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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거사의 중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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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ㆍ은ㆍ주옥 등의 노리개를 사 줄 것

무심거사의 중편소설 <열 번 찍어도> 30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반지 선물을 사기 위하여 두 사람은 프라이드를 타고 잠실 롯데 백화점으로 가서 지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층 여성용품 매장으로 갔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1층 매장은 귀금속, 화장품, 구두, 가방 등 여성들이 좋아하는 물건들을 파는 곳이다. 남자들이 돈을 열심히 벌면 결국 쓰는 것은 여자들이다. 백화점으로서는 여성고객 중심으로 매장의 위치를 정해야 할 것이다. 선물을 받으면 누구나 기분이 좋겠지만, 특히 여성들은 선물을 받으면 쉽게 마음을 여는 법이다. 여자가 선물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책에서 배운 것은 아니고 살다 보니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아내와 부부싸움을 한 뒤에 아내를 달래려면 다음 날 작은 선물을 들고 가면 쉽게 풀렸다. 하다 못하면 호떡 2,000원어치라도 사 들고 들어가면서 ‘여보, 이거 당신 주려고 사 왔어’라고 말하면, 대개는 마음이 풀린다. 여자들은 특히 보석을 좋아한다. 요즘에는 젊은 남자들도 귀걸이를 하지만 여자들이 귀걸이를 하고 보석 반지를 끼는 것은 꽤 역사가 깊은가 보다. 옛날 선사시대의 조개 무덤인 패총에서도 여자의 장신구가 발견되었으며 박물관에 가보면 옛날 사람들이 쓰던 금과 은으

남자가 여자보다 더 아름다울지도 몰라

무심거사의 중편소설 <열 번 찍어도> 29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아가씨의 말을 들어보니 화장하는 일이 그렇게 간단히 되지 않는단다. 출근 전에 반드시 화장하는 데 꼬박 1시간이나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매일 하지는 않지만, 머리까지 손보면 추가로 20분이 걸리는데, 오늘은 머리를 하다가 그만 늦었다고 한다. 아내가 화장하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30분이 채 안 걸리던데, 아마도 아가씨의 화장은 특별한가 보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전문적이고 복잡한 화장을 하는가 보다. 그러나 그까짓 화장에서 1시간씩 소비한다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가 화장하는 것은 남자가 면도하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화장은 아름답게 보이고 싶다는 본능의 표현이다. 여자로 태어나면 화장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본능이기 때문에 배고프면 밥을 먹고 싶은 생각이 나는 것처럼 억제할 수 없다. 재미있는 것은 짐승이나 새의 경우에는 암컷보다는 수컷이 더 요란하고 외모로 보아도 아름답다. 그런데 유독 사람만 여자가 더 요란하게 치장하고 아름다운 것은 웬일일까? 혹시 다른 짐승의 눈에는 여자보다 남자가 더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까? 자연의 법칙에 예외라는 것은 없으니 말이다. 그전에 언젠가 생물학과 박

젊은 여자가 모두 아름답게 보이는 까닭은?

무심거사의 중편소설 <열 번 찍어도> 28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여섯 번째 만남 일주일이 조금 지나 미스 최 한테서 전화가 왔다. 내일이 금요일인데 《아리랑》 제5권과 선물로 준 책을 다 읽었으니 만나자고 한다. 원래는 한 달에 한 번이나 만날까 예상했었는데, 너무 속도가 빠르다. 이러다가 일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젊은 아가씨가 만나자고 하는데 남자로서 고자가 아닌 바에야 어떻게 거절한다는 말인가? 지금까지 5번 만났지만 아직까지 금전적인 면에서 그리고 성적인 면에서 부담이 없이 그저 친구 만나듯 했으니 더욱 뿌리치기 어렵다. 김 교수는 5시에 잠실의 호텔로 가겠다고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 김 교수는 프라이드를 운전하고 잠실로 갔는데, 그날은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차가 밀려 5시 10분에야 겨우 도착했다. 십 분 지각이다. 2층 커피숍에 올라가 둘러보니 아가씨가 보이지 않는다. 기다리다가 갔나? 김 교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이 나이에 바람맞는 것은 아닌가? 그럴 리가 없지. 아, 내가 아가씨에게 빠져드는가 보다. 김 교수는 ‘아가씨가 조금 늦겠지’라고 위안하면서 제일 안쪽 자리에서 입구를 바라보며 소파에 앉았다.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나 지루한 법이다

당신을 만난 1996년은 아름다운 해였습니다

무심거사의 중편소설 <열 번 찍어도> 27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몇 시간 동안 부담 없이 즐겁게 지냈다. 술값은 공통 경비에서 부담하고 팁은 각자 알아서 주기로 했다. 기분이 좋으면 많이 주고 아가씨가 그저 그러면 기본만 주고 각자 알아서 할 일이다. 유성은 서울에 비하여 팁값이 좀 싸서 기본이 5만 원이라고 한다. 김 이사는 최 진희와 헤어지면서 “오늘 진희와 즐거웠어요”라고 말하면서 흰 봉투를 주었다. 그러면서 봉투를 나중에 열어보라고 말했다. 최 진희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서 봉투를 받았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아가씨가 봉투를 열어보니, 봉투에는 현금 5만 원과 5천 원짜리 도서교환권 두 장이 들어 있었다. 유성에 다시 내려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김 교수는 아가씨의 전화번호를 묻지 않았다. 아가씨에게 명함을 주지도 않았다. 아가씨도 김 이사의 전화번호를 묻지 않았다. 가벼운 인사만 하고 헤어졌다. 밤늦게 호텔로 돌아와 집 떠난 남자들은 모두 오랜만에 잘 잤다. 이튿날 아침에 햇님이 동쪽 창을 두드릴 때쯤 일어나 유성에 있는 군인휴양소(일반에게도 공개되고 있었다)에 가서 사우나를 했다. 사우나에서 벌거벗고 목욕을 같이 하니 교수들 사이의 친목이 더해지는 것 같았다.

존경하는 사람은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무심거사의 중편소설 <열 번 찍어도> 26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그런데,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우리나라는 남자들이 집에서 술 마시는 습관이 발달하지 않고 술집(옛날 같으면 기생집)에서 술을 먹기 때문에 술 시중을 드는 직업여성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술집 여성과 남자 손님 사이에 여러 가지 형태의 남녀관계가 가능하지만 가정 파탄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자의 외도를 ‘바람’이라고 표현하였다. 남자의 바람은 일시적인 객기 정도로 취급하여 가정 파탄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바람이란 잠시 불다가 시간이 지나면 멈추는 것이니까. 유교 문화권에 속하는 우리나라에서 남자의 바람을 도덕적으로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독특한 술 문화가 오랫동안 전통으로서 내려오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기본적으로 기독교 문화권이다. 기독교의 10계명에서는 남자의 바람을 죄라고 간주한다. 기독교 윤리에서는 남자의 바람을 용인하지 않는다. 서양에서는 일찍부터 파티 문화가 발달해 우리나라의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같은 형태의 술집이 나타나지 않았다. 서양에서는 남자들이 퇴근한 뒤에 직장 동료와 함께 여자 있는 술집에 가서 한잔 한다는 그런 풍습이 없다. 특히 미국 남자들은

술집 아가씨의 이름을 모두 자기 아내 이름으로

무심거사의 중편소설 <열 번 찍어도> 25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모처럼 집을 떠난 남자들은 새장에서 벗어난 새 같은 기분이 되었다. 가장의 책임과 교수의 의무를 벗어나 모두 홀가분한 자유를 느끼게 되었다. 저녁식사 뒤에 집을 떠난 남자들은 자연스럽게 술집에 갔다. 서울에서 술집에 가면 룸에 들어온 아가씨가 혹시 학생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없지 않아 있다. 이러한 불안감은 사실 근거가 있다. 장 교수의 말에 따르면 어느 날 사업하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자기가 술집에서 만나 사귀던 아가씨가 너희 학교 학생인데 요즘은 잘 만나주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그 친구는 아가씨의 이름을 대면서 전화번호를 알아봐 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하더란다. 김 교수도 그런 비슷한 말을 주변의 몇 사람에게서 들었다. 술집에 갔는데 옆자리에 앉은 아가씨가 자기를 대학생이라고 소개하면서 학교와 학과까지도 스스럼없이 밝히더라는 것이다. 요즘 대학생은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아르바이트로 술집에 나가는 사람이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니 교수 처지에서는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다가 자기 강의를 듣는 학생이 우연히 술자리에서 옆에 앉게 된다면? 술맛 떨어지는 이야기이다. 교수라는 직업이 다른 것은 다 좋

서울서 오는 남녀 손님 탓에 방 구하기 어려워

무심거사의 중편소설 <열 번 찍어도> 24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다섯 번째 만남 김 교수 학과 교수들은 한 학기가 끝나면 수련회를 가는 전통이 있다. 교수 사회를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최고의 지성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 대학이다. 그러나 같은 학과 교수들끼리 화목하게 지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로 치고받고 싸우지야 않지만, 실력 있고 자존심이 높은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지 사이좋게 지내는 집단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속담이 있다. 사람은 배울수록 겸손해야 되지만 실은 그렇지 못한 사람이 많아서 그런 속담이 생겼을 것이다. 모든 세상사에는 양면성이 있다. “고개 숙인 벼”라는 속담도 있지만 “제 잘난 맛에 사는 게 인생”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박사 학위를 딴 으뜸 지성인들이 모두 제 잘난 맛에 살기 때문에 함께 어울려 사는 데에는 미숙한 곳이 교수 사회이다. 그럼에도 김 교수의 학과 교수들은 매 학기 마지막 성적처리가 끝나는 날에 1박 2일로 수련회를 간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그런 전통을 가진 학과는 드물 것이다. 기말고사의 성적처리가 끝나기 전에 학과 회의에서 교수 수련회를 유성 온천으로 가기로 날짜를 잡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날이

은근히 걱정되어 슬그머니 팔짱을 뺐다

무심거사의 중편소설 <열 번 찍어도> 23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다 보니 벌써 7시가 되었다. 새로 나가는 술집은 강남에 있는 라마다 르네쌍스 호텔 근처에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거기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제안했고 미스 최는 “오빠, 고마워요.”라고 화답했다. 김 교수는 카운터에서 계산하고 커피숍을 나섰다. 아가씨는 옆으로 오더니 자연스럽게 팔장을 끼었다. 김 교수는 속으로 걱정이 되었지만, 팔장을 뿌리치지는 못했다. 그날은 호텔 옆의 지상 주차장이 좁아서 뒤쪽 골목 건너편에 있는 3층짜리 주차건물에 주차했었다. 호텔 정문을 나와 뒤쪽 주차장까지 걸어가야 했다. 어두워진 길에는 사람들이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김 교수는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어떻게 하나라고 은근히 걱정되어 슬그머니 팔짱을 뺐다. 아가씨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로 가는 길은 벌써 퇴근시간이 되어서인지 길이 막혔다. 서울거리가 안 막힐 때가 있나? 계속 차가 가지 못하고 서게 되자 김 교수는 걱정이 되살아났다. 반대편 차선에서 오는 차도 서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연히 운전자끼리 눈이 마주쳤다. 대개는 남자가 운전을 하지만 차가 늘어나서인지 여성 운전자도 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