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도 뜨겁습니다. 활개마당을 돌고 있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무거워 보입니다. 안 나오는 이틀 동안 데워진 배곳 안은 한낮 바깥에 있는 듯하네요. 그래도 여러 날을 이어서 그렇다 보니 몸도 무뎌져 그러려니 하게 됩니다. 이렇게 더위를 견디는 것이 아니라 더위와 사이좋게 지내게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해거리'입니다. 표준국어대서전에는 '한 해를 거름. 또는 그런 사이(간격)', '한 해를 걸러서 열매가 많이 열림. 또는 그런 현상'이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앞의 뜻은 흔히 많이 쓰는 '격년(隔年)'과 비슷한 말이고 뒤의 뜻은 '격년결과(隔年結果), '격년결실(隔年結實)과 비슷한 말이라고 알려 주고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격년'으로 뭐를 한다고 할 때 '해거리'로 한다고 쓸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격년결과'니 '격년결실'이라는 말도 '해거리'라는 말을 쓰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말의 말밑(어원)도 '해+거르+이'라고 알려 주고 있습니다. 한 해 두 해 할 때 '해'와 '차례대로 나아가다가 중간에 어느 순서나 자리를 빼고 넘기다'는 뜻의 '거르다'의 줄기(어간) '거르'와 이름씨(명사)를 만드는 '이'를 더해 만든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밑과 함께 말집(사전)에서는 '한 해에 열매가 많이 열리면 나무가 약해져셔 그 다음 해에는 열매가 거의 열리지 않는다'는 까닭까지 잘 풀이를 해 주고 있답니다.
이걸 보면서 우리가 열매 나무한테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쉼 없이 달려야 살아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온 힘을 다해 일을 하다 지쳐 쓰러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열매 나무처럼 한 해 넉넉한 열매를 맺고는 그 다음 해에는 쉬듯이 쉬엄 쉬엄 일을 하면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열매가 해거리를 하듯이 쉬엄쉬엄 일을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해거리'는 허리가 휘고 숨이 턱턱 막힐 만큼 힘든 날을 보내고 계신 분들에게 힘이 되는 말이 될 만한 말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비록 올해는 이렇게 힘들고 고달프지만 새해에는 허리 펴고 웃을 날도 올 거라는 바람을 가질 수 있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