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심청이 죽으러 뱃사람들을 따라 떠나가고, 심봉사는 공양미 300석의 대가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서 뒤늦게 후회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었음을 알게 되면서 기절하게 된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한걸음에 눈물짓고, 두 걸음에 한숨 쉬며”라는 심청이가 뱃사람들을 따라가는 목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바와 같이, 가는 길이 즐겁고, 신이 나는 행차가 아니다. 천근의 몸으로 가기 싫은 길을 한걸음, 한걸음, 옮겨 놓는 상황임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 심청이가 죽으러 가는 길, 슬픔의 극치를 표현하고 있는 부분인데, 신나게 서두를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슬픔으로 가득 찬 계면조의 소리 일색이라고 해도, 분위기의 반전은 필요한 법이다. 한 시간 내내, 또는 그 이상을 눈물만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청가에도 맹상군 이야기도 나오고, 뺑덕어미 이야기도 그리고 다음에 이어질 <범피중류> 대목처럼 넓은 바다를 헤쳐 나가면서 주위의 경관을 감상하는 우조의 느낌도 나와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다, 《악기(樂記)》에서는 사람의 감정을 애심(哀心), 희심(喜心), 노심(怒心)
[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지난 12월 29일 보훈부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2024년 1월의 독립운동가로 꼽았다고 발표했다. 보훈부는 "이승만은 1919년 상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대통령을 역임하였고, 주미외교위원부 위원장으로서 한인자유대회 개최와 한미협회 설립 등의 활동을 하였다"라고 꼽은 까닭을 밝혔다. 하지만 이런 보훈부의 발표에 고개를 끄떡일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가 정말 일제강점기 목숨을 걸고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뛰었다고 말할 수가 있는가? 국민을 버린 이승만이 웬 국부? 이렇게 보훈부가 1월의 독립운동가로 꼽은 데는 보훈부의 전 장관과 현 장관의 ‘이승만은 국부’라고 잘못 생각하는 데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지난해 8월 11일 한국일보의 기사에 보면 당시 박민식 장관이 "이 전 대통령의 공과 과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그럴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공이 90%, 과가 10%라고 본다. 우상화라는 표현은 합당치 않다."라고 말하면서 이승만을 국부로 치켜세웠다. 하지만, 국민이 박 전 장관의 이런 생각에 손뼉을 쳐줄 사람은 별로 없다. 그 기사에 댓글을 단 많은 누리꾼은 일제강점기 대한민국임시정부에 의해 탄핵받았으며, 4·19혁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청룡도(靑龍圖)’ 그림이 있는데 이는 새해 초 궁궐이나 관청의 대문 등에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붙였던 것으로 여겨지는 그림입니다. 새해를 맞아 나쁜 것을 막고 복을 지키기 위해 그린 이런 그림을 세화(歲畵)라고 하는데 대문에 많이 붙이기 때문에 문배(門排) 또는 문화(門畵)라고도 합니다. 세로 222.0cm, 가로 217.0cm의 큰 그림으로 구름 속에 몸을 틀며 하늘로 오르는 용의 모습을 소재로 다뤘습니다. 몸체를 윤곽선으로 나타낸 다음 먹이 밖으로 번지는 모양으로 주위를 처리하였지요. 섬세한 필선으로 그려져 먹구름 속을 나는 용의 표정에는 위엄이 있으며, 그 아래 굽이치는 파도의 물결이 배경으로 처리되어 이 작품을 그린 화가의 뛰어난 솜씨를 보여줍니다. 색을 약간 칠하였으나 수묵 위주로 그렸습니다. 궁궐에서는 이런 세화를 도화서(圖畵署)에서 그려 골고루 나눠주었습니다. 조선 초기에 도화서에서 그리는 세화는 해마다 60장가량이었는데 중종 때에 이르러서는 신하 한 사람당 20장씩을 내렸을 정도로 많은 양을 그렸습니다. 이를 위하여 임시로 고용된 차비대령(差備待令)이 각각 30장을 그릴 정도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는 1월 28일(일) 낮 3시 서울 종로구 율곡로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는 제1회 예찬건 영제시조 발표회 <영판(嶺板) 좋다 영제(嶺制) 시조> 공연이 열린다. 조선 영조ㆍ정조 시대 꽃을 피운 최고의 성악 장르인 가곡(歌曲), 그리고 거기에서 파생된 시조(時調). 그 정점에는 영조 때 가객(歌客) 이세춘(李世春)이 있다. 그 이후 이세춘이 만들었다는 시조는 300년 넘게 우리 겨레의 사랑을 받아 왔다. 시조시를 3장 형식에 얹어 부르는 시조창은 가곡ㆍ가사와 더불어 정가(正歌)로 분류가 되며 지역적 특징에 따라 서울지역에서 불리는 경제(京制)시조와 지방에서 불리는 향제(鄕制)시조로 불리며 향제시조는 경상도의 영제(嶺制)시조, 전라도의 완제(完制)시조 그리고 충청지역의 내포제(內浦制)시조 등이 전해지고 있다. 『시조는 정가(正歌)로 분류되면서도 가곡(歌曲)처럼 체계적으로 전승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그 이유 가운데 한가지는 각 지방 특유의 토리에서 오는 언어적인 면을 가리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영제시조는 씩씩하면서도 강하고 우렁차 수양의 방편으로도 꼽고 있으며, 때로는 ‘영판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오는 1월 27일 밤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는 <김규현 바순 독주회>가 열린다. 바순(bassoon)은 목관악기며, 오보에처럼 겹리드(double reed)가 붙어 있어 있는 악기다. 바순은 연주하기에 매우 까다로운 악기로 이러한 구조는 이 악기의 독특한 음색을 만들고 있는데 깊고 따뜻한 울림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목관악기 가운데 저음역에 특화된 악기며, 파생악기로 더 낮은 음을 내는 콘트라바순이 있고, 그것을 개량한 악기로는 콘트라포르테도 있다. 이번 독주회를 여는 바수니스트 김규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을 졸업하고 독일로 건너가 뮌헨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한 뒤, 만하임 국립음대 오케스트라과정을 수료하였다. 독주자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와 실내악 영역에서 음악계의 주목을 받아 온 그는 예술의전당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수석, 과천시립교향악단, 청주시립교향악단, 인천시립교향악단의 객원 수석,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카타르왕립오케스트라의 객원 부수석을 역임하였으며, 소누스목관앙상블, 해피바순앙상블 멤버로 독주, 실내악, 오케스트라를 넘나드는 넓은 영역에서의 활동을 선보여 왔다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서울시가 건물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친환경 건축물인 '녹색건축물' 확대에 적극 나선다. 국가는 건물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의 24.6%이나, 서울시는 건물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이 70.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설계기준을 점진적으로 강화하여 건물 분야 온실가스 82% 감축하고 18%는 녹지 확대 등으로 상쇄하여 100% 감축을 추진할 예정이다.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서울시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장기적인 실행 목표와 계획을 마련해 실행 중이며, 그 중 건물의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울특별시 녹색건축물 설계기준」을 개정('23.12.14.), 에너지 절약형 녹색건축물을 확대해 나간다고 밝혔다. ‘녹색건축물 설계기준’은 시가 친환경 에너지 절약형 녹색건축물의 확대를 위해 ‘07년 8월 도입한 이후 지속 개정해 왔으며, 2019년 이후 4년만의 개정으로 현재 연면적 500㎡이상 신축, 증축, 전면 대수선 건축물 등에 적용하고 있다. 주요 개정내용은 ▴녹색건축인증 등급 기준 완화 ▴건축물 에너지 효율 등급 기준 강화 ▴신재생에너지 의무설치 비율 신설 등 건축물 환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전남 고흥군 용암마을에 영남용바위가 있다. 고흥10경 가운데 6경으로 꼽히는 ‘남열 해양 경관과 해수욕장’에 있는 이곳에 용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온다. 먼 옛날, 두 마리 용이 서로 먼저 승천해 여의주를 얻으려고 싸움을 벌였다. 마을 주민 류시인은 꿈에서 그들의 싸움을 끝낼 비책을 듣고 한 마리를 활로 쐈다. 류시인의 도움으로 싸움에서 이긴 용이 용암마을 앞 바위를 디딘 채 승천했는데, 그 흔적이 지금까지 있다는 것이다. 고흥군은 영남용바위와 고흥우주발사전망대 사이에 해안 탐방로 ‘미르마루길’을 조성했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옛말이다. 길이 4km 미르마루길은 주변의 기암절벽과 몽돌해변, 탁 트인 바다를 두루 감상하며 거닐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설과 관련된 용굴, 사자바위 등도 만나보자. 미르마루길 끝에 고흥우주발사전망대가 있다.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하는 로켓의 궤적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를 알고 싶다면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을 추천한다. 팔영산은 고흥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들 만큼 경치가 빼어나다. 산 중턱에 자리한 팔영산편백치유의숲은 자연에서 휴식을 즐기기 좋다. 문의: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이하 문체부)는 한국관광공사(사장 김장실, 이하 관광공사)와 함께 2024년 1월 8일부터 2월 29일까지 기초 지자체 또는 기초-광역지자체(연계)를 대상으로 ‘2024년 무장애 관광 연계성 강화 사업(구 무장애 관광도시)’을 추진할 곳을 공모한다. ‘무장애 관광 연계성 강화 사업’은 장애인 등 관광취약계층이 끊김 없이 관광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관광지와 시설, 정보 등 특정 권역 내 관광 제반 요소의 접근성과 연계성을 강화하는 사업이다. 2022년에 강릉시를 선정한 이후, 2024년에 두 번째 대상지를 새롭게 선정한다. 이번 공모를 통해 최종 선정된 지자체에는 3년간(2024~2026년) 최대 국비 40억 원을 지원한다. 문체부와 지자체는 모두에게 평등한 이동권을 보장하고, 권역 내 관광기반시설(숙박, 식음, 쇼핑시설 등 민간시설 포함) 개선, 무장애 여행상품 개발, 전문인력 양성 등 다양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게 된다. 공모 일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문체부(www.mcst.go.kr)와 한국관광산업포털(www.touraz.or.kr), 관광공사 열린관광 무장애 관광정보 누리집(www.acces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왕비로 산다는 것. 뭔가 제목에서부터 잔잔한 엄중함이 느껴지는 ‘왕비’라는 자리는, 참 높고도 어려웠다. 한 나라의 왕비 역할을 잘 해낸다는 것이 쉽지 않았음은 고금의 예에서 잘 알 수 있지만, 복잡한 정치 셈법이 얽혀 있었던 조선의 왕비는 특히 더 어려웠다. 이 책 《왕비로 산다는 것》의 지은이 신병주는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서 ‘주부들이여 왕비가 되자’라는 주제의 특강 요청을 받고, 왕비를 주제로 한 강의를 할 수는 있지만 제목을 ‘왕비로 산다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 실제로 그렇게 강의했다고 한다. 그가 보기에도 조선의 왕비는 동화나 사극 속 왕비처럼 아름답고 화려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누릴 수 있는 것보다 제약이 더 많았고, 엄격한 궁중에서 비슷한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힘든 직업이었다. (p.8-9) 왕비는 권력과 부가 보장되는 지위라기보다 정치적 상황에 휩쓸려야 했고 답답한 구중궁궐에서 왕의 내조에 전념하는 역할을 요구받는 위치에 있었다.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 뒤에 있는 인공 정원 아미산이나 궁궐 후원을 산책하는 일 또는 궁궐에서 독서를 하는 것 정도가 그나마 왕비의 숨통을 터주는 일이었을 것이다. 임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1997년에 유네스코에 첫 번째로 오른 대한민국 세계기록유산, 훈민정음을 해설한 책, 세종이 1446년에 8명의 신하들과 함께 펴낸 책, 15세기로 보아도 지금으로 보아도 최고의 사상과 학문을 담은 책. 현대 음성학과 문자학 그 이상의 값어치를 담은 책. 33장 66쪽으로 이루어진 책. 한글날의 기원이 된 책. 전 세계 이름난 문자학자나 문자 전문가들이 격찬하는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에 얽힌 내용을 거대하면서도 섬세한 이야기로 풀어낸 책. 값을 매길 수 없는 무가지보.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흔히 《훈민정음해례본》이라고 표기하지만, 실제 책 제목은 ‘훈민정음’이므로 ‘《훈민정음》 해례본’과 같이 표기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러한 놀라운 책을 우리나라 그 많은 국어국문과와 국어교육과에서 체계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상세하게 가르치는 곳이 거의 없다면 상상이 될까? 불행하게도 이는 사실이다. 도대체 인류 문명의 틀을 바꾼 책을 옆에 두고도 가르치지 않고 배우지 않는 나라가 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물론 이 책은 국어 전문가들한테만 필요한 책이 아니다. 문자학, 음성학, 철학, 과학, 음악, 수학 등 다양한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