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자장면 값이 오백 원에서 육백 원으로 올라가던 때였나? 나는 덕천동에서 청요릿집 배달을 했다. 면을 치는 소리를 들으면 왠지 후련했다. 교복도 자율화가 되어 공부에 대한 미련도 조금 옅어져 그냥 되는 대로 살고 싶었다. 그날따라 반주로 막걸리 반통을 먹어서 그랬는지 빈 그릇을 찾아오기 위해 '고바위'(언덕)를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 시원스럽게 내리닫던 자전거에서 브레이크가 튕겨지던 느낌. 도로 가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에 자전거가 대신 죽고 살아남긴 했지만 처음으로 죽음의 냄새를 뜨거운 짬뽕 국물처럼 뒤집어 쓴 것이다. - '내 마음속의 이곳'(부산일보) - 고바위를 흔히 언덕배기쯤으로 잘못 알고 쓰는 경우가 많다. 예문을 찾다보니 어느 시인의 글이 올라와있다. 이 시인은 고바위라 써놓고 안심이 안 되는지 괄호 속에 언덕으로 다시 보충하고 있다. 시인 자신은 고바위로 많이 쓰고 있는 모양이다. ▲ 1934년 4월 21일 남회선의 구배(코-바이) 기사 (북선일보) 이 말은 일본말 코-바이(勾配, こう‐ばい)에서 온 말로 이 말이 와전되어 고바위가 된 것이다. 언뜻 보면 고(高)+바위 같아 순 우리 토박이말 같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서울역 맞이방에서 만나요 보내는 아쉬움에 가슴 아픈 사람도 만나는 설레임에 마음 부푼 사람도 먼 하늘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같겠지 인생의 뒤안길 같은 이별과 상봉의 공항 대합실 위는 가수 문주란의 공항 대합실 이란 노래이다. 일본말 마치아이시츠(待合室)를 들여다가 한자 발음으로 쓰고 있는 것이 대합실(待合室)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대합실(待合室) : 공공시설에서 손님이 기다리며 머물 수 있도록 마련한 곳. 기다림 방으로 순화로 나와 있다. 국어사전에서 순화하라고 하는 것은 대부분 일본말에서 유래한 경우가 많다. 차라리 일본말에서 온 것이라고 하지 까닭도 말하지 않고 순화하라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 대합실이라고 쓰는 곳 대합실의 우리말은 없을까? 고심하던 중에 서울역에서 만난 예쁜 우리말 맞이방을 발견하고 탄성을 질렀던 적이 있다. 대합실이란 말은 청량리역 대합실, 공항 대합실 같은 말로 쓰고 있지만 사람을 기다려야 하는 장소는 공항이나 버스터미널 말고도 많다. 그렇다면 이런 곳을 무어라 부를까? 예컨대 시청이나 은행 같은 곳에서 사람을 기다릴 때 말이다. 시청대합실은 아무래도 어색 할테니까 말이다.
[얼레빗=이윤옥 기자] 방학숙제로 할건데요. 오뎅, 모찌, 사시미...같은 일본말을 선생님이 조사하라고 했어요. 급해요. 지금이 8월 27일이고 저 개학이 8월 29일이에요. 방학숙제를 아직 안해서...급하니까 빨리 부탁합니다. 날짜가 지났더라도 겨울방학 때 써먹으면 되니까 부탁해요. 되도록 8월 28일 저녁까지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자부동은 일본말이 아니고 경상도 사투리인가요? 이것도 알려주세요. -다음- 어린 학생이 개학을 코앞에 두고 방학숙제 때문에 고민하다가 인터넷에 올린 글인 모양인데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겪었음직한 일이다. 위 학생이 질문한 자부동은 경상도 사투리인가요?라는 말을 곱씹으며 쓴 웃음을 지어본다.《다음 오픈국어사전》에는 자부동: 방석을 가리키는 경상도 사투리로 나와 있다. 어째서 이런 엉터리 정보가 나돌아 다니는 것일까? 자부동을 일본어국어대사전 ≪大辞泉≫에서는 ざぶとん,【座布団/座蒲団】: 座るときに敷く布団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를 번역하면 자부동 : 앉을 때 까는 방석이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이 만든《표준국어대사전》에 자부동은 없다. 사시미 : 생선회, 미싱: 재봉틀 몸
[얼레빗=이윤옥 기자] 주로 횟집이나 일식집에서 많이 쓰던 ‘쓰키다시’를 요새는 한식집에서도 마구잡이로 쓰고 있다. 쓰키다시란 정확히 발음하면 ‘츠끼다시(つきだし, tsukidasi)’이다. 츠메끼리(쓰메끼리, 손톱깎기), 츠나미(쓰나미, 지진해일), 츠시마(쓰시마, 대마도)의 ‘츠'를 우리는 ‘쓰’라 발음한다. 어차피 털어내야 할 말인데 정확한 발음까지 해줄 필요는 없다. 국립국어원 말다듬기위원회가 '쓰키다시'의 다듬은 말로 '곁들이찬', '지리'는 '맑은탕', ‘후리카케'는 '맛가루' 따위로 새롭게 다듬었다고 지난 4월 30일 밝혔다. ‘쓰키다시’란 우리말로 밑반찬, 딸린반찬, 공짜반찬, 덤반찬, 맛보기요리, 맛배기요리, 곁들이찬 같은 뜻으로 번역 할 수 있는데 이번에 ‘곁들이찬’으로 정했다니 그렇게 앞으로 고쳐 쓰면 좋을 일이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쓰키다시’가 없다. ‘무데뽀(<일>muteppô [無鐵砲]:일의 앞뒤를 잘 헤아려 깊이 생각하는 신중함이 없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 막무가내, 무모로 순화.’는 실려 있는데 말이다. ▲ 횟집에는 저렇게 다양한 “곁들이찬(쓰키다시)”이 나온다(통영 ‘궁전횟집’ 제공) 일본음식 관련 말
[한국문화신문 얼레빗=이윤옥 전문기자] 어렸을 때 우리는 오재미 놀이를 즐겼다. 작은 헝겊 주머니를 만들어 모래나 콩을 넣어 만든 이것으로 상대방과 편을 짜 서로 던지고 노는 놀이다. 특히 초등학교 운동회날 장대를 높이 세우고 커다란 공 주머니를 매달아 놓고는 청군 백군 나뉘어서 오재미를 던지면 커다란 공 주머니는 팍 하고 터지는데 대부분 그 안에는 점심시간 같은 말이 쓰여 있던 기억이 난다. 사단법인 한국청소년진흥재단 세종특별자치시지부(지부장 조주환), 세종종합사회복지관(관장 장백기), 세종청소년자활지원관(센터장 윤성웅)이 공동주관해 23일 세종시문화예술회관 광장에서 정월 대보름 민속놀이 한마당을 개최해 지역 청소년들과 주민들이 다양한 민속놀이를 체험했다. (중략) 특히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펼쳐진 엿치기, 오재미 던지기 경연마당을 기획해, 어르신들의 유년시절 추억을 되살려 지역 어르신들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 더욱더 뜻 깊은 시간이 됐다. 지난 3월 25일 치 충청투데이에 실린 기사에는 오재미놀이를 민속놀이로 여기고 있다. 뿐만아니라 인터넷에도 이 놀이를 전통놀이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오재미 놀이는 어디서 온 말일까?
[그린경제=김영조 문화전문기자]1999년 10월 9일 한글날, 언론은 “국립국어연구원(국어원의 전신) 이 1992년부터 심혈을 기울인 끝에 드디어 ≪표준국어대사전≫은 드디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이 사전은 국비와 발행처인 두산동아의 투자비를 합쳐 112억 원을 들인 것으로 나라가 직접 국어사전을 펴낸 것은 처음이었다. 전체 쪽수는 무려 7,300여 쪽에 달해 보통 4,00여 쪽인 기존 국어대사전보다 무려 곱절 가까이 되었다. 펴내는 데는 박사 과정 수료 이상의 국어학 전공자가 200여명이 참여하여 집필과 교열을 맡았고, 전문어는 따로 120여 명의 해당 전문가에게 감수를 받았다. 당시 국립국어연구원은 표준국어대사전을 펴내면서 자랑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가장 두르러진 특징은 한글맞춤법, 표준어규정, 외래어표기법 등 현행 어문규정에 정해진 원칙을 구체적인 단어 하나하나에 적용해 사전을 찾는 사람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했다. 또 한민족 언어 동질성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어 7만 개를 실었고, 5,000만 어절 분량의 자료를 입수해 그동안 국어사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부족한 예문’을 해소했다.”라고 말이다. 그런데 저 큰소리
명치왕이 칙어로 내린 말 ‘국위선양’ 우리 동포가 원양 선박의 선장이 된 것도 자랑, 국제적인 교향악단의 지휘자로 명성을 떨치는 것도 자랑, 어느 분야에서든지 이름이 났다하면 민족의 영웅으로 칭송된다. 우리는 이것을 “국위선양”이라하지만 이 말은 과거 왜인들이 즐겨 쓰던 말로 군국주의 냄새가 물씬 풍겨서 그 말만 들어도 속이 메스꺼운 것이 내 심정이다. 장강일기, 정정화, 학민사 나라를 빼앗기고 스무 살 새댁의 몸으로 압록강을 넘어 상해 임시정부의 맏며느리 노릇을 도맡아 하던 정정화 여사는 그의 임시정부시절 이야기 책 속에서 ‘국위선양’이란 말이 “군국주의 냄새로 메스껍다”고 했다. 도대체 국위선양이란 무슨 말이며 어디서 유래한 말이길래 메스껍기조차 한 것일까? 일제강점기 때 미나미총독의 조선인 길들이기 5대 지침 중 하나인 ‘서정쇄신: 여러 방면에서 정치 폐단을 고쳐 새롭게 함’은 표준국어대사전 속에 있는데 ‘국위선양’은 없다. 국어사전에도 없는 이 말을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하나 싶어 인터넷을 뒤져보니 아닌 게 아니라 ‘국위선양’이란 말을 알려달라는 질문이 올라와 있고 답도 있었다. “국위선양(國威宣揚) : 나라 국, 위엄할 위, 베풀 선, 오를 양.
제목 : 분재(盆栽)한 소나무를 읊다 눈 쌓인 산 흐린 햇빛에 희미할 텐데 / 雪嶺迷煙日 어찌하여 이 와분에 와 있단 말인가 / 胡然在瓦盆 작은 먼지가 국토를 포함한다더니 / 微塵含國土 이게 바로 완연히 한 개 천지로구나 / 宛爾一乾坤 위 시는 고려 말 문장가로 이름을 날린 목은 이색(李穡, 1328~1396)의 목은시고, 제19권에 나오는 시이다. 시 제목은 “영분송, 詠盆松”인데 국역한 사람이 “盆”을 ‘분재’라고 옮겨놓았다. 또한 중종실록 9권, 4년(1509)에도 분재 기사가 보이는데 “장원서(掌苑署)가 분재(盆栽)한 국화를 올리니, 전교하기를, 전일에 상전(上殿) 외에는 잡화(雜花)를 올리지 말라는 것을 이미 분부했는데, 어찌하여 이 꽃을 올리느냐?” “掌苑署進盆菊。 傳曰: “前日上殿外, 勿進雜花事, 已敎之, 何以進此花耶?”라고 나와 있다. 원문의 ‘분국, 盆菊’을 국역본에서는 ‘분재한 국화’라고 해놓았다. 한국어 위키 백과에 따르면 “분재: 중국, 일본, 대한민국 등의 전통 예술로 중국의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다. 중국에서는 약 2000년 전에 시작되었으며, 서기 1300년경에 일본에 전파되었다. 한반도에는 서기 7세기에서 13세기 사이에 당나라나
아연실색은 일본말이다(?) 뭔가 뜻밖의 일에 너무 놀랄 때 사용하는 표현으로, '아연실색하다'와 '아연질색하다'라는 표현이 모두 쓰이고 있는데, 이 중에서 맞는 표현은 '아연실색(啞然失色)하다'입니다. '아연실색'은 뜻밖의 일에 얼굴빛이 변할 정도로 놀란다는 것으로, 여기서 '실색'이란 말의 '실(失)'은 잃어버린다는 뜻이고, '색(色)'은 얼굴빛을 뜻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것을 '아연질색하다'라고 하는 분들이 상당히 계십니다. 어떤 사람이나 물건 또는 일을 몹시 싫어할 때 'OO는 질색(窒塞)이야.' 이렇게 말할 때가 있는데, 아마도 이것을 연상해서 '아연질색'이라는 말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만, 이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월간 교육평론- ‘아연실색’의 예문을 찾다보니 ‘아연실색’이냐 ‘아연질색’이냐를 놓고 설명하는 글은 있어도 ‘아연실색’의 유래를 설명하는 글은 눈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아연실색(啞然失色): 뜻밖의 일에 얼굴빛이 변할 정도로 놀람. ‘크게 놀람’으로 순화하라고만 할 뿐 순화해야 할 까닭을 밝히지 않는다. 무슨 곡절이 있는 말일까? 혹시 일본말이라서? 그렇다. 관보 제13269호(96.3.23)에 보면
니스 빨아마시는 중학생들 니스를 상습적으로 흡입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교내에서 유해물질을 흡입하고 환각상태에서 수업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광주 모 중학교 1학년 김모(13)군 등이 지난 8월부터 니스를 흡입했다. 몇몇 학생들이 먼저 시작한 뒤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진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흡입에 빠져 든 학생들이 늘었다. 학생들은 "미술 시간 준비물"이라며 몇 백원을 내고 문구점에서 손쉽게 니스를 구입했다. 이들은 쉬는 시간 교내 화장실 등에 삼삼오오 몰려가 니스를 흡입했다. 일부는 환각상태에서 수업을 듣기도 했다. - 국민일보 쿠키뉴스 2010.12.3 - 본드 흡입이라는 말은 들었어도 ‘니스’ 를 흡입 한다는 말은 처음이다. 이를 흡입하면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진다’니 더 확산 될까 걱정이다. 내게 있어 요즘 아이들이 빨아마신다는 ‘니스’의 추억은 단연코 반질반질한 방바닥 추억이다. 지금은 비닐 장판이 대세지만 예전에 방바닥은 종이를 바르고 그 위에 콩기름으로 문지른 뒤 ‘니스’ 칠로 마무리하면 근사한 한식 방바닥이 되었던 기억이다. 이러한 니스 칠 방바닥은 90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