는 많이 있다. 봄이 되어 산에 가면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꽃이 생강나무다. 작은 노란색 꽃이 나뭇가지에 다닥다닥 달려있다. 아직 다른 나무들은 헐벗은 상태로 있고 나뭇잎이 나오기 전이라서 노란 꽃이 핀 생강나무는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띈다. 생강나무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생강나무 꽃과 비슷하게 산수유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라는 말이 있다. 동구 밖 나뭇가지에서 아침에 까치가 울면 그날 반가운 손님이 올 징조라는 것이다. 그만큼 까치는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고 인간에게 매우 친근한 새였다. 남도 민요 흥타령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빗소리도 님의 소리 바람 소리도 님의 소리 아침에 까치가 울어대니 행여 님이 오시려나 삼경이면 오시려나 고운 마음으로 고운 님을 기다리건만 고운 님은 오지 않고 베개머리만 적시네 견우와 직녀가 한 해에 한 번 칠월 칠석날 만날 때에 까치가 머리를 맞대어 만드는 다리가 오작교(烏鵲橋)다. 단오날 까치집을 뒤지면 콩알만 한 옥돌을 얻을 수 있는데, 이를 ‘작침(鵲枕)’이라고 한다. 작침은 사내가 몸에 지니고 다니면 마음에 둔 여인이 스스로 낭자를 풀고, 부인이 지니고 다니면 사나이가 잠 못 이룬다는 사랑의 묘약이라고 한다. ‘ 농부들은 식량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농약을 뿌려 해충을 퇴치하였다. 과수원에서는 좋은 과일을 생산하기 위하여 많은 양의 농약을 뿌린다. 산림에서도 때때로 해충 방제를 위하여 농약을 살포한다. 농약 때문에 까치가 잡아먹는 곤충이 줄어들게 되자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너무 심각한 이야기만 하니 술맛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김 교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하여 미스 최에게 보스에서 친구를 사귀었느냐고 물었다. 보스에는 3총사가 있단다. 현주하고 미경이하고 자기가 손님들이 자주 찾는 세 사람이란다. 현주는 고등학교 교사인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집안이 기울고,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하여 이곳에 나온 아가씨다. 가정교육을 잘 받아서인지 성격도 좋고 예절도 바르고, 또 미인이란다. 그래서 제일 먼저 17평 아파트를 장만하여 자기가 속으로 매우 부러워하였단다. 그러면서 내가 집을 사면 17평보다는 큰 집을 사리라 결심했는데, 이번에 산 연립이 18평이라면서 웃는다. 여자들은 별걸 다 비교하고 질투를 하는가 보다. 미경이는 다른 곳에 있다가 1년 전에 이곳으로 왔는데, 미인인 데다가 남을 잘 도와주는 성격이란다. 세 사람 가운데 나이가 제일 많아서 말하자면 언니로서 인생 상담도 해 주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알게 모르게 도와주는데, 정작 자기는 돈을 모으지 못하고 옷 사는데 돈을 다 써버린다고 한다. 미경이는 예쁜 옷을 보면 값이 얼마이든지 꼭 사야만 직성이 풀리는 못 말리는 성격이 있어서 문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