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중국 촉한(蜀漢)의 명재상이었던 제갈량(諸葛亮)을 주제로 하는 노래, <공명가(孔明歌>를 소개하면서 <수심가>나 <관산융마>와 같이 앉아서 손이나 발, 몸의 움직임을 금기(禁忌)시해 온 좌창들을 왜 <잡가>, <긴잡가>라고 부르고 있는가? 아울러 <긴잡가>라는 이름에서 <긴>은 곡조의 길고 짧음이 아니라, ‘느리다’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이름이란 점도 덧붙여 이야기하였다. 사실, ‘서울의 긴잡가’, 또는‘서도잡가’라는 이름도 어느 특정 부류의 노래들을 가리키는 이름은 아니었다. 과거 전통사회에서 상류사회의 지식인 계층이나 양반들이 부르던 노래는 ‘정가(正歌)’라 통칭해 온 반면, 일반 대중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들은 ‘소리’ 또는 속가(俗歌)’라 불러오기도 했는데, 이러한 속가들을 통칭해서 부르는 명칭이 바로 잡가(雜歌)였다. 여기서 소개하려는 <공명가>를 비롯해서 <초한가>나 <제전>과 같은 노래들을 <서도의 잡가>, <서도잡가>라 통칭하고 있는데, 잡가란 어떤 노래이고 어떤 의미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반보기 - 이명수 손님이 멀리서 찾아오면 중간쯤 나가 마중한다 제주공항에서 수월헌(水月軒)의 중간은 애월(涯月), 자구내 포구에서 한림, 월령코지, 명월 지나 애월 곽지모물까지 낮달과 함께 네 개의 바다를 건너간다 한가위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역시 우리 겨레의 큰 명절답게 이때 즐겼던 시절놀이(세시풍속)은 참으로 많지요. 우선 손에 손을 잡고 둥근 달 아래에서 밤을 새워 돌고 도는 한가위 놀이의 대표 '강강술래'가 있습니다. 또 서당에서 공부하는 학동들이 원님을 뽑아서 백성이 낸 송사를 판결하는 놀이 '원놀이', 잘 익은 곡식의 이삭을 한 줌 묶어 기둥이나 대문 위에 걸어 두고, 다음 해에 풍년이 들게 해 달라고 비손하는 풍습 올게심니(올벼심리)', 채 익지 않은 곡식을 베어 철 따라 새로 난 과실이나 농산물을 먼저 신위(神位)에 올리는 ‘풋바심’, 한가위 전날 저녁에 아이들이 밭에 가서 발가벗고 자기 나이대로 밭고랑을 기는 풍속 '밭고랑 기기' 같은 것들이 있지요. 그런가 하면 '반보기‘ 곧 중로상봉(中路相逢)도 있는데 한가위가 지난 다음 서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끼리 때와 장소를 미리 정하고 만나는 것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어떤 날의 하늘은 하나의 파란 그림종이 같지만, 또 어떤 날의 하늘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겹의 결을 가진 깊고 그윽한 그림 같습니다. 오늘 우리가 만날 토박이말 ‘겹구름’은 바로 이처럼 하늘에 깊이를 더하는 구름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겹구름’을 ‘비슷한 모양의 것이 여러 개 겹쳐 있는 구름’이라고 풀이합니다. 마치 물결이 겹치고 겹친 듯한 무늬를 이루거나, 솜을 얇게 펴 켜켜이 쌓아 올린 듯한 구름을 떠올리면 됩니다. 하나의 덩어리가 아닌, 여러 낱의 구름이 포개지고 겹쳐져 만들어내는 바람빛(풍경)이 바로 ‘겹구름’인 셈입니다. 이처럼 깊은 느낌을 주는 말이니, 가락글 지은이(시인)들의 눈에도 그 모습이 담기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유안진 님의 가락글(시) 「춘천호반」에는 해 질 녘의 바람빛을 그리며 ‘겹구름’이 나옵니다. 겹구름 산 너머로 해는 기울고 / 산 그림자 드리운 호심은 고요한데 또한 오현종 님의 가락글 「아버지의 강」에서는 여러 겹으로 낀 구름이 걷히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겹구름 다 걷히고 저녁별 뜰 때까지 / 아버지는 술잔을 놓지 않았다 두 가락글 모두 ‘겹구름’이라는 말을 통해 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리 겨레의 큰 명절 ‘한가위’가 눈앞으로 곳곳에서는 벌써 명절 잔치가 시작된 듯하고 각 기업체는 명절맞이 선물 광고에 한창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누구는 ‘한가위’라 쓰고 누구는 ‘추석’이라고 씁니다. 심지어 추석은 ‘秋夕’이라고 한자로 써 놓기도 하여 혼란스럽습니다. 여기서 ‘추석’과 ‘한가위’의 말밑(어원)을 살펴봅니다. 먼저 ‘추석’이라는 말은 5세기 송나라 학자 배인의 《사기집해(史記集解)》에 나온 “추석월(秋夕月)”이란 말에서 유래하는데 여기서 “추석월”은 천자가 가을 저녁에 달에 제사를 지낸다는 뜻으로 우리 명절과 잘 맞지 않는 말이입니다. 그에 견주면 ‘한가위’는 뜻과 유래가 분명한 우리 토박이말이지요. “한가위”는 ‘크다’라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라는 말이 합쳐진 것으로 음력 8월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입니다. 또 '가위'라는 말은 신라에서 유래한 것인데 《삼국사기》의 기록에 분명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조선 후기 한양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김매순(金邁淳)의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에도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는 기록도 있어 이처럼 우리 겨레는 오랫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공명가(孔明歌> 관련 이야기로 공명의 마음을 움직이게 된 계기는 유현덕의 일편심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공명가>는 중국 촉한(蜀漢)의 명재상이었던 제갈량(諸葛亮)을 주제로 하는 노래인데, 판소리 「적벽가」에는 유비가 공명을 만나러 삼고초려(三顧草廬-멀리 풀밭에 있는 오두막집을 세 번이나 찾아감) 뒤에, 유비(유현덕)의 일편단심에 감복을 받아 견마지력(犬馬之力)을 약조한다는 이야기, 공명을 대하는 지극 정성에 관우와 장비 등이 불평을 쏟아내지만, 유비왈 “공명을 얻음이 고기가 물을 얻음과 같다”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소개하였다. <공명가>의 줄거리는 조조와 대치하고 있는 공명이 오(吳)의 주유와 함께 전략을 논의하는데, 결론은 화공(火攻)이어야 승산이 있다. 그러나 겨울철이니 동남풍(東南風)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공명이 산에 올라가 동남풍을 비는 내용이 곧 <공명가>의 주된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공명의 신통력으로 동남풍은 일게 하였다. 그러나 공명의 이러한 능력이 훗날에는 여러 나라, 여러 사람들에게 걱정이 될 것이라며 동지였던 오나라의 주유는 공명을 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우리가 만날 토박이말은 그 이름부터 하늘의 한 조각을 떠올리게 하는 ‘구름칼’입니다. 이 예쁜 이름의 연장은 아주 오랜 쓰임새를 품고 있으면서도, 오늘날 우리 곁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구름칼’을 ‘삿자리를 겯기 위하여 나무를 얇고 길게 오려 내는 데 쓰는 칼’이라고 풀이합니다. 이 뜻을 제대로 알려면 ‘삿자리’와 ‘겯다’는 말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삿자리’는 갈대를 엮어 만든 자리를 말하고, ‘겯다’는 갈대나 대나무 같은 것의 씨줄과 날줄을 어긋매끼게 엮는 것을 뜻합니다. 곧, ‘구름칼’은 우리 조상들이 갈대 자리를 만드는 데 쓰던 연장이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왜 이름이 ‘구름칼’이었을까요? 말집(사전)은 그 생김새를 ‘날은 활 모양이며 두 손으로 잡아당겨 쓴다’고 알려줍니다. 바로 이 ‘활 모양으로 휜 날’에서 우리 조상들은 하늘에 둥실 떠 있는 구름의 부드러운 모습을 보았던 것입니다. 고된 일을 하는 연장 하나에도 하늘의 멋을 담아 부르던 마음씨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구름칼’이 어떻게 생겼는지 더 쉽게 알수 있는 찍그림(사진) 하나 찾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온 하늘이 구름으로 뒤덮여 마음까지 덩달아 무거워지는 듯한 날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짙은 구름도 서로 맞닿은 채 끝없이 하늘을 덮고 있지는 못합니다. 오늘 우리가 만날 토박이말 ‘구름짬’은 바로 그 구름과 구름 사이에 난 작은 틈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구름짬’을 ‘구름 덩이의 틈새’라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한데 뭉치어 이루어진 구름의 틈새’라고 풀이합니다. ‘짬’은 ‘틈’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고, ‘짬을 내다’처럼 아주 짧은 겨를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구름짬’은 구름 사이에 난 작은 틈이자, 그 틈으로 잠시 무언가 내비치는 눈깜짝할 새를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이 말의 아름다움은 ‘구름’이 아닌 ‘짬(틈)’에 있습니다. 눈길을 구름에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그 어둠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빛과 하늘을 보게 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말집(사전)에 실린 보기들에서도 그 말의 느낌이 잘 드러납니다. 장마철이라고는 하나 간간이 구름짬으로 해가 보였다.(표준국어대사전) 먹구름 사이의 구름짬으로 실낱 같은 햇살이 보인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 이처럼 ‘구름짬’은 우리에게 작은 달램과 바람을 주는 말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우리는 하늘을 보며 그 위에 떠 있는 구름을 이야기하지만, 때로는 그 구름이 땅으로 내려와 우리를 가만히 안아주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그 구름의 가장 부드럽고 살가운 끝자락을 일컫는 토박이말, ‘구름자락’을 만나 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구름자락’을 ‘구름의 아래로 드리운 부분’이라고 풀이하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넓게 퍼진 구름의 아래로 드리운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라고 덧붙여 풀이하고 있습니다. 이 말의 참멋은 ‘자락’이라는 낱말에 있습니다. ‘자락’은 ‘치맛자락’이나 ‘두루마기 자락’처럼 옷의 아랫부분이 넓게 늘어뜨려진 곳을 가리킵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하나의 커다란 옷으로 보았고, 그 옷의 끝자락이 뫼와 들, 바다 위로 부드럽게 드리워진 모습을 ‘구름자락’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이름을 알고 나면 바람빛(풍경)이 달리 보입니다. 뫼허리에 걸린 구름은 그냥 구름이 아니라, 뫼에 하늘의 옷이 살짝 걸친 모습이 됩니다. 그 모습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구름자락’은 솜털처럼 부드러운 모습일 때도 있지만, 때로는 곧 쏟아질 비를 머금어 무거운 얼굴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새로운 하루의 그림을 그리기 비롯하는 아침입니다. 우리는 거의 다 반듯한 금을 그을 때 쓰는 곧은자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누리의 금들이 모두 곧은 것은 아니지요. 오늘은 그 어떤 자로도 그리기 어려운, 많고 많은 굽은금을 그리는 데 쓰는 자, ‘구름자’를 만나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구름자’를 ‘곡선을 그리는 데 쓰는 자’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말로는 ‘곡선자(曲線-)’나 ‘운형자(雲形-)’,를 들고 있습니다. ‘운형자’는 ‘구름 모양 자’라는 뜻이니, ‘구름자’와 그 뜻이 꼭 닮았습니다. 다만 풀이를 할 때 쓴 '곡선'을 '굽은금'이라고 했더라면 더 좋았겠다 싶기는 합니다. 왜 하필 ‘구름’이었을까요?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떠올려보면 그 까닭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구름은 하나의 곧은 금도 오롯한 동그라미도 없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마음껏 피어납니다. 굳어진 모양 없이 셀 수 없을 만큼 여러 가지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굽은금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구름이지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이 연장에서 그런 구름의 모양을 보았고, ‘구름자’라는 더없이 멋진 이름을 붙여준 것입니다. 옷본을 뜨는 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온 누리에서 가장 가볍고 아름다운 옷은 어떤 모습일까요? 아마 저마다 좋아하는 또는 아름답게 여기는 옷을 떠올리실 것입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온 누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에 ‘구름옷’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구름옷’을 ‘구름처럼 가볍고 아름다운 옷’이라고 풀이합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가볍고 아름다운 옷을 하늘에 뜬 구름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조금 다르게 풀이를 해 놓았구요. ‘구름’과 ‘옷’이라는 두 낱말이 만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옷의 느낌을 넘어선, 아득하고 가물가물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합니다. 마치 하늘에 떠 있는 구름 한 자락을 잘라 지은 것처럼,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볍고 눈부시게 고운 옷을 바로 ‘구름옷’이라 부른 것입니다. 말집(사전)의 보기월을 보면 이 말이 ‘선녀’의 옷차림으로 그려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구름옷에 안개치마를 입은 선녀라도 보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표준국어대사전》 구름옷에 안개치마를 입은 선녀 하나가 고이 걸어 나오더니 양생에게 말을 걸었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 보시다시피 '구름옷'은 ‘안개치마’라는 짝꿍을 데리고 나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