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시인 - “아프고 힘들지 않고 열리는 열매는 없다고, 정말 그렇다고” – 이해인 시인- “길은 네 마음에다 물으라, 해답은 네 마음에서 들으라, 시비는 네 마음에서 밝히라, 진실은 네 마음에다 구하라” – 구상 시인 - 국내 시인들 가운데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시인들의 생명, 희망, 위로의 치유 시들이 어린이 K인문동요로 탄생한다. 경기도 전문예술단체 랑코리아(박성진 대표)가 8월 24일 낮 3시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서 ‘너의 하늘을 보아’ 가족공연을 올린다. 근래에 휘발성 강한 K팝의 영향으로 어린이를 위한 기존 동요들은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는 가운데 인문학 K팝페라를 선도하는 <듀오아임>과 <랑코리아>가 어린이 노래동아리 <참빛친구들>과 함께 기획한 신개념 가족공연이다. 새로운 풍으로 아이와 어른이 함께 부르는 ‘K인문동요’라는 신선한 깃발을 들어올리는 공연이다. 뒷것 고 김민기 선생이 스승으로 따랐던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생명협동 뮤지컬 <빛이 된 사람들>에 삽입된 주옥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밤 8시 55분, 숙소에 들어와 텔레비전을 켜니 ‘사도광산’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오늘부터 한반도 출신자의 역사와 노동 상황에 관한 전시를 시작합니다. 이번 전시는 1940년부터 45년까지 한반도 출신자 1,500명이 사도광산에서 어떠한 환경에서 어떻게 일했는지 등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 위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시내용은 판넬 자료 31점입니다.” 이는 지난 7월 28일, 일요일밤 8시 55분 NHK-TV에 방영된 사도광산 전시 개막 소식으로 전시내용을 소개한 사람은 사도시(佐渡市) 문화학예원 쇼코 하루카(庄子 遥) 씨다. 사도시가 운영하는 아이카와향토박물관(相川郷土博物館) 소속인 쇼코 하루카 씨는 이어 “사실을 사실로 전달함으로써 한일 간의 상호 이해가 진행되길 바란다.”라고 이번 전시 의미를 말했다. 사도광산 화면이 바뀌자마자 나는 숙소 1층 로비로 가서 28일자 <요미우리신문> 종이신문을 집어 들었다. 신문에는 1면에 “사도광산 세계유산 유네스코 결정 한국도 찬성”이라는 큼지막한 제목의 사도광산(아래 사도광산, 일본에서는 사도광산<佐渡鑛山> 또는 사도금산<佐渡金山>으로 표기) 보도가 있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둥둥둥, 북소리에 맞춰 무대에서는 봉오도리춤이 펼져졌고, 무대 아래에서도 유카타(기모노의 일종)를 입은 시민들이 함께 흥겨운 춤을 추며 한여름밤의 더위를 이겨내고 있는 모습을 바라다보고 있으려니 한낮의 더위가 조금은 식혀지는 느낌이다. 어제(28일) 관동지방의 한낮 기온이 무려 40도에 육박한 가운데 저녁 6시부터 8시 45분까지 열린 봉오도리(盆踊り) 잔치가 벌어진 스가모상점가에는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봉오도리를 추며 더위를 잊고 있었다. 봉(盆)이란 오봉(お盆)으로 한가위(추석)를 뜻하며 오도리(踊り)란 춤을 말한다. 이날 열린 봉오도리의 정식 명칭은 '스가모납량봉오도리대회(巣鴨納凉盆踊り大會, 아래 스가모봉오도리)로, 올해는 제37회째다. 스가모봉오도리는 2층으로 무대를 꾸며 맨 위에 악사들이 북을 치며 장단을 맞추고 그 아래 무대인 1층에서는 봉오도리 참가 팀들이 춤을 춘다. 그리고 무대 아래에서는 무대를 빙둘러 싸고 일반 관객들이 함께 춤을 추는 구조로 되어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은 스가모상점가 상인들과 이곳을 이용하는 주민들이지만 올해로 37년째이다보니 요즘은 제법 알려져 먼데서 오는 사람들도
[우리문화신문=일본 나가이즈미에서 이윤옥 기자] "이 화분은 식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미세 뿌리의 성장 환경에 가장 적합한 화분(루트 플러스 폿트)으로 한국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나가이즈미(長泉町)에서 블루베리농원을 하게 된 것은 올해로 10년 째며, 2년 전 누마즈(沼津)에서 블루베리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히라노농원에는 1,000그루의 블루베리 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농약을 전혀 치지 않은 친환경 블루베리를 직접 나무에서 따 먹을 수가 있습니다." 이는 히라노농원 대표인 히라노 노리유키(平野則之, 49살) 씨의 이야기다. 어제(26일), 노리코 씨와 나는 아침 9시 노리코 씨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블루베리농원을 찾았다. 이른바 '블루베리 체험(일본말로는 블루베리가리)을 하기 위해서였다. 예약을 해둔 덕에 바로 농원에서 포도만 한 크기의 블루베리를 실컷 따먹을 수 있었다. 1인당 1,200엔을 내면 입장이 가능한 블루베리농원에는 벌써 10여 명의 입장객이 나무 사이사이에 서서 블루베리를 따 먹고 있었다. 딸기따기 체험이나 귤따기 체험, 사과따기 체험 등 한국에서도 종종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으나 직접 현장에 가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번 블
[우리문화신문=일본 미시마에서 이윤옥 기자] 매주 목요일 아침 10시가 되면, 마을에는 이동슈퍼 트럭이 찾아온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편의점에서 파는 모든 것들이 작은 트럭에 가득하다. 움직이는 편의점이라고나 할까? 생필품부터 일회용 도시락을 비롯하여 과일, 푸성귀, 냉동식품까지 없는 게 없다. 어제(25일), 시즈오카현 미시마의 나가이즈미마을(長泉町)에 찾아온 '이동슈퍼' 트럭을 구경했다. 고령화되어 가다 보니 빈집이 늘어나고 남은 사람들은 차를 운전할 수 없을 정도의 나이가 되어 버리자, 올봄부터 이동슈퍼 트럭이 들어오고 있다. "저는 이동슈퍼 트럭을 자주 이용합니다. 일주일 치 식재료를 사놓고 먹지요. 냉동 생선부터 고기는 물론이고, 돈까스나 튀김류도 있고 토마토, 사과, 바나나 등 과일도 없는 것이 없답니다. 우리가 자주 다니는 슈퍼의 물건을 다 갖추었다고 보면 됩니다." 이동슈퍼 트럭을 자주 이용한다는 나까무라(84살) 씨는 이동트럭이 와줘서 매우 편리하다고 했다. 인구의 고령화로 북적대던 마을이 쪼그라들고 있다. 젊은이들이 떠난 버린 마을에는 빈집이 늘고 있고, 사람이 사는 집이라고 해도 노인들만 살고 있다. 일본의 가장 큰 온천이 있는 아
[우리문화신문= 일본 미시마에서 이윤옥 기자] “이 온천장 호텔은 유명한 곳이었지만 5년 전쯤에 문을 닫았답니다. 그리고 이 근사한 집도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구요. 저 집도 빈집입니다. 저기 나무가 울창한 저 집도 매물로 나와 있지요.” 이른 아침, 숲으로 둘러싸인 시즈오카현 미시마의 나가이즈미마을(長泉町)을 산책하며 이코 노리코(67) 씨는 그렇게 말했다. 어제(23일) 도쿄 날씨가 32도로 완전 찜통더위인데 견주어 나가이즈미마을의 아침은 선선하고 산바람까지 불어와 더욱 시원했다.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서 마치 설악산 깊숙이에서 맞이하는 아침처럼 상쾌한 미시마(三島)에서의 첫날 아침 산책은 ‘빈집’ 순례가 되고 말았다. “아침엔 보통 5시쯤 개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가고 있어요. 산속 마을이라 시원하기는 해도 해가 뜨면 뜨거워서 여름에는 일찍 나선답니다.” 7년 만에 만난 이토 노리코 씨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오늘 아침 6시에 산책하러 나가는 시간을 알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제 오후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여 특급 열차로 시부야까지 와서 거기서 다시 신칸센으로 갈아타고 노리코 씨가 살고 있는 미시마역(三島驛)까지 오는 데는 꼬박 3시간 이상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학생시절부터 교토의 명원(名園)에 매료된 나는 이후 교토로 이사 와서 산 지 30년이 지났다. 이 30년 동안 나는 금각사정원(金閣寺庭園), 은각사정원(銀閣寺庭園), 서방사정원(西芳寺庭園), 삼보원정원(三宝院庭園) 등을 비롯해 교토의 거의 모든 명원의 보수 및 수리를 담당해 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 정원의 미적 감각이나 예술성을 모두 익히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지금, 일본의 문화는 방향성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는 느낌이다. 다시 한번 과거의 일본문화를 되돌아볼 필요를 절실히 느끼는 지금이야말로 명원을 거닐며 깊은 감상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이는 《京の名庭(교토의 명정원, 1963)》을 쓴 나카네 킨사쿠 교수의 말이다. 일본 책이름의 《京の名庭》에서 필자는 ‘京’을 교토라고 번역했다. 그렇다. 일본에서 ‘京’은 천년고도 교토(京都)를 가리킨다. 이 말은 단순히 과거의 수도 교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京)자를 붙인, 경요리(京料理), 경과자(京果子), 경정(京庭)이라는 말은 ‘일본 전통의 자부심’이라는 으뜸 멋과, 맛과 미를 일컫는 것이다. 나카네 킨사쿠(中根金作, 1917~1995) 교수는 동경농업대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지난 4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학생들의 위문편지를 모아 입원 중인 여성독립운동가를 찾아오는 교사가 있다. 어제(15일), 이 시대의 마지막 생존 여성독립운동가이신 오희옥 지사 애국지사가 입원해 있는 서울중앙보훈병원을 찾아온 이는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성지고등학교(교장 목희상) 강연수 선생과 고3생인 전소민, 정지용, 김가연 학생들이다. “선생님께서 한국의 독립을 위해 솔선수범하시고 헌신하신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독립운동과 항일투쟁에 참가하신 점,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어렵고 힘드셨을 텐데, 저 같으면 할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성지고 3학년 정지용, 엽서 글 가운데- 강연수 선생은 올해 들어 학생들이 손수 쓴 엽서 96장을 한 장 한 장 두툼한 파일 2권에 담 아 전소민 양 등 3명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강연수 선생님은 올해로 벌써 4년째, 끊임없이 어머님(오희옥 지사)의 안부를 걱정하면서 용인의 학생들에게 독립운동의 역사를 알리고 기억, 기념하는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올해, 기흥구의 성지고등학교로 전근한 뒤, 고3 수험생을 맡아 항상 바쁘실 텐데도 짬을 내어 수업을 마치고 병원을 찾아주셨습니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압록에 서면 더욱 실감나는 분단이 서럽다 일제의 국토 침탈도 서러운데 그 일로 남북이 갈라지고 고착화되고 있는 현실은 더욱 서럽다 그 슬픈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압록의 물은 말없이 흐르고 있다 물은 결코 둘로 갈라진 적이 없다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한줄기로 흐를뿐이다 다시 하나의 물줄기로 온전한 압록이길 나는 거기 강변에서 오래도록 빌고 빌었다. - 2024. 7. 8.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백두산 천지를 보고 셔틀 버스로 한 30분 내려 온 곳에서 들린 백두산대협곡(중국명 장백산 금강대협곡)은 일설에 1989년 8월, 폭풍이 몰아친 뒤 백두산의 산림을 관리하던 인부가 발견하여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탐방객들을 위한 데크길이 놓여 있어 그 길을 걸으면서 왼쪽으로 나 있는 낭떠러지 길을 바라다보는 것이 탐방의 전부인데 데크 양옆에 웃자란 풀들로 협곡 조망이 시원치 않다. 협곡 중간중간에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기암괴석의 모양에 따라 중국에서 ‘쌍봉낙타’니 ‘서우망월’이니라는 표지판을 붙여 놓았지만 그 역시 시야를 가리는 나무들로 선명한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 협곡은 70km가 넘는다고 하지만 탐방객들은 1킬로 남짓의 데크길을 걷는 것으로 만족해야한다. 동양의 그랜드캐년이라면서 100년이 넘은 나무들로 자연경관이 빼어나다는 말과는 달리 백두산의 표고가 높은 탓에 아름드리 나무는 거의 목격되지 않았다. 일방통행으로 만들어 놓은 숲속 데크길 왼쪽에 펼쳐진 낭떠러지 같은 협곡이 아니라면 이런 숲길 정도야 우리나라 산에서도 볼 수 있는 그런 정경이 아닌가 싶다. 협곡 조망이 보다 잘 되도록 웃자란 나무들의 손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