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해마다 3월 23일은 '국제 강아지의 날'(National Puppy Day)이다. '국제 강아지의 날'은 버려진 강아지들을 위한 안전한 보호시설, 유기견 입양 등을 권장하며 세계 모든 강아지를 사랑하자는 취지로 지정된 기념일이라고 한다. 언제는 좋아서 데려다 기르다가 언제는 1회용 장난감처럼 함부로 버려지는 강아지들, 아직도 여전히 지구촌에는 이런 일들이 허다하게 일어난다. 버려지는 강아지(개)를 흔히 유기견이라고 한다. ‘국제 강아지 날’에 생각나는 사람이 일본인 친구 이토 노리코다. “윤옥 씨, 백구가 지난 2월 죽었어요.” 어제 국제전화에서 이토 노리코(67) 씨는 그렇게 울먹였다. 길가에 버려진 백구를 데려다 6년간 정성껏 키우던 노리코 씨가 요즘 통 연락이 없었는데 웬일인가 했더니 백구의 죽음으로 한동안 우울증이 왔다는 것이었다. 94살 노모와 단둘이 살면서 버려진 유기견을 5마리나 기르던 노리코 씨는 그간 두 마리를 병으로 저 세상으로 보냈다. 그리고 이번에 백구가 죽음으로써 이제 남은 녀석은 두 마리다. 한국어로 ‘사랑’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누렁개 사랑이는 눈이 안 보이는 녀석이고, ‘짐페’ 라는 녀석은 처음부터 까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판소리는 전라도 지방의 소리라 할 만큼 그 지역의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어법(語法)으로 부르는 소리제다. 가사의 발음이나 독특한 사투리, 억양, 떠는 소리나, 꺾어 내리는 소리 등이 다른 지방과는 차이를 보인다. 이건자의 목청은 맑고 고운 편이어서 판소리보다는 경기소리에 어울리는 목이다. 연말 모임에서도 그는 판소리 대신, 자신이 어려서부터 불러오던 <창부타령>을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좌중의 분위기를 압도했다는 얘기다. 사람에게는, 특히 소리꾼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가 있는 법이다. 이건자는 <창부타령>이 목청에 맞고, 또한 어려서부터 습관적으로 이 노래를 불러왔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도 있었던 것이다. 특히 명동으로 구경나갔다가 우연히 참여하게 된 노래자랑에서도 많은 사람을 제치고 1등의 영예를 차지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창부타령>이란 어떤 노래인가? 신명 나는 가락과 흥겨운 장단으로 짜인 이 노래는 <노랫가락>과 함께 서울, 경기지방을 대표하는 민요다. 직장이나 공공의 일터, 각종 놀이가 벌어지는 판에서는 실로 많은 사람이 즐겨 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 1891-1931)를 아는 한국인들은 많다. ‘한국인 보다 더 한국을 사랑한 사람’ 아사카와 다쿠미는 일제강점기 조선에 건너와 조선총독부 임업시험소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조선의 문화에 애정을 갖게 되는데 특히 백자에 쏟은 그의 사랑은 《백자의 나라》라는 책에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식민시기에 조선에 건너온 많은 일본인들이 게걸스럽게 값나가는 고문서와 도자기, 민예품을 수집하여 일본으로 가져갔는데 견주어 아사카와 다쿠미는 “조선의 것은 조선에 두어야 한다.” 는 지론으로 자기가 모은 조선 민예품은 물론이고 자신의 육신마저 조선땅에 묻히길 바랐으니 그의 ‘조선사랑’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아사카와 다쿠미에게는 노리타카(伯教, 1884-1964) 라는 7살 위의 형이 있는데 형 또한 동생 못지않은 '조선을 사랑한 사람' 이다. 아사카와 노리타카의 조선에서의 삶은 어떠한가? 다쿠미의 형에 관해서는 《조선의 미를 찾다 : 아사카와 노리타카의 재조명》에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아사카와 노리타카는 동생 다쿠미와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와 더불어 조선 전통문화와 미술공예를 연구하고 그 미적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산타령 전승교육사, 이건자 명창의 소리세계를 이야기 하고 있는 중이다. 강원도 인제군《가리산리》가 고향이고,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소리를 들으며 익혔는데, 중학교 진학도, 소리공부의 길도, 어렵게 되자, 친구 따라 상경하여 회사에 다니게 되었다는 이야기, 어느 날 동료들과 명동 구경을 나갔다가 우연히 노래자랑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아버지에게 배운 창부타령을 불러 1등상을 받았다는 이야기, 이것이 인연이 되어 KBS 요청으로 민요 몇 곡을 부르게 되었는데, 구경꾼들도 환호하며 절정의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이야기, 이날 촬영한 영상은 때마침 추석 특집으로 KBS에서 방영이 되었는데, 판소리의 신영희 명창이 이건자의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제자로 키우고 싶다”라고 해서 그의 문하생이 되기로 한 뒤, 선생의 집에서 동거동숙하며 소리 공부와 함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였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건자의 남모르는 고민도 시작되었다. 그것은 전문가들에 의해서만 감지되는 미묘한 문제, 곧 이제까지 불러온 이건자의 소리와 신영희 명창의 소리는 같은 전통의 소리이기는 하나, 결이 다른 소리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조선 후기 인물인 남계우(南啓宇, 1811~1890)는 당대에 나비를 잘 그리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사실적이고도 세밀하게 나비를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해서 남나비[南胡蝶]란 별명이 붙었을 정도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남계우가 그린 꽃과 나비[南啓宇筆胡蝶圖]>가 전합니다. 종이 바탕에 그린 이 그림에는 세밀한 필치로 그린 나비들이 꽃 위에서 노니는 모습과 함께 붉은 모란, 흰 모란, 푸른 붓꽃 등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금으로 장식된 종이 옛사람들은 종이, 비단, 마, 모시, 면과 같은 다양한 재료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남계우가 그린 꽃과 나비>의 바탕은 종이입니다. 보통 종이라 하면 하얀 바탕의 종이를 떠올리게 됩니다. 남계우가 꽃과 나비를 그린 종이는 조금 다릅니다. 바탕에 금색으로 빛나는 작은 조각들이 보입니다. 금으로 장식한 종이입니다. 옛사람들이 만들었던 종이의 종류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는 오늘날 목적과 용도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종이를 사용합니다. 종이를 보기 좋고 아름답게 하려고 고운 색으로 염색하기도 하고 종이를 제작할 때 부분적으로 섬유의 양을 달리하여 종이에 무늬나 글자를 만들어내기도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선녀와 놀량>은 전혀 관계가 없는 말처럼 보이나, 주 무대가 <산(山)>이라는 점, 선녀들의 놀음이나 소리패의 놀량도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의 화합으로 이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산타령을 비롯하여, 장기(將棋)타령, <배뱅이굿>, <민요 한마당>의 분위기는 관객을 흥취와 열기 속에 몰아넣었다. 다양한 종목들을 준비해서 성북구민들에게 전통음악의 미(美)적 값어치를 높여 오고 있는 이건자 명창은 어떤 소리꾼인가? 이번 주에는 그 이야기를 해 본다. 서울 경기의 긴소리, 또는 긴잡가로 통하는 좌창(坐唱)보다는, 주로 입창(立唱) 곧 선소리를 주 전공으로 공부해 온 소리꾼, 이건자는 강원도 인제의 깊은 산속 마을인 ‘가리산리’에서 태어났다. 골짜기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산에는 이름 모를 꽃과 나무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자연 속 심산유곡(深山幽谷)에서 10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이건자는 어린 시절, 다람쥐처럼 나무타기를 잘했던 개구쟁이였다고 한다. 어느 날, 나무 위로 뻗은 가지에 달린 호박을 따려고 올라갔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떨어지는 바람에 변을 당했는데, 안타깝게도 잠깐의 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의 셋째 '경칩(驚蟄)'이다. 경칩은 놀란다는 ‘경(驚)’과 겨울잠 자는 벌레라는 뜻의 ‘칩(蟄)’이 어울린 말로 겨울잠 자는 벌레나 동물이 깨어나 꿈틀거린다는 뜻이다. 원래 ‘계칩(啓蟄)’으로 불렀으나 기원전 2세기 중국 전한의 6대 황제였던 경제(景帝)의 이름이 유계(劉啓)여서, 황제 이름에 쓰인 글자를 피해서 계'자를 '경(驚)'자로 바꾸어 '경칩'이 되었다. 중국의 전통의학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 기원전 475~221)》에 계절의 변화와 인간의 삶에 대해 언급된 이래, 당나라의 역사서인 《구당서(舊唐書)》(945), 원나라의 《수시력(授時曆)》(1281) 등 여러 문헌에 경칩 기간을 5일 단위로 3후로 나누고 있다. 이들 기록에 따르면 초후(初候)에는 “복숭아꽃이 피기 시작하고, 중후(中候)에는 꾀꼬리가 짝을 찾아 울며, 말후(末候)에는 매가 보이지 않고 비둘기가 활발하게 날아다니기 시작한다.”라고 한다. 경칩 기간에 대한 이런 묘사가 조선 초 이순지(李純之) 등이 펴낸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 1444)》 등 한국의 여러 문헌에도 인용되고 있는데, 중국 문헌의 절기는 주(周)나라 때 화북(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유럽에서는 프랑스나 독일 등이 협조하여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과 같은 조직을 만들어 평화로운 관계를 실현하고 있는데 견주어 왜 동아시아의 평화는 여전히 진전이 없는가? 이에 대해 초청 강사로 포토 저널리스트인 야스다 나츠키 씨를 통해 일본과 코리아, 동아시아의 현황과 미래를 살펴봅니다.” 이는 3월 13일(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행사 ‘함께 살아가는 일본과 코리아(ともに生きる-日本とコリア)’를 설명하는 글이다. 이번 행사는 3월 3일 ‘평화의 날’을 맞아 기획한 행사로 사단법인 일본펜클럽이 주최한다. ‘평화의 날’ 제정은 1984년에 열린 국제 펜클럽 도쿄대회에서 소설가 오에겐자부로 회원 등의 발의에 의해 탄생했다. 일본 펜클럽에서는 해마다 3월 3일 전후로 작가, 배우, 아티스트 등이 각 곳에서 전쟁과 평화, 자연과 생명, 역사와 문화 등을 함께 생각하는 행사를 열어오고 있다. 이번 도쿄에서 열리는 행사는 모두 3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는 야스다 나츠키 (포토 저널리스트) 씨의 기조강연이 있고 2부는 윤동주 시인 소개와 시낭독, 피아노 연주 시간을 갖는다. 이날 시낭독을 맡은 박경남 씨는 재일교포 2세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이건자(李建子)명창의 제9회 발표회, <선녀와 놀량>을 기획하여 성북구민들에게 선을 보였다는 이야기, 소리꾼 이건자의 순수함과 남다른 열정, 선녀와 놀량과 관련해서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선녀가 하늘나라로 떠나간 이후, 상심에 차 있던 나무꾼은 다시 한번 사슴의 도움을 받아 두레박을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가 살게 된다. 그러나 두고 온 인간 세상의 어머니 걱정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말을 타고 다시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게 된다. 그러나 반드시 말이 세 번 울기 전에 돌아와야 한다는 조건을 지켜야 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어머니를 만나 시간을 보내다가 그만, 말이 세 번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해 다시 하늘나라에 오를 수가 없게 된다. 그 후, 나무꾼은 언제나 하늘만 쳐다보고 선녀와 아이들을 그리며 살다가, 죽어 수탉이 되었다고 한다. 수탉의 울음, ‘꼬끼오 꼬꼬!’는 바로 “곧 갈 거요, 곧”이라는 풀이여서 이야기의 끝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건자 명창의 <선녀와 놀량>이라는 발표회 이름이 주는 의미가 재미있다. 선녀(仙女)는 땅이 아닌 하늘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해좌전도海左全圖》는 185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표적인 목판본 조선전도다. ‘해좌海左’는 중국을 기준으로 바다 동쪽을 가리키는 것으로 조선을 의미한다. 지도의 전체적인 윤곽은 정상기의 〈동국대전도〉와 유사하여 산줄기와 물줄기, 자세한 교통로 등이 그려져 있다. 여백에는 백두산, 금강산, 설악산 등 10여 개 명산의 위치와 산수에 대한 간략한 설명, 섬, 백두산정계비, 초량왜관草梁倭館 등에 관한 기록이 실려 있다. 아울러 고조선古朝鮮, 한사군漢四郡, 신라 구주新羅九州, 고려 팔도高麗八道의 고을 수를 좌측상부 여백에 기록하여 우리나라의 현재와 과거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울릉도 옆에 독도까지 그려져 있어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 <실학박물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