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겨우내 참았던 그리움이 실핏줄로 흘러 버드나무 가지마다 저리 파란 물이 들었구나 강나루 얼음 풀리면 그대 오시려나 코끝을 스치는 바람 아직은 맵지만 내 마음은 벌써 봄 원영래 시인의 시 <우수>입니다. 올제(내일)은 24절기 둘째인 우수(雨水)입니다. 우수는 말 그대로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뜻인데 이름에 걸맞게 봄비가 내리곤 합니다. 어쩌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은 봄비와 함께 꿈을 가지고 오는지도 모르지요. 그 봄비가 겨우내 얼었던 얼음장을 녹이고, 새봄을 단장하는 예술가인 것입니다. 기상청의 통계를 보면 지난 60년 동안 우수에는 무려 47번이나 비가 왔다고 하니 이름을 잘 지은 것인지, 아니면 하늘이 일부러 이날 비를 주시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우수 때 나누는 인사에 "꽃샘잎샘에 집안이 두루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있으며 "꽃샘잎샘 추위에 반늙은이(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도 있지요. 이 꽃샘추위를 한자말로는 꽃 피는 것을 샘하여 아양을 떤다는 뜻을 담은 말로 ‘화투연(花妬姸)’이라고도 합니다. 봄꽃이 피어나기 전 마지막 겨울 추위가 선뜻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앙탈을 부려보기도 하지만 봄은 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눈이 내리면 소년은 연을 날렸다. / 산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지면 / 더욱 높이 띄웠다. 팽팽한 연실을 곱은 손으로 / 움켜쥐고 실을 풀거나 당기면서 연과 이야기했다. / 연이 공중바람을 타고 높디높게 오르면 연실이 모자랐다.” 신영길 시인의 <나는 연 날리는 소년이었다> 시 일부입니다. 여기서 연(鳶)은 종이에 가는 댓가지를 붙여 실로 꿰어 공중에 날리는 놀이 용구인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 전부터 날려 왔지요. 그런데 한국의 연 특히 방패연은 그 형태와 구조면에서 다른 나라의 연과 달리 방구멍이 잇는 매우 과학적인 구조입니다. 이 방구멍은 맞바람의 저항을 줄이고, 뒷면의 진공상태를 메워주기 때문에 연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또 연을 높이 띄우거나 그림, 모양 등에 관심을 두는 중국, 일본 등의 연과는 달리 한국의 연은 연을 날리는 사람이 다루는 것에 따라 올라가거나 내려가기,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돌기, 급하게 올라가거나 내려가기는 물론 앞으로 나아가거나 뒤로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연은 연 날리는 사람에 의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서 연싸움(연줄 끊기)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우리 겨레는 설날 아침이면 일찍이 남녀노소가 설빔으로 갈아입고, 차례를 지낸 뒤에 할아버지ㆍ할머니, 아버지ㆍ어머니 등 집안 어른들에게 세배를 한 다음 일가친척과 이웃어른을 찾아가서 세배를 드렸습니다. 요즘엔 직장인들은 회사 윗사람을 찾아가서 세배를 드리기도 하지요. 그런데 조선시대엔 새해 초에 대문 앞에 세함(歲銜)을 두는 풍속이 있었습니다. 홍석모(洪錫謨)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각사의 서리배와 각영의 장교와 군졸들은 종이에 이름을 적어 높은 관원과 선생의 집에 들인다. 문 안에는 옻칠한 소반을 놓고 이를 받아두는데, 이를 세함(歲銜)이라 하며, 지방의 아문에서도 이러하였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 한양(漢陽)의 세시풍속에 대해 쓴 책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 따르면, 설날부터 정월 초사흗날까지는 승정원과 모든 관청이 쉬며, 시전(市廛) 곧 시장도 문을 닫고 감옥도 비웠다고 합니다. 이때는 서울 도성 안의 모든 남녀들이 울긋불긋한 옷차림으로 왕래하느라고 떠들썩했다고 하며, 이 사흘 동안은 정승, 판서와 같은 높은 관원들 집에서는 세함만 받아들이되 이를 문 안으로 들이지 않고 사흘 동안 그대로 모아 두었다고 하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한가위를 앞두고 이제 슬슬 벌초 벌초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어제 청명한 가을하늘 날씨에 전주 효자동 공원묘지에서도 벌초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말을 맞아 일찌감치 성묘에 나서는 사람들로 어제 고속도로도 정체가 심했다. 하지만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를 맞아 조상의 무덤을 찾는 모습들이 아름다워 보였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열다섯 번째 “백로(白露)”입니다.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 같은 데에 이슬이 맺힌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지요. 가을의 기운이 완연히 나타나는 때인 이즈음을 옛 사람들은 닷새씩 셋으로 나누어 특징을 말하였는데,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날아오고, 중후(中侯)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며, 말후(末候)에는 뭇 새들이 먹이를 저장한다고 했습니다. 백로 무렵에는 장마가 걷힌 뒤여서 맑은 날씨가 계속되지만 간혹 남쪽에서 불어오는 태풍과 해일로 곡식이 피해를 입기도 합니다. 볏논의 나락은 늦어도 백로가 되기 전에 여물고 패어야 하는데 서리가 내리면 찬바람이 불어 벼의 수확량이 줄어든다고 보지요. 제주도 속담에 “백로전미발(白露前未發)”이라고 해서 이때까지 패지 못한 벼는 더 이상 크지 못한다는 말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백로는 대개 음력 8월 초순에 들지만 어떤 때는 7월 말에 들기도 합니다. 7월에 든 백로는 계절이 빨라 참외나 오이가 잘 되는데 경상도 섬에서는 “8월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을 늘린다.”라는 말이 전하면서 비가 오는 것을 풍년의 징조로 생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예전 명절로 지냈던 백중(百中)입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백종(百種), 머슴날(칠석), 망혼일(亡魂日), 머슴의생일, 중원(中元), 호미씻는날, 축수한날, 머슴명일(전라북도전주), 상놈명절(경상남도함안)도 있습니다. 백중은 음력 7월 15일로 세벌김매기가 끝난 뒤 여름철 농한기에 휴식을 취하는 날로 농민들이 음식과 술을 나누어 먹으며 백중놀이를 즐기면서 하루를 보냈지요. 백중은 한마디로 먹고 마시고 놀면서 하루를 보내는 날인데 이 날의 놀이는 두레먹기가 두드러집니다. 두레먹기는 두레일꾼들이 모처럼 일의 피로를 풀어내는 잔치로 백중놀이는 지역에 따라 호미걸이, 호미씻이, 술멕이, 풋굿, 질먹기, 진서턱(진세턱)처럼 여러 이름으로 불립니다. 백중의 중요한 놀이에는 우물고사가 있으며, 머슴들에게는 백중빔이라고 하여 새 옷을 장만해 주고, 모처럼 휴가를 주어 백중장에서 즐기도록 하였습니다. 또 머슴들은 장터에 가서 씨름대회에 참가하였고, 씨름에 이기면 송아지를 끌고서 기세를 올리면서 자기 마을로 돌아왔지요. 특히 경기도 지방에서는 호미걸이를 했는데 호미나 악기를 농기구의 버레줄(물건이 버틸 수 있도록 이리저리 얽어매는 줄)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말복이 지나면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지만 11일의 날씨는 찌는듯하여 가로수의 녹음마저 더위에 지친 듯 꼼짝도 안하고, 관상대에 의하면 이날 최고기온은 33도나 되어 예전보다 약간 높은 편. 길가를 지나는 살수차의 포말도 한결 가을을 재촉하는 듯이 이글이글한 아스팔트 위를 적셔주고 있다.” 이는 동아일보 4293년(1960년) 8월 12일 치 기사 내용입니다. 오늘은 더위가 한고비로 치닫는다는 말복입니다. 장마가 끝나고 입추와 말복 무렵이 되면 날씨가 좋아 햇볕이 내리쬐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벼가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다는 말이 전해집니다. 그래서 “말복 나락 크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라고 하여 귀가 밝은 개는 벼가 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 땡볕도 지나쳐서 아예 벼가 타들어가기에 농민들이 애가 탄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겨레는 복날을 “서기제복(暑氣制伏)”이라 하여 “더위를 꺾는 날”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예부터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하여 더울 때 뜨거운 것을 먹었지요. 여름이 되면 사람 몸은 밖의 높은 기온 때문에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으려고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1940년 4월 20일 동아일보를 보면 “내일이 곡우, 씨나락은 당것는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인다. “내일이 곡우이니 농가에는 씨나락을 당글 때이다. 누른 개나리와 붉은 진달래에 봄빛이 무르녹을 대로 무르녹았는데...”라고 곡우 즈음의 정경을 묘사한다. 오늘은 24절기의 여섯째. 봄의 마지막 절기로, 곡우(穀雨)다. 곡우란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 하여 붙여진 말인데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 같은 속담이 전한다. 예전엔 곡우 무렵에 못자리할 준비로 볍씨를 담그는데 볍씨를 담은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둔다. 밖에 나가 부정한 일을 당했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잡 앞에 와서 불을 놓아 악귀를 몰아낸 다음에 집안에 들어오고, 들어와서도 볍씨를 볼 수 없게 하였다. 만일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게 되면 싹이 트지 않고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또 이날은 부부가 잠자리를 함께 하지 않는데 땅의 신이 질투하여 쭉정이 농사를 짓게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곡우 때엔 나무에 물이 많이 오른다. 곡우 물이 많은 나무로는 주로 산 다래, 자작나무, 박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의 다섯 번째로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을 지닌 “청명(淸明)”이며, 내일은 설날, 단오, 한가위와 함께 4대 명절의 하나로 지냈던 한식(寒食)입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청명조(淸明條)의 기록을 보면, 이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치며, 임금은 이 불을 정승과 판서를 비롯한 문무백관 그리고 360 고을의 수령에게 나누어줍니다. 이를 ‘사화(賜火)’라 하는데 수령들은 한식날에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누어주지요.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寒食)이라고 했습니다. 농사력으로는 청명 무렵에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을 시작합니다. 청명은 농사력의 기준이 되는 24절기의 하나로 날씨와 관련된 믿음이 많지요. 청명이나 한식에 날씨가 좋으면 그 해 농사가 잘 되고 좋지 않으면 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점쳤습니다. 바닷가에서는 청명과 한식에 날씨가 좋으면 어종이 많아져서 어획량이 증가한다고 하여 날씨가 좋기를 바랐습니다. 이에 견주어 경남 사천에서는 청명의 날씨가 좀 어두워야 그 해 농작물에 풍년이 들고, 너무 맑으면 농사에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