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삶은 전쟁터다.
매일 승부가 갈리는 것은 아니지만,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다투어야 할 때도 있고, 한 걸음 물러서야 할 때도 있다. 그런 하루하루의 전투가 모여 삶이라는 거대한 전쟁이 된다.
2,500여 년 전 ‘손무’라는 책사가 지은 《손자병법》은 그래서 오늘날에도 유효한 삶의 지침서다. 진짜 전쟁에서 적군을 상대하는 군인은 물론이고, 일상에서 분투하는 평범한 이들에게도 《손자병법》은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실용서’다.
이 책은 그런 《손자병법》의 원문에, 지은이 박훈이 해설과 사례를 곁들인 책이다. 고전은 대개 원문만으로는 그 웅대한 뜻을 깨치기 어렵고, 해설과 함께 보아야 그 뜻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고전의 글귀에 대한 좋은 해설을 듣기 위해 식견이 높은 선생을 찾아가 배우곤 했다.
이 책 또한 용병의 원칙과 전쟁의 기본에 대해 상세히 풀이하고, 중국 역사와 우리 역사를 인용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우리 역사가 나오는 사례는 비록 많지 않지만, 하나하나 새겨보면 오늘날 업무를 할 때도 적용할 만한 부분이 많다.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으면 두려울 것이 없다’ 편에서는, 적이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공격을 당해도 문제없을 정도로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방심하지 않는 삼엄한 경계태세는 이순신 장군이 수많은 전투에서 패배하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p.135)
이순신의 함대가 견내량에서 왜선과 대치할 때의 일이다. 어느 달 밝은 밤, 이순신은 갑옷을 입은 채 북을 베개 삼아 누웠다가, 갑자기 일어나 술을 가져오게 하여 한 잔을 마셨다. 그러고 나서 부하들을 불러 모아 이렇게 명했다.
“왜인은 원래 교묘한 무리들이오. 달빛이 없을 때는 아군을 기습할 것이나, 오늘처럼 달빛이 밝을 때도 쳐들어올 수가 있소. 그러니 경계를 느슨히 해서는 아니 되오.”
과연 그날은 왜군이 그림자가 드리워진 바다를 따라 은밀히 아군의 함선에 접근하고 있었다. 아군을 급습하려 했으나 경계태세가 만만치 않자 곧 물러나고 말았다. 이순신의 부하들은 새삼 그의 심모원려(深謨遠慮)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용병의 원칙’ 편에서는 군사를 운용하는 기본 전략을 설명한다. 지금 맞서는 적군이 정예부대인지, 미끼로 내놓은 병력인지, 적군이 위치한 지형은 어디쯤인지 전반적으로 살펴 군사를 움직여야 한다. 적을 세밀히 살피지 못한 채 공격을 감행한다면, 임진왜란 때 명나라 제독으로 조선에 파견되었던 이여송처럼 필패를 면치 못한다.
(p.124)
무릇 용병의 원칙은 높은 언덕에 있는 적과는 싸우지 말고, 언덕을 등지고 있는 적과 맞서 싸우지 말며, 거짓 패하여 달아나는 적을 뒤쫓지 말아야 한다. 또한 적의 정예부대는 공격하지 말며, 미끼로 내놓은 적군과는 응전을 하지 말고, 돌아가는 적의 퇴로를 막지 말아야 한다. 적군을 포위할 때는 반드시 물러날 틈을 열어주고, 막다른 지경에 몰린 적을 몰아붙이지 말며, 길이 끊긴 지형에는 머물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용병의 원칙이다.
명나라 대군을 이끌고 온 이여송은 평양성을 수복한 뒤 여세를 몰아 남하했다. 명군이 파주에 이르렀을 때, 왜장 고바야카와는 명군을 막고자 북상하고 있었다. 이에 왜군의 선봉과 명의 부총병, 조선 장수 고언백의 군사 수백 명이 벽제관에서 왜군과 소규모 접전을 벌여 승리하는 전과를 거뒀다.
작은 승리에 고무된 이여송은 형세를 살피지 않고, 주력부대인 보병은 뒤에 남겨둔 채 기병만을 이끌고 벽제관으로 달려왔다. 고바야카와는 벽제관의 남쪽 여석령 뒤쪽에 대군을 매복시켜 두고 수백 명만 보이도록 고개 위에 주둔시켰다. 명군을 유인하려고 일부러 적은 벙력을 고개 위에 보이게 한 것이다.
이여송은 매복한 대군은 까맣게 모른 채 기병을 좌우로 벌려 접근했다. 명군과 왜군의 거리가 가까워질 때 숨어 있던 적들이 고개를 넘어 내려오기 시작했고, 명나라 기병들은 후퇴하려 했으나 적군과 근접한 상황에서 조총과 일본도의 위력을 당해낼 수 없었다.
우왕좌왕하던 명군은 간신히 포위망을 뚫고 파주로 후퇴했다. 벽제관 전투에서 완전히 자신감을 잃은 이여송은 개경에서 군사를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결국 평양으로 철수해 버렸다. 이여송의 패배는 미끼로 내놓은 적군을 공격하다가 복병에 걸린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처럼 모든 정황을 세밀히 살피지 않고서는 적을 물리칠 수 없다. 책에서 말하는 ‘완전한 승리를 위해 장군이 알아야 할 것’은, 사실상 ‘모든 것’이다. 전쟁의 지형과 상황, 주변의 정황과 적장의 심리까지 꿰뚫어야 비로소 승리할 수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아는 것은 물론이요, 천시(天時)와 지리(地利)까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은 간단치 않다. 무수한 전투로 이루어진 거대한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평소에도 병법을 연마하고 적과 나를 탐구해야 한다. 병법을 모르면 몇 번의 전투에서는 운 좋게 이길 수 있어도, 전쟁에서 승리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이 책과 함께 내 인생을 경영하는 ‘인생병법’도 함께 탐구해 보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