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살리기]1-92 맞갖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맞갖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마음이나 입맛에 꼭 맞다'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마음에 맞갖지 않은 일자리라서 거절하였다. 입에 맞갖지 않은 음식이겠지만 많이 들게. 한시라도 공주의 손길이 닿지 아니하면 모든 것이 불편하고 마음에 맞갖지 않은 때문이다.(박종화, 다정불심)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무엇이 마음이나 입맛에) 딱 알맞다.'로 풀이를 하고 "나는 음식이든 무엇이든 아내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마음에 맞갖지 않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두 가지 풀이를 보고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맞갖다: 무엇이 마음이나 입맛에 꼭 맞다(알맞다). 낱말 풀이에도 나오지만 우리가 살면서 '꼭 맞다', '알맞다', '딱 맞다'는 말을 쓸 일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리고 그렇지 않음을 나타내야 할 때도 많습니다. 그럴 때 '맞갖다'는 말을 떠올려 써 보면 좋을 것입니다. , "많이 남기신 걸 보니 오늘 밥은 맞갖지 않은가 봅니다?", "그 사람 말하는 게 맞갖았는지 그 자리에서 바로 함께 일을 하자고 했습니다.", "네 마음에 맞갖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살리기]-온겨울달(섣달, 12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지난달은 겨울로 들어서는 달이라고 ‘들겨울달’이라고 했었는데 이달은 온이 겨울로 가득찬 달이니 ‘온겨울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해 가운데 밤이 가장 긴 ‘동지’를 ‘온겨울’이라고 하는데 ‘온겨울’, ‘동지’가 든 달이라 그렇게 부른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오늘은 온겨울달, 섣달, 12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을 알려드립니다. 달이 바뀌고 이레 만에 드는 철마디(절기)는 눈이 엄청 크게 많이 내린다는 ‘한눈’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이 있는 지리산에 올해 들어 첫눈이 내렸다는 기별을 들은 지가 거의 보름이 되어 갑니다. 길눈이 내리기도 하는 곳에서는 지겨울 만큼 자주 오지만 우리 고장에서 잣눈은커녕 자국눈 구경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몇 해 앞에 밤새 도둑눈이 내려 아침에 일터로 가는 사람들을 엄청 어렵게 만들었던 일도 이제는 가물가물 합니다. 다른 곳에 갈 일이 있어 나갔다가 숫눈 위에 발자국을 찍기도 하고 쌓여 있는 눈을 뭉쳐 던져 보기도 했습니다. 어릴 때는 눈을 크게 뭉쳐 눈사람도 만들고 동무들과 눈싸움도 했는데 그렇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40- 언젠가 라는 날은...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언젠가' 라는 말은 끝내 오지 않는다."야. 이 말은 미국에서 이름난 살림깨침이(경제학자) 가운데 한 분인 헨리 조지 님이 남기신 거라고 하는 구나. 많은 사람들이 흔히 쓰는 '언젠가'라는 말을 될 수 있으면 쓰지 말라고 하신 말씀이지 싶어. 아마 이 글을 보는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언젠가 밥 한 끼 하자."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들을 때도 있었을 거야. 이처럼 나날살이(일상생활)에서 그야 말로 언제가 될 지 모르는 그 때, 그 날을 꼭 집어 말할 수가 없어서 '언젠가'라는 말을 쓸 수 있고 또 앞으로도 쓰거나 듣게 될 거야. 그렇지만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와 같은 삶의 길을 굳힐 때는 이 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거라고 생각해. 너희들도 어떤 일을 앞두고 "무엇을 언젠가는 할 거야." 또는 "두고 봐 언젠가는 하고 말 거야."라는 다짐을 더러 한 적이 있을 거야. 그런데 그 일을 제대로 이루거나 해 낸 적이 있는지 떠올려 보면 왜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 바로 알 수 있지. 오늘 앞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살리기]1-91 맛장수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맛장수'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아무런 멋이나 재미 없이 싱거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는데 보기월은 없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도 '아무 재미도 없이 싱거운 사람'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지만 보기월은 없습니다. 두 가지 풀이를 보고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맛장수: 아무런 멋이나 재미 없이 싱거운 사람을 빗대어 이르는 말 그리고 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는 이렇게 싱거운 사람을 '맛장수'라고 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장수'는 '장사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소장수'는 소를 파는 사람이고 '밤장수'는 밤을 파는 사람이니까 '맛장수'는 '맛을 파는 사람'이 됩니다. '소장수'는 '소'가 있어야 되고, 밤장수는 밤이 있어야 되는데 '맛장수'는 '맛이 없는' 것이 서로 맞지가 않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싱거운 사람에게 맛을 좀 사서라도 가지고 있어야 될 사람으로 생각했거나 맛을 팔다보니 다 팔아버리고 남은 게 없는 사람으로 여겨서 그런 말을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어쨓든 우리가 흔히 '싱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노래에서 길을 찾다] 22-소리 오늘 들려 드릴 노래는 '소리'입니다. 이 노래는 4351해(2018년)에 나왔으며 앞서 알려 드린 노래와 같이 '미스터 션샤인'이라는 극의 벼름소노래(주제곡) 가운데 하나입니다. 남혜승, 박진호 두 분이 함께 노랫말을 쓰고 가락을 붙였으며 악동 뮤지션의 이수현 님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소리를 마음으로라도 듣고 싶어하는 그리운 마음이 잘 나타나 있으며 이수현 님의 구슬 처럼 울리는 목소리가 더해져서 더 큰 울림을 주는 노래입니다. 노랫말이 다른 노래에 견주어 좀 긴데 계속, 매일, 혹시, 미소, 당신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계속'은 '자꾸', '매일'은 '날마다', '혹시'는 '어쩜', '미소'는 '웃음', '당신'은 '그대'로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별이 떠오르는 것과 같이 함께 떠오르는 그 사람. 손을 젓고 또 저어도 자꾸 떠올라 끝내 눈물이 떨어지지만 들킬까봐 얼른 닦아버리는 모습이 그림처럼 그려졌습니다. 내 마음을 모질게 아프게 하는 그대의 숨소리, 목소리 꿈에서도 아픈 그대의 소리라고 한 것과 구름 따라 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살리기]1-90 맛바르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맛바르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맛있게 먹던 음식 이 이내 없어져 양에 차지 않는 감이 있다'라고 풀이를 하고 "차가운 식혜가 맛있다고 네가 다 먹어 버려서 맛바르잖아."를 들어 놓았습니다."를 보기월로 들어 놓았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음식이) 맛있게 먹던 음식이 다 없어져 양이 차지 않아 마음이 시들하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는데 보기월은 없었습니다. 두 가지 풀이를 보고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맛바르다: 맛있게 먹던 먹거리가 이내 없어져 배가 차지 않아 마음이 시들하다. 우리가 살다보면 뭔가 맛있는 것을 먹다가 배가 차지 않아 좀 더 먹고 싶은데 먹을 게 없어서 아쉽다 싶을 때가 더러 있지요? 그럴 때 그만 먹는 게 속에는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배가 부른 느낌이 들 때까지 먹고 나면 곧 배가 너무 불러서 거북해지곤 합니다. 흔히 밥을 먹을 때 "조금 적다 싶을 때 그만 먹는 게 좋다."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맛바를 때 그만 먹는 게 좋다."고 하면 좋을 것입니다. "통닭 한 마리를 시켜서 둘이 먹으니 맛바른데 뭐 좀 더 먹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요즘 배움책에서 살려 쓸 토박이말]7-닿소리 이름 1학년 국어 배움책(교과서) 둘째 마당 ‘재미있게 ㄱㄴㄷ’에서 둘째로 배우는 배움거리(공부할 문제)가 “자음자의 이름을 안다.”입니다. 다들 배우셨기 때문에 잘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닿소리 이름을 말해 보라고 하면 거의 다 ‘ㄱ’부터 ‘ㅎ’까지 말씀을 하십니다. 그런데 그걸 글로 써 보라고 하면 하나도 틀리지 않고 다 맞히는 사람이 많지 않더라구요. 왜 그럴까요? 어른들도 다 맞히기가 어려운데 1학년 아이들은 어떻겠습니까? 아시는 바와 같이 열네 가지 닿소리 이름은 ㄱ(기역), ㄴ(니은), ㄷ(디귿), ㄹ(리을), ㅁ(미음), ㅂ(비읍), ㅅ(시옷), ㅇ(이응), ㅈ(지읒), ㅊ(치읓), ㅋ(키읔), ㅌ(티읕), ㅍ(피읖), ㅎ(히읗)입니다. 닿소리 이름을 잘 보시면 열넷 가운데 열하나는 같은 짜임으로 되어 있는데 셋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 드리면 열셋은 모두 닿소리를 ‘☆’이라고 했을 때 ‘☆ㅣ’의 짜임으로 되어 있는데 ‘ㄱ(기역)’, ‘ㄷ(디귿)’, ‘ㅅ(시옷)’은 그런 짜임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1학년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온 나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살리기]1-89 맛문하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맛문하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몹시 지친 상태에 있다'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수많은 식솔들을 거두느라 바쁜 나날에 시달려 온 맛문한 가장의 얼굴이랄까.(이영치, 흐린 날 황야에서)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사람이) 몹시 지쳐 있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으나 보기월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두 가지 풀이를 보니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의 풀이가 더 쉽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언제 좀 나아지려나 싶지만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 때문에 몹시 힘들어 하시고 지치신 분들에게 맞는 말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살다보면 밤 늦게까지 일을 하고 또 아침 일찍 일어나 일을 해야 할 만큼 일이 많을 때도 있습니다. 가끔 그런 게 아니라 날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 분들은 이 맛문하다는 말이 바로 와 닿지 싶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보면 몸이 견디기 어렵습니다. 쉬어 가며 일을 해야 오래 할 수 있다는 것도 잘 아실 것이고 그렇게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로 '무리하거나, 과로하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경남교육청(교육감 박종훈)과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으뜸빛 강병환)가 함께 마련한 토박이말 잔치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 열달 스무닷새(10월 25일)부터 오는 들겨울달 스무날(11월 20일)까지 열리게 될 여섯 돌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는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 때문에 누리집(온라인)에서 열고 있습니다. 올 한 해 동안 펼친 토박이말 놀배움 열매들을 거두어 나누고 아이들이 갈고 닦은 토박이말 솜씨를 뽐내는 자리입니다. 잔치 누리집은 인터넷 주소창에 ‘토박이말 잔치.kr’을 치거나 네이버, 다음 검색창에 ‘토박이말잔치’를 쳐서 나오는 ‘여섯돌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를 누르면 들어갈 수 있습니다. ※ 잔치 누리집으로 바로 가기: 누리집에 들어가면 토박이말을 놀 듯이 배울 수 있는 ‘누리 놀배움’ 자리도 있고, 토박이말 겨루기에 함께할 수도 있습니다. 토박이말 겨루기를 한 낱사람과 뜸(개인과 학급)에 손씻이(선물)도 드립니다. ‘다녀갑니다’에 토박이말 잔치 구경을 한 느낌, 생각을 글로 남길 수 있습니다. 글을 남긴 사람 가운데 몇 사람을 뽑아 손씻이(선물)도 준다고 하니 글을 남겨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차림판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책에서 길을 찾다]5-싸움터, 종살이 오늘 되새겨 볼 글도 지난 글에 이어서 이극로 님의 '고투사십년' 안에 있는 유열 님의 '스승님의 걸어오신 길'에 있는 것입니다. 월에서 제 눈에 띄는 말을 가지고 생각해 본 것을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해외 생활 이십년 드디어 1929년 정월에 민족적인 사명을 스스로 지시고, 왜족의 눈초리 날카로운 요꼬하마(橫濱) 부두에 내리시어 일로 슬픔 어린 조국 조선으로 들어오셨다. 조선 사람으로서는 처음인 경제학 박사의 영예스러운 학위를 받고, 누가 보아도 몸에 비단을 감고 고향에 돌아오는 성공의 길이언만, 사실에 있어서는 가슴 깊이 조국재건의 경륜을 품으시고 손에는 비수를 들고 싸움터에 들어온 것이었다. 왜족 아래에서 종 살이 열 몇해에 우리의 겨레는 어찌되었나, 거리마다 날뛰는 것은 주구의 무리의 환통이었으니 우리의 참다운 동포의 정상, 그리고 왜족의 말발굽 밑에서 우리의 강산은 어이 되었나? 불 타는 조국애의 심희로 여러달이란 긴 날짜를 걸쳐 우리 동포가 살고 있는 이 강산 골짝 골짝을 샅샅이 자세히 살피시었다.[이극로(2014), 고투사십년, 227쪽. 스승님의 걸어오신 길_유열] 먼저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