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나는 가곡 부르기를 좋아한다. 시 가사와 가락이 감미롭게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저녁 염불도 마치 가곡을 부르듯 읊조리곤 한다. 가곡은 중ㆍ고등학교 시절 접한 이후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멀어졌지만, 다행히 한 복지회관 가곡반에 가면서 다시 그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옆자리 여성분께 말을 건넸다. “아주머니, 언제부터 가곡을 하셨어요? 어려운 곡도 잘 부르시던데...”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올 초부터 시작했어요. 그런데 아직도 ‘아주머니’라는 말을 쓰세요?” 순간 나는 당황해하며, “그러면 어떻게 불러야 하죠?” 하고 되물었다. “몰라요!” 하고는 그녀는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아주머니’란 말이 뭐가 잘못됐지?”라고 생각하며 그 뒷모습을 한참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가 올 3월에 부탄을 취재차 방문했을 때였다. 안내자와 함께 길을 가던 중, 그가 현지 주민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호칭을 쓰는 방식에 호감이 갔다. 순간순간 그 의미를 물어 알 수 있었는데, 부탄은 전통문화를 소중히 지키는 나라답게 호칭 역시 옛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한국과 비슷한 점이
[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3월 21일 아침 9시, 랑중 수도원 게스트하우스 문을 나서자 차가운 고산의 공기가 뺨을 스쳤다. 오늘의 여정은 동부 부탄 트라시강(Tashigang)주, 해발 약 3,500m의 매락(Meak) 마을로 트라시강 중심 도시에서 산길로만 7~8시간을 달려야 닿을 수 있는 두메다. 인근의 사크텡(Sakteng)과 함께 브록파(Brokpa) 문화권을 형성한 곳으로, 고지대 사람들의 숨결이 여전히 살아 있는 마을이다. 사방은 히말라야의 탁 트인 초원과 침엽수림, 그리고 설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매락으로 향하는 길은 한마디로 ‘험난’했다. 안개가 시야를 가리고, 구불구불한 산길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폭이었다. 원래 이 길은 마을을 잇는 좁은 오솔길에 불과했지만, 2012년이 되어서야 차량 통행이 가능하도록 넓혀졌다. 그전까지 매락은 ‘특별 허가’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제한 구역이었다. 전기와 휴대전화 신호가 닿기 시작한 지도 불과 몇 해 전이고, 초등교육 시설 역시 이제 막 뿌리를 내리는 중이다. 그럼에도 부탄은 전통과 생태를 해치지 않으려 ‘필요 이상의 개발’을 하지 않는다. 덕분에 매락은 천 년 넘게 이어온 자연과 생
[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며칠 전, 김포의 한 단독주택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30대 남성이 60~70대의 부모와 형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아침 뉴스를 접한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또 친 아버지가 조립한 공기총으로 자식이 있는 아들을 살해했다는 보도가 꼬리를 잇고 있다. 이런 비극은 멀리 떨어진 세상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동네, 우리 곁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들이다. 날마다 방송되는 끔찍한 사건들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강력 범죄, 존속살해, 성폭력, 청소년 범죄, 보이스피싱… 사건마다 무시무시하고 치가 떨린다. 범죄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치밀하고, 지능화 되어가고 있고, 잔혹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회는 이에 대한 긴장감을 점점 놓아버리는 듯하다. 제도는 완화되고, 감시망은 느슨하다. 죄는 진화하는데, 방어선은 퇴화하고 있는 듯하다. 강력 범죄자들을 처벌하는데도 얼굴을 가리는 등 신상 공개를 주저하고 죄의 대가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 범죄는 문화 수준과 비례한 것 같다. 문화가 발달할수록 범죄가 더 무자비해지고 지능화가 된다는 뜻이다. 이런 사건들을 목도 하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