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유지숙 서도명창의 북녘소리, <토리>를 소개하고 있다. 토리란 해당 지역의 독특한 가락, 소리제를 뜻한다. 북녘땅에도 다양한 토속소리들이 있었으나 그 전승이 어려워 현재는 거의 잊혀 불리지 못하고 있는 소리들이다. 그 지역의 노래 제목이나 노랫말이라도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 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에는 <산천가(山川歌)> <삼동주타령>, <끔대타령> 등을 소개하였다. <산천가>는 북한의 유명 소리꾼이었던, 김진명의 작품으로 산과 강을 친구 삼아 인생을 함께하는 모습이 그대로 친근감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 <삼동주 타령>은 제주민요 오돌독과 비슷한 형태를 지닌 굿거리풍의 소리라는 점, <끔대타령>은 일명 <나물타령>이라고도 부르는 2박 계통의 빠르고 익살스럽게 부르는 민요이며 <풍구타령>은 황해도 지역의 노래로 대장간에서 쇠를 녹일 때, 불렀던 소리라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어서 북쪽의 소리 중, 함경도 지방의 <애원성>과 <아스랑가>, <전갑섬타령> 등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1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개성 부근에서 출토되었다고 전하는 아름다운 청자 주전자와 받침입니다. 고려시대 귀족들이 이 주전자에 담긴 술을 서로 따라 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절로 상상되는 작품입니다. 색은 맑고 푸르며, 표주박 모양 주전자와 대접 모양 받침이 한 벌을 이룹니다. 푸른 배경 위에 까맣고 하얀 무늬가 눈에 띄며 전체적으로 균형과 조화가 돋보입니다. 주전자는 술, 물 등의 액체를 담아서 따르는 용도며, 받침은 주전자를 받쳐 주전자에 담긴 액체를 보온하는 등 기능적인 역할을 합니다. 완벽한 조합과 독특한 표현 기법, 자유분방한 무늬가 특징인 이 주전자와 받침은 2017년에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완벽한 구성과 형태의 아름다움 이 작품은 주전자, 그리고 주전자 뚜껑, 주전자를 받치는 받침이 하나의 꾸러미를 이루고 있습니다. 고려청자 가운데 주전자는 상당히 많은 수가 전해집니다. 그렇지만 이처럼 뚜껑과 받침까지 완전한 하나의 꾸러미를 갖추고 있는 예는 드물어 이 청자가 더욱 값어치 있게 느껴집니다. 주전자는 표주박 모양[瓢形]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식물이나 동물, 인물 등 사물의 형태를 본떠 만든 청자를 상형청자(象形靑磁)라고 하는데, 이 주전자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의 열넷째 절기로 입추와 백로 사이에 드는 ‘처서(處署)’입니다. 보름 전에 있었던 열셋째 절기 ‘입추(立秋)’가 가을에 드는 날이라는 뜻이었지만, 이후 말복이 오고 불볕더위가 절정에 이르렀는데 이제 처서가 되어 바야흐로 가을로 접어들게 됩니다. "처서가 지나면 참외맛이 없어진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입도 삐뚤어진다",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날씨는 본격적으로 선선해집니다.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든 쌀이 줄어든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아무래도 지금이 곡식이 여물어갈 무렵인 만큼 비가 오면 벼가 여무는데 지장을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처서에 비가 내리는데 내일은 다시 활짝 개서 여물어가는 벼 이삭에 생기를 불어넣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때가 되면 선비들은 여름철 동안 눅눅해진 책을 말립니다. 포쇄하는 방법은 우선 거풍(擧風), 곧 바람을 쐬고 아직 남은 땡볕으로 포쇄(曝)를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음건(陰乾) 곧 그늘에 말리기도 하지요. 조선시대에는 왕조실록을 보관한 사고에 포쇄별관을 보내 실록을 포쇄하는 일이 중요한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유지숙의 음반 속에 들어있는 <신경발림>에는 능라도의 실버들, 청류벽에 흐르는 물, 모란봉 부벽루 등,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소개되고 있는 대동강 주변의 경관들이 등장한다. 또한 음악이란 모든 사람을 같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악자(樂者) 위동(爲同)의 이론을 끌어들일 필요도 없이,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안내하는 소리, 그 소리가 바로 봉죽 타령이라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산천가>, <삼동주타령>, <끔대타령> 등을 비롯하여 새롭게 되찾은 소리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6. 산천가(山川歌) <산천가>는 북한의 유명한 소리꾼, 김진명이 작사, 작곡한 곡으로 작곡자 자신이 즐겨 불렀던 곡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노래의 분위기는 해방을 맞이하며 농촌의 농사일을 표현한 경쾌한 곡이다. 곧 농촌의 풍요로움을 희망하는 소리로 산천의 아름다움과 희망이 넘쳐나도록 씩씩하게 부르는 것이 매력이다. 마치 산과 강을 벗 삼아 인생을 함께하는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어 친근감을 주고 있는 노래다. 도시의 소음에 찌든 사람들에겐 동경의 대상이 될 만큼 산도 높고 물이 맑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모레는 음력 7월 7일로 ‘칠석’입니다. 칠석은 목동 견우(牽牛)와 베 짜는 공주 직녀(織女)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간직한 날로 예부터 아낙네들의 길쌈 솜씨나 청년들의 학문 공부를 위해 밤하늘에 별을 그리며 소원을 빌곤 하는 풍속이 있었지요. 은하수 양끝에 사는 견우성(牽牛星)과 직녀성(織女星)은 서로 사랑하던 사이였는데 옥황상제의 노여움으로 한 해에 한 번 칠석 전날 밤에만 은하수를 건너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때 까마귀[오(烏)]와 까치[작(鵲)]가 날개를 펴서 다리를 놓아주는데, 이 다리를 오작교(烏鵲橋)라 했지요. 칠석 전날에 비가 내리면 견우와 직녀가 타고 갈 수레를 씻는 '세거우(洗車雨)'라고 하고, 칠석 당일에 내리면 만나서 기뻐 흘리는 눈물의 비라고 하며, 다음 날 새벽에 내리면 헤어짐의 슬픔 때문에 '쇄루우(灑淚雨)'가 내린다고 합니다. 또 까마귀와 까치는 오작교를 만들려고 하늘로 올라갔기 때문에 이 무렵에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유난히 부슬비가 내린다는 말도 전하지요. 이날 부인들은 장독대 위에 정화수를 떠 놓거나 우물을 퍼내 깨끗이 한 다음 시루떡을 놓고 식구들이 병 없이 오래 살 일과 집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조세걸(曺世傑, 1636~1705 이후)의 와룡담(臥龍潭)ㆍ농수정(籠水亭)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곡운구곡도첩(谷雲九曲圖帖)》에 실린 그림입니다. ‘곡운구곡(谷雲九曲)’은 지금의 강원도 화천 용담리 일대의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방화계(傍花溪), 청옥협(靑玉峽), 신녀협(神女峽), 백운담(白雲潭), 명옥뢰(鳴玉瀨), 와룡담(臥龍潭), 명월계(明月溪), 융의연(隆義淵), 첩석대(疊石台)를 일컫는 지명입니다. 화첩을 그리게 한 주인공인 유학자 김수증(金壽增, 1624~1701)은 일찍이 6곡인 ‘와룡담’ 골짜기에 숨어 들어가 정자를 짓고 살았습니다. 농수정은 그 정자의 이름이며 <농수정> 그림은 ‘와룡담’ 계곡과 정자를 근경에서 자세하게 그린 그림입니다. 곡운은 김수증의 아호이기도 하고, 화천군 용담리 일대의 원래 명칭인 사탄(史呑)을 주희(朱熹)가 머문 무이산(武夷山)의 ‘운곡(雲谷)’을 따라서 ‘곡운(谷雲)’으로 김수증이 바꿔 부른 것입니다. ‘와룡담’은 구곡 가운데 제6곡으로 가장 뛰어난 절경으로 손꼽히며 김수증은 화룡담 상류가 모이는 귀운동 골짜기에 7칸짜리 띠풀 집을 짓고 곡운정사(谷雲精舍)도 운영하였습니다. 정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유지숙은 서도소리에 가장 적합한 음색을 지니고 있으면서 선대(先代) 명창들의 다양한 표현에 가장 가깝게 접근해 있는 명창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는 항상 배우며 익히는 일에 부지런하고 매사 최선을 다하는 소리꾼, 잊힌 서도지방의 소리를 되찾고자 하는 학구(學究)열이 남다르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술비 타령>, <굼베 타령> 뒤로 이어지는 악곡들을 소개한다. 3. 신경발림 이 곡은 기존의 경발림을 새롭게 고쳐 만든 노래로 서도명창 김난홍이 서양악기의 반주에 맞추어 불렀던 신민요다. 그 음악적 분위기는 경쾌하고 씩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경발림>이란 명칭은 서도 선소리 4곡 가운데 마지막 곡의 이름이다. 그 내용은 평양 대동강의 풍광을 비롯하여 서도의 8경과 관동 8경의 정취를 노래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유명한 명인 명창들의 활동상황,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서도8경의 절경들도 흥미롭게 엮어 놓은 내용의 노래다. 이에 견줘 <신 경발림>은 평양의 명승지를 중심으로 하여 꽃 피는 봄과 가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고 그 흥취를 가눌 길 없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 가사 속에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유지숙의 맑고 부드러운 음색과 다양한 창법, 그리고 음악적 기교 등이 최정상급 소리꾼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 그가 관심을 두고 있는 작업은 잊힌 서도지방의 소리들을 되찾는 일이라는 점, 그가 깨우려 노력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잠자고 있을지도 모를 북녘의 소리가 그녀의 친근감 있는 목소리와 가락으로 새롭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고마운 일이다. 잊혔거나, 벌써 잊어버린 노래들을 우리가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은 유지숙 명창을 비롯한 몇몇 서도소리 전공자들의 고군분투가 이 분야의 활성화에 크나큰 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국악계가 그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고, 전통 서도소리꾼들이 공감하고 있듯이, 서도소리의 위세(威勢)가 점차 하향곡선을 그려가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지켜 볼 때, 더 이상 기다려야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정중하게 문화재청이나 문광부 등 국가기관에 요청하고자 한다. “이젠, 국가가 유지숙 명창을 위시해서 서도소리를 위해 노력해 온 유능한 소리꾼들을 보호해 주어야 할 때가 되었으니, 예능 능력 보유 여부와 자격을 살펴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 고전문학을 전공하면서 천여 년 전 작품들 중 사계절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삶을 담은 작품에 매료되었고 공감했습니다. 바쁜 현대인이 잊고 살았던 사계절의 변화를 나도 느긋하게 느끼면서 즐기고 싶어서 이번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계절은 한 바퀴 돌면 다시 새로운 계절이 돌아옵니다. 27세인 내가 그린 사계절화 70점은 이번 전시에 처음 공개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림을 그려나가겠다는 다짐을 담은 전시를 예쁘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 이는 젊은 일본 작가 나카가와 세이라(中河星良)의 말이다. 나카가와 세이라는 1996년생으로 일본 시코쿠 도쿠시마현 바닷가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 대학생이 되면서 도쿄에서 생활하기 시작했고, 대학원 박사과정을 거치면서 일본 고전문학을 전공했다. 2015년 대학 2학년 때 KADOKAWA 출판사의 ‘코믹그랑프리’에 입선하여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연재하는 잡지 ‘하루타’에서 만화가로 등단했고, 그 뒤 5년 동안 ‘하루타’에 작품을 연재해왔다. 이번에 인천관동갤러리에서 8월 11일(금) 부터 나카가와 세이라 작가의 "사계(四季)" 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 그림은 나카가와 세이라가 대학원에서 전공한 고전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五六월 또약볕에 살을 찌는 한 더위로 뭇인간은 어쩔 줄을 모르고 허덕이더니 오늘이 립추(立秋), 제 그러케 심하던 더위도 이제부터는 한거름 두거름 물러가게 되엇다. 언덕우 밤나무가지와 행길옆 느티나무위에선 가을을 노래하는 매암이 소래도 차(寒)가고 아침저녁 풀숲에는 이슬이 톡톡하게 나려 인제 먼 마을 아낙네의 옷 다듬는 소리도 들려올것이요. 삼가촌(三家村) 서당아해들의 글읽는 소리도 랑낭히 들려올 때다. (가운데 줄임) 오늘 아침쯤 그 어느집 우물가에 오동잎새가 떨어젓는지 정히 궁금하다." 위는 동아일보 1938년 8월 9일 “지하의 궁음(窮陰)이 나와 염제(炎帝,무더위)를 쫓는다” 기사 일부인데 마지막 단락의 “어느집 우물가에 오동잎새가 떨어지는지 궁금하다”라는 말이 참 정겹습니다. 아직 불볕더위가 극성이지만, 내일은 24절기의 열셋째 입추(立秋)입니다. 이제 절기상으로는 가을철로 들어서며 입동(立冬) 전까지를 가을 절기로 봅니다. 《고려사(高麗史)》에 보면 “입하(立夏)부터 입추까지 백성들이 조정에 얼음을 진상하면 이를 대궐에서 쓰고, 조정 대신들에게도 나눠주었다.”라고 나와 있는데 이를 보면 입추까지는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