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그런데,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우리나라는 남자들이 집에서 술 마시는 습관이 발달하지 않고 술집(옛날 같으면 기생집)에서 술을 먹기 때문에 술 시중을 드는 직업여성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술집 여성과 남자 손님 사이에 여러 가지 형태의 남녀관계가 가능하지만 가정 파탄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자의 외도를 ‘바람’이라고 표현하였다. 남자의 바람은 일시적인 객기 정도로 취급하여 가정 파탄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바람이란 잠시 불다가 시간이 지나면 멈추는 것이니까. 유교 문화권에 속하는 우리나라에서 남자의 바람을 도덕적으로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독특한 술 문화가 오랫동안 전통으로서 내려오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기본적으로 기독교 문화권이다. 기독교의 10계명에서는 남자의 바람을 죄라고 간주한다. 기독교 윤리에서는 남자의 바람을 용인하지 않는다. 서양에서는 일찍부터 파티 문화가 발달해 우리나라의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같은 형태의 술집이 나타나지 않았다. 서양에서는 남자들이 퇴근한 뒤에 직장 동료와 함께 여자 있는 술집에 가서 한잔 한다는 그런 풍습이 없다. 특히 미국 남자들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모처럼 집을 떠난 남자들은 새장에서 벗어난 새 같은 기분이 되었다. 가장의 책임과 교수의 의무를 벗어나 모두 홀가분한 자유를 느끼게 되었다. 저녁식사 뒤에 집을 떠난 남자들은 자연스럽게 술집에 갔다. 서울에서 술집에 가면 룸에 들어온 아가씨가 혹시 학생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없지 않아 있다. 이러한 불안감은 사실 근거가 있다. 장 교수의 말에 따르면 어느 날 사업하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자기가 술집에서 만나 사귀던 아가씨가 너희 학교 학생인데 요즘은 잘 만나주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그 친구는 아가씨의 이름을 대면서 전화번호를 알아봐 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하더란다. 김 교수도 그런 비슷한 말을 주변의 몇 사람에게서 들었다. 술집에 갔는데 옆자리에 앉은 아가씨가 자기를 대학생이라고 소개하면서 학교와 학과까지도 스스럼없이 밝히더라는 것이다. 요즘 대학생은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아르바이트로 술집에 나가는 사람이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니 교수 처지에서는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다가 자기 강의를 듣는 학생이 우연히 술자리에서 옆에 앉게 된다면? 술맛 떨어지는 이야기이다. 교수라는 직업이 다른 것은 다 좋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다섯 번째 만남 김 교수 학과 교수들은 한 학기가 끝나면 수련회를 가는 전통이 있다. 교수 사회를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최고의 지성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 대학이다. 그러나 같은 학과 교수들끼리 화목하게 지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로 치고받고 싸우지야 않지만, 실력 있고 자존심이 높은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지 사이좋게 지내는 집단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속담이 있다. 사람은 배울수록 겸손해야 되지만 실은 그렇지 못한 사람이 많아서 그런 속담이 생겼을 것이다. 모든 세상사에는 양면성이 있다. “고개 숙인 벼”라는 속담도 있지만 “제 잘난 맛에 사는 게 인생”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박사 학위를 딴 으뜸 지성인들이 모두 제 잘난 맛에 살기 때문에 함께 어울려 사는 데에는 미숙한 곳이 교수 사회이다. 그럼에도 김 교수의 학과 교수들은 매 학기 마지막 성적처리가 끝나는 날에 1박 2일로 수련회를 간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그런 전통을 가진 학과는 드물 것이다. 기말고사의 성적처리가 끝나기 전에 학과 회의에서 교수 수련회를 유성 온천으로 가기로 날짜를 잡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