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되새김] 들겨울달 세 이레 기분 탓인지 저녁에 먹은 먹거리 탓인지는 모르지만 아침에 일어나기가 한결 가볍습니다.일찍 눈을 뜬 뒤 누워서 이리저리 움직여 몸을 깨우고 일어나니 밥맛도 더 좋은 것 같습니다.여느 날보다 조금 일찍 나왔다 싶었는데 배곳(학교)에 닿으니 그리 일찍은 것도 아니더군요. 아래도 추워지니까 손발은 말할 것도 없고 얼굴 살갗도 더 힘이 없어진 느낌이 듭니다.눈물도 때를 가리지 않고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머리카락은 더 푸석푸석한 것을 보니 겨울이 더욱 깊어지는가 봅니다. 벌써부터 손과 발이 시려서 견디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둘레에 여럿 있고 나무에 달린 잎들도 바짝 말라서 쪼글쪼글한 것이 불이 가까이 가면 금방 불이 붙을 것만 같습니다.다른 나라이긴 하지만 불이 아주 엄청 크게 나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하고 했다는데 남의 일로 여기고 넘길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겨울철에는 늘 불조심을 해야만 합니다. 여러 날 앞부터 해야지 마음먹었던 일을 챙겨서 하려고 날이 어두워지기 앞에 배곳을 나섰습니다.수레도 손을 볼 게 있어서 동무 가게에 들렀더니 안쓰러운 듯이 얼른 바꾸라고 했지만 아직은 때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 우짖다/(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우짖다 [뜻] 1)새가 울며 지저귀다 [보기월] 그러고 생각하니 집에서나 배곳에서 새가우짖는소리를 들어 본 게 언젠가 싶었습니다. 일어날 때를 알리는 소리에 잠을 깨면 따뜻한 물을 마십니다.그러면 속도 잠에서 깨어나는 느낌입니다.아침을 먹고 씻으러 가면 씻을 때 소리꽃(음악)을 듣습니다.어제 아침에는 물소리 새소리가 담긴 소리꽃이 흘러나왔습니다.마치 제가 골짜기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그러고 생각하니 집에서나 배곳(배곳)에서 새가우짖는소리를 들어 본 게 언제였나 싶었습니다.제가 어릴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요즘도 시골집에 가면 집 앞 감나무에 앉은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말이지요.새도 살기 어려운 곳에 산다고 생각하니 좀 서글펐습니다. 늘 삿날(수요일)은 다른 날보다 더 바쁘지만 마음은 가볍습니다.옷도 좀 가든하게 입고 걸어서 갔습니다.배곳에 가자마자 하루 동안 할 일을 챙겨 놓고 티비엔 경남교통방송 토박이말바라기 꼭지에 나갔습니다. 끝나자마자 토박이말바라기 어버이 동아리 모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어제는 새로 오신 두 분과
[우리문화신문=이창수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62- 속셈, 붓셈, 삯,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2해(1949년) 만든 ‘셈본 5-1’의 16~17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16쪽 첫째 줄에 앞서 살펴본 적이 있는 ‘셈’이 나옵니다. ‘계산’이라 하지 않고 ‘셈’이라고 한 것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둘째 줄에 ‘속셈’이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가운데 ‘암산’이라는 말을 더 많이 자주 들은 분들은 낯설 것입니다. 하지만 어릴 때 ‘속셈’을 배우러 다닌 적이 있다는 분들 가운데 ‘속셈’의 뜻을 잘 모르는 분들이 있더군요. ‘속셈’에서 ‘속’이 ‘빠를 속’이니 ‘빨리 셈하는 것’을 뜻하는 것인 줄 알았다고 하는 분을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속셈’은 ‘연필, 계산기, 주판 따위를 쓰지 않고 머릿속으로 하는 셈’이라는 뜻입니다. 아홉째 줄에는 ‘붓셈’이 나옵니다. 아마 이 말을 처음 보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글을 보시는 분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필산’이라는 말을 더 자주 많이 보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붓셈’은 글자 그대로 ‘숫자를 적으면서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 우중우중/(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우중우중 [뜻] 몸을 일으켜 서거나 걷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보기월] 제가 가까이 가서 기척을 하니 우중우중 일어나 비켰습니다. 어제 아침은 잠이 좀 모자랐는데도 몸은 한결 가벼웠습니다.아침도 맛있게 챙겨 먹고 여느 날보다 조금 일찍 집에서 나섰습니다.배곳(학교)에 들어가려고 할 때 생각지도 않은 기별이 와서 수레를 돌렸습니다. 아이를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 헐레벌떡 뛰어 가는 아이들을 보니 옛날 생각도 났습니다.발수레를 숨이 차도록 밟고 달려와 언덕에서는 어쩔 수 없이 내려 땀을 뻘뻘 흘리며 발수레를 밀고 올라가곤 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허둥지둥 챙길 것을 챙기고 아침모임까지 마친 뒤에야 오늘 할 일들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다른 사람들 마음이 다 내 마음 같지 않기 때문에 어찌했던 제가 먼저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그리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의 앞날이 달린 일인 만큼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더욱 마음을 다잡아야 합니다. 곳곳이 막혀 있어 답답하긴 하지만 아이들이 밝게 웃는 얼굴을 떠올리며 기쁘게 하기로 마음을 먹
[우리문화신문=이창수기자] [토박이말 맛보기] 우주다/(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우주다 [뜻] 장사판에서 이익을 남겨 주다. [보기월] 누가우준다는 것을 마다하기 쉽지 않겠지만 씁쓸했습니다. 지난 닷날(금요일)비가 온다는 기별을 듣고 슈룹(우산)을 챙겨 나갔습니다.아침에는 비가 오지 않았지만 낮에 비가 조금 왔습니다.아이들은 비를 맞으며 밖에서 잘 놀더군요.그렇게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인데 놀 겨를이 넉넉하지 않아 늘 안쓰럽습니다.하지만 비를 맞고 고뿔에 걸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긴 했습니다. 둘레에 몸이 좋지 않아 쉬게 되는 분들도 계시고 애를 먹이는 아이들 때문에 일을 할 수 없게 된 분들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됩니다.집안이든 배곳(학교)이든 함께 지내는 사람들끼리 사이가 좋아야 되는데 그게 마음 같지 않으니 안타깝습니다. 사람이 몸에 좋지 않은 것을 자주 먹거나 많이 먹으면 덧이 나기 마련이고 마음이 좋지 않고 괴로워도 몸에 덧이 난다고 합니다.가만히 생각하니 저도 요즘 마음 쓰지 않아도 될 일에 마음을 쓰고 몸도 잘 챙기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에 좋은 것을 챙겨 먹기도 해야 하지만 몸에 나쁜 것을 덜 먹어
[우리문화신문=이창수기자] [토박이말 되새김] 들겨울달 두 이레 제가 춥다춥다 하니 날씨 탓을 할 게 아니라 몸을 챙겨 봐야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듣고 보니 그 말도 맞다 싶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어제 뒤낮(오후)부터 갑자기 재채기가 나서 고뿔이 걸린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게 재채기 끝에 고뿔이 오곤 했기 때문입니다. 바깥보다 안이 더 추운 것은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몸이 으슬으슬 추운 게 마뜩잖았습니다. 여러 가지 돌림병 돌아서 아이들한테 손과 발은 말할 것도 없고 몸도 깨끗이 씻으라는 말을 날마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고뿔에 걸리면 아이들을 볼 낯이 없지 싶었습니다. 안에서 걷는 것 말고 밖에 걷는 날이 많지 않아서 일부러 수레를 갖고 오지 않았습니다. 일을 마치고 나갈 때도 걸을 일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하지만 몸을 좀 데울 만큼 걸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날이 추워서 그런지 땀도 한 방울 나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동무들을 만나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다들 바쁘게 살아서 자주 만나지 못 하지만 만나면 그렇게 좋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 우적우적/(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우적우적 [뜻] 1)거침없이 기운차게 나아가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보기월] 아침부터 짧은 옷을 입고우적우적발수레를 타고 가고 있더라구요. 날씨가 사람 몸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음까지 자꾸 움츠러들게 하는가 봅니다.안에서 지내는 게 추워서 점점 더 두꺼운 옷을 입게 됩니다.아직 속옷(내복)을 입기는 그렇고 얇게 입고 가서 따뜻한 바람을 틀기도 그렇습니다.그래서 겉옷이 두꺼워지는 것이죠. 안 그런 척하다가 고뿔 걸리는 것보다 낫지 싶어서 어제는 울룩불룩 솜이 들어간 옷을 입고 갔습니다.저는 따뜻해서 좋았는데 길에서 지난해 배곳을 마친 아이를 보니 좀 머쓱해지더군요.아침부터 짧은 옷을 입고우적우적발수레를 타고 가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티비엔 경남교통방송 토박이말바라기 꼭지에서도 토박이말바라기 어버이 동아리에서도‘옷’이야기를 했습니다.우리에게 없던 새로운 몬(물건)이 들어오면 그 이름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우리가 쓰던 말에 뜻을 더해 썼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재킷’은‘저고리’와‘코트’는‘두루마기’와 생김새와 쓰임새가 비슷하니 갈음해 써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61-처음 임금님,셈하다,곱,사람,고른수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4282해(1949년)만든‘셈본5-1’의2~3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첫째 줄에‘처음 임금님이 되셨다고’라는 말이 있습니다.어떤 책에‘최초로 왕위에 올랐다’는 말이 나오는 것과 견주면 참으로 쉬운 풀이라고 생각합니다.셋째 줄에 나오는‘셈하여’도‘계산하여’라고 하지 않아서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보시다 시피‘단군기원’과‘서력기원’을 같이 가르치고 단군기원이 서력기원보다‘몇 해 먼저이냐?’라고 묻는 것도 마치 아이들에게 묻듯이 쉬운 말로 해서 눈에 얼른 들어왔습니다. 여덟째 줄과 아홉째 줄에 걸쳐‘우리나라가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었다’라는 풀이도‘식민 지배를 받았다’는 말보다 쉬운 풀이라서 반가웠고 열째 줄에 있는‘싸워 왔었다’도‘투쟁했었다’가 아니라서 더 좋았습니다. 3쪽에는‘큰 수’를 읽는 것을 다루고 있는데 오늘날 우리가 읽는 것과 다른 게 있습니다.먼저 둘째 줄부터 일곱째 줄까지 되풀이해서 나오는‘곱’이라는 말입니다.요즘 배움책에서‘배’를 쓰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
[우리문화신문=이창수기자] [토박이말 맛보기] 우세/(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우세 [뜻] 남에게서 비웃음을 받음.또는 그 비웃음. [보기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적지 않은 우세를 받았는데 잘 견뎠다 싶습니다. 사람들이 입는 옷을 보면 이제 겨울입니다.저도 어제 아침에 새로운 겨울옷을 입고 나왔습니다.배곳(학교)안이 바깥보다 더 서늘해서 얇은 옷을 입고 견디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아이들 가운데에는 머리에 쓰고 손에 끼는 것도 모자라 털옷까지 입고 와 앉아 있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조금만 움직이고 나면 땀을 뻘뻘 흘리며 덥다고 문을 열자고 합니다.저는 썰렁해서 자꾸 닫았으면 싶은데 아이들이 열자고 하면 이길 수가 없어서 여는데 저는 춥습니다.속에 짧은 옷을 입고 겉에 두꺼운 옷을 입으면 좀 좋을 텐데 하면서 말입니다. 어떤 분이 기별을 들었다면서 토박이말 놀배움이 널리 퍼져 나가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제가 들인 힘에 견주어 좀 오래 걸렸다고 하셨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적지 않은우세를 받기도 했는데 잘 견뎠다 싶습니다.곁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시
[우리문화신문=이창수기자] [토박이말 맛보기] 우련하다/(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우련하다 [뜻] 1)모양이 잘 안 보일 만큼 보일 듯 말 듯 어렴풋하다 [보기월] 불이 어두워우련했지만옛날에 갔던 바위가 아닌 것은 틀림이 없었습니다. 지난 닷날(금요일)토박이말 놀배움감을 만드는 아이들에게 줄 책이 있어서 밤에 배곳(학교)지키는 분께 맡기고 나왔습니다.마치고 가는 길에 들러 가져 가기로 했는데 아이들끼리 때를 못 맞춰 가져가지 않았다는 기별을 받았습니다.한날(월요일)에 만나기로 했는데 놀배움감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책이라 얼른 주고 싶습니다. 엿날(토요일)마침배곳(대학원)배움을 도왔습니다.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배움을 이어가시는 분들이라 늘 우러러 보게 됩니다.그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챙기고 있습니다.그런 제 참마음과 챙김이 이어져 앞으로 하실 일에 작으나마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배움을 마치자마자 가시어머니 일흔 돌 돌잔치에 갔습니다.제가 늦게 마치는 바람에 다른 식구들이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고 저희는 좀 늦게 자리를 하게 되었습니다.맛있는 저녁을 먹고 마음을 모아 차린 조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