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기자] 거북을 본 따서 만든 거대한 배의 그림, 거북선이었다. 머리는 용의 형상이고 비늘은 무수한 창으로 뒤덮여 있는 철갑선. 임진년에 군관 나대용이 개발하여 전선에 투입, 돌격선으로 맹 활략을 펼쳤으나 제조가 쉽지 않았으며 공격과 수비에 있어서 아군끼리의 교신이 어려웠던 단점으로 현재는 폐지되어 있는 조선의 군함이었다. “현재 비밀리에 제조중인 귀선(龜船)입니다. 이 귀선의 특징은 거북과 같이 물속으로도 항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원의 입이 딱 벌어졌다. 서로 둘러보는 눈초리가 전혀 믿을 수 없다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배가 어떻게 물속으로 다닐 수 있다는 말인가. 정도령이 계속 설명했다. “물론, 완전히 물속을 자유자재로 다니지는 못합니다. 연구를 계속 한다 면이야 언젠가는 가능하겠지요. 다만 지금은 반 이상 물속에 잠겨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거북선의 머리 부분과 등의 뾰족한 창칼에 공기구멍이 존재합니다. 외부에서 볼 적에는 거북의 머리와 등만 보입니다. 또 하나는 거북의 머리 부분은 높이 조절이 가능합니다.곧 내부에서 멀리 외부를 관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승선 인원은요?” “격군을 포함하여 50명 정도의 소형입니다.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사헌부 지평 강두명이 김충선의 흔적을 찾고 있을 때, 김충선은 서아지와 준사를 데리고 진해의 곽재우와 정기룡 장군이 임시로 머물고 있는 관아에 도착하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네.” 반가운 얼굴 이울이 이미 거기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울은 정도령과 박정량, 장승업도 함께 왔노라고 일러주었다. 홍의장군과 정기룡도 김충선 일행을 환대하였다. 정도령을 중심으로 그들은 전략회의에 돌입하였다. “명나라 진린제독이 일본과 내통하여 화약과 병기를 빌려주지 않으니 우리로서는 부산을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허비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따라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려고 합니다.” “어떤 방법이 있습니까?” 곽재우가 넌지시 묻자 정도령이 짧게 대꾸했다. “훔치는 겁니다.” 김충선은 물론이고 곽재우와 정기룡 등 모두가 놀란 얼굴이 되었다. 이울이 다시 물었다. “도적질을 한다는 말씀입니까?” 정도령은 부인하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이것은 전쟁입니다. 승리를 위해서 우리가 하지 못할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명나라와 일본의 밀약(密約)을 깨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산을 점거하고 수송선을 우리가 접수해야 합니다. 어쩌면 일본은 전주성과 남원성을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김충선이 여진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서둘러 행방을 추적 했어야 했다. 대관절 여진으로 떠났던 선전관 조영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더냐?” 선조의 힐책에 대하여 강두명은 변명거리를 찾았으나 마땅히 떠오르지가 않았다. 단지 그는 엄살을 피우며 궁지에 몰린 국면을 빠져나가고자 했다. “전하, 이제 김충선의 소재가 확인 되었으니 방도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아옵니다. 여진으로 향했던 선전관 조영과 소생의 친구가 돌아오게 되면 어명을 수행 하도록 하겠나이다. 소생의 품계를 가지고는 여러모로 한계에 부딪치는 일이 많사옵니다.” 선조의 얄팍한 입술에 약간의 비웃음이 실렸다. “그렇다면 승차(陞差)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는 말인데, 사간원의 도호부사면 되겠느냐?” 강두명은 눈이 번쩍 떠졌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전하!” “그 전에 한 가지 해결해야 할 일이 있느니라.” 강두명은 기뻐 날뛰다가 냉수 한 바가지를 뒤집어쓴 기분이었다. 관직을 내려 주려면 그냥확실하게 임명 할 것이지 단서가 붙어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떤 일이옵니까?” “벽제관에 사신이 실종 된 사건을 알고 있느냐?” “서애 대감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선조가 입맛을 다셨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니오.” 양호는 인상을 일그러뜨리면서 명나라의 추측에 대해서 늘어놨다. “이것은 명백한 납치로 간주해야 하오. 일반적인 실종이 아니라 목적을 위해서 사람을 납치한 것이란 말이외다.” 선조가 혀를 찼다. “쯧쯧, 하지만 누가? 어떤 목적으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탐문을 하고 있지 않소. 좀 더 상황을 지켜본 연후에 방도를 취해야 할 것이요.” “이번 사건은 병부주사 사헌에게 불만을 지니고 있는 자들의 소행입니다. 그들을 모조리 잡아 드린다면 사건은 쉽게 해결될 것입니다.” “그들이라면 누굴 말하는 겁니까?” “서애 유성룡의 추종자들이 아니고 누구겠습니까? 동인세력의 악랄하고 조직적인 음모에 의해서 병부주사가 위급합니다.” 선조는 사태가 매우 엄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명나라에서는 이번 사건을 서애 유성룡 측의 보복성 행위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서애 대감은 병환중이시오.” “이번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요. 유성룡을 철저히 조사해야 하오.” 선조는 명나라의 주장을 일축했다. “근거 없는 소문이요.” “유성룡이 병부주사 사헌에게 원한을 지니고 있음을 삼척동자도 알고 있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광해군은 필시 장군이 꿈꾸는 새 하늘에는 적합하지 않을 것이니 그와 같은 충돌이 발생하면 사웅에게 화가 미칠까 두렵소이다.” 원균이 고민을 털어 놓자 이순신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어째서 나의 하늘에 세자 광해군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원균은 깜짝 놀랐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에 조선의 왕세자가 가당키나 한 일인가. 한 하늘에 어찌 임금이 두 명이 될 수 있느냐 말이다. 도무지 모를 일이었다. “왕권을 잡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세자를......”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은 고루한 것입니다. 내가 꿈꾸는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원균은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건 뭔가? 그동안 이순신의 주변을 맴돌면서 그를 추종하는 모든 사람들은 역성혁명을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의 조선 임금 선조와 그 일당 들을 물리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그 과정이라면 당연히 대대적인 정적(政敵) 제거를 위한 피의 숙청이 발생하기 마련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순신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원장군, 나는 말이요......왕권의 올바른 교체를 원하오. 어느 누가 임금이 되어도 백성을 진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그런데 권율이 이순신에게 호위무사 장예지를 들먹였다. “여기 예지낭자는 실상 김충선 장군의 제자라고 하오.” ‘아뿔싸!’ 장예지는 내심 탄식했다. 역시 중간에서 빠져 나왔어야 했던 것이다. 후회가 몰려들었다. 광해군이 그녀와 김충선과 관계를 확인시켜 주었다. “언젠가 예지낭자가 김장군을 모시고 동궁으로 날 방문한 적이 있었소. 사부라고 소개했던 항왜 장수 김충선, 아마도의금부에서의 이순신장군 방면은 김충선장군의 공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본 세자 역시 기여를 했고요! 이장군이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구려. 뭐, 기억에 전혀 없다고 하셔도 무방합니다. 문제될 것은 없을 테니까요.” 이순신이 몸을 낮추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세자 저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광해군의 돌발 발언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래서 드리는 부탁이니 외면하지 마십시오.” “무슨 말씀이옵니까?” “이번 부산 공격 때 이순신 함대에 승선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이순신이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진심이옵니까?” “이 사람이 체험해 보고 싶소. 화포장(火砲匠)이 되어 직접 왜적의 배를 명중시켜서 파손 시켜보고 싶소이다. 어떻소?” “세자 저하에게는 매우 위험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장군을 뵙고 싶어서 한양서 예까지 달려왔소이다. 그동안 수고가 많으셨소. 진심으로 나라를 구원해준 은혜에 감사하오.” “신하된 자로 마땅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여기까지 내려오는 동안 장군의 명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귀가 따가웠습니다.” 이순신이 함께 도열한 장수들을 소개했다. “명량은 소생 혼자의 힘이 아니오라, 제장들의 혁혁한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원장군은 이번 명량의 위기에서 소장을 구원해준 은인이기도 하고요.” 원균이 광해군에게 예를 갖추었다. “세자 저하 강령하셨습니까. 이장군의 말씀은 조금 과장이 되었습니다. 소장이 오히려 통제사의 도움으로 재생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광해군이 원균을 위로하였다. “뼈아픈 패배를 당하였으니 승리의 기쁨 또한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장군의 경험이 중요한 법입니다. 그동안의 전과와 공적이 얼마나 많으셨습니까. 기왕에 당한 패배라면 앞으로는 승리로만 이끄소서.” “망극하옵니다.” “그리고 원장군에게 일당백이라 불리는 아드님이 계시지요? 얼마 전 도원수부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예. 아직은 재주가 미흡한 자식이 있지요.” 광해군은 직설적으로 요구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이대로 출정을 한다는 것은 너무 무모한 것이 아니요?” 이순신은 정도령에게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정도령은 야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일단 도원수부와 진린제독에게 통보만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준비가 되어야 합니다만.” “진린제독이 화약과 병기를 보내주지 않고 시간을 끄는 이유가 일본 측과의 비밀협상 때문이라고 했지 않았소.” “그렇습니다. 일본 고니시로 부터 대대적인 뇌물공세가 전개되고 있다 합니다.” “본래 고니시는 군인이라기보다도 상인에 해당하는 위인이요. 협잡에 능한 상인이 전쟁에 끼어들어서 우리의 문화재와 도공, 악공 등을 무더기로 끌고 가서 팔아넘기고. 결국 장사를 하자는 속셈이겠지.” 정도령이 이순신의 발언에 동의 하였다. “고니시는 살아남기 위하여 잔꾀를 모두 동원할 것입니다. 장사꾼으로 할 수 있는 어떤 짓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는 그가 진린을 끌어드리는데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우리에게 기회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진린이 결국 우리에게 화약을 넘겨주지 않을 것이란 말이구려.” “그렇습니다. 소생이 고니시가 장사에 능하다는 사실을 간과하였습니다.” “그럼, 어찌하면 좋겠소? 부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기자] “우리의 분로쿠·게이초의 역(文禄·慶長の役=임진, 정유재란/조일전쟁)이 이순신을 조선의 임금으로 만들어주는 앞잡이 역할을 했다는 것이구나.” “황공하옵게도 그 같은 역사를 태합께서 제공해 주신 것입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갑자기 대소를 터뜨렸다. “와하하하, 하하핫 그렇게 되는 것이구나. 본 태합이 이순신을 조선의 임금으로 만들어 주게 되었어.” “단지 거기서 멈출 것 같지가 않습니다.” 구루시마는 두 다리의 통증을 간신히 이겨내며 진땀을 흘렸다. 그러면서도 히데요시와의 일전을 버텨내고 있었다. 히데요시는 안간 힘을 쓰고 있는 구루시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뜻이냐?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는 말은.” “이순신은 일본을 정벌(征伐) 하고자 할 것입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구루시마의 말을 신뢰할 수 있을지를 판단해야 했다. “역으로 우리를 공격해 온다?” “이순신은 능히 그럴 수 있는 자입니다. 그의 전투 경력은 실패가 없습니다. 만일 그가 일본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면 일본은 매우 불행한 사태에 돌입 할 것입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미간이 무섭게 떨렸다. 분노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구루지마는 여기서 포기해서는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기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믿을 수가 없었다. 무려 300 척이 넘는 일본의 함선이 단 12척의 이순신 함대에게 몰살을 당하였다니! 누가 이런 수치를 믿을 수 있겠는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명량해전의 장본인이 도착 했을 때 비로소 히데요시는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루시마 미치후사 (くるしま みちふさ) 그가 비참한 몰골로 일본의 최고 권력의 신이라 할 수 있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면전에 등장한 것이다. 바퀴가 네 개 달린 의자에 걸터앉아 중증 환자로 변한 구루시마를 보는 순간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현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다녀왔는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첫 말은 그저 일상적인 안부로 시작 되었다. 이 또한 전례가 없던 태합(太閤) 히데요시의 반응이었다. 구루시마는 이미 작정하고 히데요시와의 면담을 추진하였기에 물러섬이 없었다. “두 다리는 태합을 위하여 바쳤습니다.” “목숨은?” 구루시마는 추호의 두려움도 없이 히데요시의 냉담한 눈초리를 받아드렸다. “태합을 위하여 남겨두었습니다.” “어디 들어보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 전국시대를 통일시킨 장본인이다. 그의 행적은 일본 전국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개 빈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