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세이 쇼나곤은 잘났다고 으스대며 자기가 제일이라고 뻐기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잘난 척하며 여기저기에 써놓은 한문 글귀를 보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든 남보다 더 뛰어나 보이려고 애쓰고 과장해서 행동하는 사람은 나중에는 오히려 남보다 뒤떨어져 초라한 말년을 보내기 일쑤지요.” - 《무라사키 시키부 일기(紫式部日記)》 가운데서-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 973~1014)는 헤이안시대(794~1185)에 일본 황실의 궁녀로 지내던 여자로 《겐지 이야기》라는 작품과 《무라사키 시키부 일기》가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여자와 당대 쌍벽을 이룬 작가가 있으니 그 이름은 세이 쇼나곤(清少納言, 966~1025)이다. 지금 세상도 그러하지만, 당시에도 잘난 여자들은 서로 간에 질투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무라사키 시키부 일기(紫式部日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세이 쇼나곤이나 무라사키 시키부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작품이 번역되어 있어 독자층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를 입증하듯 엊저녁 난데없이 단톡방에 세이 쇼나곤 사진이 한 장 올라왔다. “지금 올린 세이 쇼나곤 사진을 잘 보시면 글이 적혀있습니다만 혹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5월 5일, 어제는 어린이 날이었다. 일본 역시 5월 5일은 우리와 같은 ‘어린이날(고도모노히 , 子供の日)’이다. 일본의 어린이날을 ‘탄고노셋쿠 (端午の節句 )’라고 하는데 원래 이날은 남자 아이들의 성장을 축하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비손하는 풍습에서 유래했다. 이날은 형형색색의 모형 잉어를 띄우는데 이를 “고이노보리 (こいのぼり)”라고 한다. 예전에는 남자 아이가 있는 집안에서는 긴 장대에 모형잉어를 매달아 놓았지만 아파트 생활을 하는 현대는 아파트 베란다에 모형잉어를 장식하기도 한다. 왜 모형 잉어인가? 중국 《후한서 (後漢書)》에 보면 황하강으로 흘러드는 지류에 용 (龍)이라 불리는 폭포가 있었는데 이 폭포를 향해 수많은 물고기가 뛰어오르려고 하지만 그중에서 잉어란 놈만 뛰어오르는 것을 보고 잉어를 입신출세의 상징으로 여겼다고 전해지는데 일본에서도 잉어는 입신출세와 건강의 상징으로 믿어왔다. 일본의 단오풍습은 에도시대 (江戶時代.1603-1868)에 무사집안에서 시작되었으며 당시 입신출세란 ‘덕천가강 (도쿠가와이에야스)’ 같은 씩씩한 장수를 뜻하는 것이었다. 이 무렵이면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던 갑옷과 투구 등을 현관에 장식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저희들은 우토로를 지키기 위해서 귀중한 성금을 보내주신 15만 명이 넘는 수많은 국민 여러분들, 국회의원님들, 네티즌 여러분, 멀리 나라 밖에 계시면서도 우토로를 위해서 온갖 힘을 써주신 여러분들, 위기 때마다 헌신적으로 보도를 해주셨던 방송사, 신문사 등 매스컴 관계자 분들, 그리고 아름다운재단, 우토로국제대책회의, 지구촌동포연대(KIN)를 비롯한 수많은 시민활동가 여러분들, 이제까지 우토로에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기울여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조국 대한민국이 있어 무서울 것이 없는 용기로 우토로마을의 재건을 위해 힘써왔다는 김교일 회장의 위 인사말을 들은 것은 국치 100년(2010.8.11.)을 맞아 필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다. 그로부터 12년의 세월이 흘렀다. 우토로마을에 조선인들이 살기 시작한 것은 1940년 무렵으로 일제는 태평양전쟁 중 교토 군비행장 건설을 위해 조선인들을 강제 동원하기 시작했다. 그때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함바(노동자가 합숙하던 임시 건물)를 지어 살았다. 서너 평 남짓한 함바에서 대여섯 명씩 숙식을 했던 강제 노동자들의 증언은 상상을 초월하는 비참한 생활환경이었다. 놀라운 것은 필자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오사카, 교토, 나라 지방은 한국의 여행사에서 셋트로 묶어 3박 4일 정도도 판매하는 일본의 몇 안 되는 인기 관광 코스다. 지금의 수도야 동경(東京, 도쿄, 동쪽의 ‘京’ 곧 서울이라는 뜻)이지만 천 년 전 일본의 서울은 경도(京都, 교토, 794-1185)였다. 교토 이전에는 나라(奈良)가 서울이었던 적이 있다. 따라서 이들 세 지역은 천년고도 지역으로 도쿄 보다는 역사적으로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나라(奈良)라고 하면 동대사(東大寺, 도다이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동대사는 남도칠대사(南都七大寺)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천년고찰이다. 내친 김에 남도칠대사를 꼽는다면 나라시대(奈良時代, 710~794) 헤이조쿄(平城京)와 그 주변에 있는 7개의 대사찰을 말하는데, 동대사(東大寺, 奈良市雑司町)를 비롯하여 흥복사(興福寺, 奈良市登大路町), 서대사(西大寺, 奈良市西大寺芝町), 약사사(薬師寺, 奈良市西京町), 원흥사(元興寺, 奈良市芝新屋町), 대안사(大安寺, 奈良市大安寺), 법륭사(法隆寺, 生駒郡斑鳩町)를 일컫는다. 이 천년고찰에 수상한 액체가 뿌려졌다고 14일(목),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자연 풍광이 아름다운 니가타현(新潟県)은 지금 온통 꽃천지다. 벚꽃이야 일본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지만 얼레지, 노루귀 등 야생화로 사랑받는 곳이 바로 니가타이다.또한 니가타에는 다이쇼 시대(1912-1926)부터 일본 최초로 구근 재배에 성공한 튤립이 장관인데 이러한 꽃의 고장 니가타는 전국 최고의 꽃꽂이꽃 출하량 도시로 꼽힌다. 뿐만아니라 시외곽에서는 니가타현 굴지의 튤립 생산지인 고센시(五泉市)의 넓은 들판에 펼쳐진 약 150만 송이의 튤립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이를 보기위해 봄이면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 무렵에 니가타 곳곳에서는 튤립 축제가 펼쳐져 일본 굴지의 튤립 생산지의 자긍심을 전국에 알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 2년 간은 이곳도 코로나19로 축제가 취소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다행히 올해는 축제를 열고 있다. 니가타현은 튤립 등의 구근 식물의 출하량도 전국 최고지만 니가타현에서 자생하는 노루귀와 얼레지 등의 고산식물도 많아 야생화 애호가들로 부터도 호평을 받고 있는 지역이다. 봄이 찾아와 산과 계곡의 눈이 녹기 시작할 무렵 피는 꽃이 노루귀다. 일본이름을 유키와리소 (ユキワリソウ)라고 하는데 한자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한 달 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고 있다. 전쟁 초기에는 우크라이나 수도를 키예프라 불렀지만 이 발음이 러시아식 발음이라 하여 한국에서는 우크라이나 발음에 따라 ‘키이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지난 3월 11일, 국립국어원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를 열고 우크라이나어 지명 열네 개의 한글 표기안을 심의했다고 발표했다. 두 기관은 '키예프(우크라이나 수도)', '리비프(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등 그간 관행적으로 사용해온 러시아어식 표기 지명을 각각 '키이우'와 '르비우' 등으로 부르고 이밖에도 '아조프해'는 '아조우해', '보리스폴 국제공항'은 '보리스필 국제공항', '하리코프'는 '하르키우', '도네츠강'은 '시베르스키도네츠강'으로 교체를 허용했다. ‘키예프’에 익숙한 탓인지 바꿔 부르기로 한 ‘키이우’가 왠지 모르게 낯설었지만 여러 번 듣고 부르다 보니 어느새 ‘키이우’도 낯익은 지명이 되어가고 있다. 지명이란 것이 곰곰 생각해보면 그 나라 사람들이 부르는 식으로 불러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 같은데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해마다 3월 23일은 '국제 강아지의 날'(National Puppy Day)이다. '국제 강아지의 날'은 버려진 강아지들을 위한 안전한 보호시설, 유기견 입양 등을 권장하며 세계 모든 강아지를 사랑하자는 취지로 지정된 기념일이라고 한다. 언제는 좋아서 데려다 기르다가 언제는 1회용 장난감처럼 함부로 버려지는 강아지들, 아직도 여전히 지구촌에는 이런 일들이 허다하게 일어난다. 버려지는 강아지(개)를 흔히 유기견이라고 한다. ‘국제 강아지 날’에 생각나는 사람이 일본인 친구 이토 노리코다. “윤옥 씨, 백구가 지난 2월 죽었어요.” 어제 국제전화에서 이토 노리코(67) 씨는 그렇게 울먹였다. 길가에 버려진 백구를 데려다 6년간 정성껏 키우던 노리코 씨가 요즘 통 연락이 없었는데 웬일인가 했더니 백구의 죽음으로 한동안 우울증이 왔다는 것이었다. 94살 노모와 단둘이 살면서 버려진 유기견을 5마리나 기르던 노리코 씨는 그간 두 마리를 병으로 저 세상으로 보냈다. 그리고 이번에 백구가 죽음으로써 이제 남은 녀석은 두 마리다. 한국어로 ‘사랑’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누렁개 사랑이는 눈이 안 보이는 녀석이고, ‘짐페’ 라는 녀석은 처음부터 까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 1891-1931)를 아는 한국인들은 많다. ‘한국인 보다 더 한국을 사랑한 사람’ 아사카와 다쿠미는 일제강점기 조선에 건너와 조선총독부 임업시험소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조선의 문화에 애정을 갖게 되는데 특히 백자에 쏟은 그의 사랑은 《백자의 나라》라는 책에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식민시기에 조선에 건너온 많은 일본인들이 게걸스럽게 값나가는 고문서와 도자기, 민예품을 수집하여 일본으로 가져갔는데 견주어 아사카와 다쿠미는 “조선의 것은 조선에 두어야 한다.” 는 지론으로 자기가 모은 조선 민예품은 물론이고 자신의 육신마저 조선땅에 묻히길 바랐으니 그의 ‘조선사랑’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아사카와 다쿠미에게는 노리타카(伯教, 1884-1964) 라는 7살 위의 형이 있는데 형 또한 동생 못지않은 '조선을 사랑한 사람' 이다. 아사카와 노리타카의 조선에서의 삶은 어떠한가? 다쿠미의 형에 관해서는 《조선의 미를 찾다 : 아사카와 노리타카의 재조명》에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아사카와 노리타카는 동생 다쿠미와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와 더불어 조선 전통문화와 미술공예를 연구하고 그 미적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유럽에서는 프랑스나 독일 등이 협조하여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과 같은 조직을 만들어 평화로운 관계를 실현하고 있는데 견주어 왜 동아시아의 평화는 여전히 진전이 없는가? 이에 대해 초청 강사로 포토 저널리스트인 야스다 나츠키 씨를 통해 일본과 코리아, 동아시아의 현황과 미래를 살펴봅니다.” 이는 3월 13일(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행사 ‘함께 살아가는 일본과 코리아(ともに生きる-日本とコリア)’를 설명하는 글이다. 이번 행사는 3월 3일 ‘평화의 날’을 맞아 기획한 행사로 사단법인 일본펜클럽이 주최한다. ‘평화의 날’ 제정은 1984년에 열린 국제 펜클럽 도쿄대회에서 소설가 오에겐자부로 회원 등의 발의에 의해 탄생했다. 일본 펜클럽에서는 해마다 3월 3일 전후로 작가, 배우, 아티스트 등이 각 곳에서 전쟁과 평화, 자연과 생명, 역사와 문화 등을 함께 생각하는 행사를 열어오고 있다. 이번 도쿄에서 열리는 행사는 모두 3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는 야스다 나츠키 (포토 저널리스트) 씨의 기조강연이 있고 2부는 윤동주 시인 소개와 시낭독, 피아노 연주 시간을 갖는다. 이날 시낭독을 맡은 박경남 씨는 재일교포 2세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17일 동안 열전을 펼친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20일 막을 내렸다. 91개 나라, 2천900여 명의 선수들이 출전해 7개 종목 109개의 금메달을 놓고 열전을 펼친 결과 대한민국은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로 종합 14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치러진 두 번째 올림픽으로 폐쇄 루프 운영 등 방역에서는 합격점을 받았으나 미국 등 일부 국가의 외교적 보이콧,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 러시아 피겨 선수 발리예바의 도핑 파문 등 오점을 찍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이웃나라 일본의 성적은 어땠을까? 일본 선수단은 금메달 3개, 은메달 6개, 동메달 9개로 사상 최다인 18개의 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룩했다고 일본 데일리 뉴스는 21일 보도했다.(일본은 종합 12위, 한국은 14위) 데일리 뉴스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큰 이슈로 꼽은 것은 ‘피겨 천재’로 각광 받던 카밀라 발리예바(16) 선수의 도핑 의혹이다. 발리예바는 피겨스케이팅 여자부에서 올 시즌 세계 최고점을 연발하며 금메달이 확실시되었지만 지난해 12월 국내대회 검사에서 금지약물 중 하나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