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7월 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67세) 전 일본수상이 선거 유세 중에 총을 맞고 쓰러져 죽었다는 뉴스가 일본발로 속보로 전해진 이래 한국에서도 상당시간 ‘총격, 사망, 장례’ 등에 관한 보도가 신문과 텔레비전 뉴스 등을 도배한 적이 있다. 때마침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후보의 지원 유세 중에 총격을 받은 사건이라 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일본의 초대 총리는 1885년(명치18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시작으로 현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101대 째이며, 지난 7월 사망한 아베신조는 90대, 96, 97, 98대를 역임한 최장수 총리로 일컬어지고 있다. 일본의 총리는 실질적인 최고지도자로서 외교적, 정치적, 군사적인 실권을 쥐고 총리대신(総理大臣) 또는 수상(首相)으로 불린다. 일본국 헌법 조항에 따라 국회의원 가운데서 국회 의결에 의해 지명되고, 일왕은 이를 임명한다. 총리 자격은 국회의원이지만, 관례상 중의원과 참의원 의원의 투표로 중의원 의원 가운데서 지명된다. 메이지시대(1868) 이전에는 이른바 막부시대로 쇼군(장군)들이 모든 권력을 쥐고 흔들었으나 메이지왕(明治天皇) 이후에는 총리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채근담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굼벵이는 지극히 더럽지만, 매미로 변하여 가을바람에 이슬을 마신다. 썩은 풀은 빛이 없지만, 반딧불이 되어 여름 달밤에 그 빛을 밝힌다. 그러므로 깨끗한 것은 언제나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음은 언제나 어둠에서 생겨난다." 방을 깨끗이 하려면 걸레질을 해야 합니다. 걸레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러워지지만, 방은 깨끗해져 갑니다. 자신을 희생하여 세상을 밝히는 것은 아름답지만,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빛을 남에게 전달하는 사람은 그 빛으로 인해 자신도 환해집니다. 폭풍우에도 반딧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는 빛이 안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내 안의 빛이 중요한 이유이지요. 주돈이는 애련설(愛蓮說)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연꽃은 진흙에서 피어나지만 더럽혀지지 않는다." 더럽혀지지 않는 것뿐 아니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것을 봅니다. 하루 가운데 가장 어두울 때는 해뜨기 직전입니다. 칠흑 같은 어두움이 지나야 밝은 빛이 옵니다. 사람은 어둠을 싫어하고 밝음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어둠과 밝음은 빛의 유무일 뿐 대상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우린 동전에 앞뒤가 존재한다는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지금 일본에서는 야부사메 <마상(馬上)활쏘기, 이하 ‘마상활쏘기’>가 한창이다. 야부사메(流鏑馬, 또는 鏑流馬)란 달리는 말 위에서 가부라야(鏑矢)라 불리는 활을 쏘아 과녁을 맞히는 일본의 전통적인 무술 기예라 할 수 있다. 때는 1728년, 이른바 에도시대(1603-1868)를 연 쇼군 도쿠가와 이에시게(德川家重) 집안의 후사(後嗣)가 천연두를 심하게 앓고 있었다. 이에 가문에서는 병의 치유를 기원하기 위해 아나하치만구(穴八幡宮) 북쪽의 다카다노바바(高田馬場, 지금의 도쿄 신주쿠)에서 모여 야부사메를 거행하였다. 그래서인지 다행히 천연두가 나았고 가문에서는 병을 낫게 해준 신에게 재앙 퇴치 및 후사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해마다 야부사메를 거행했다. 이러한 모습은 아나하치만구에 소장된 그림 <야부사메에마키流鏑馬絵巻>에서도 살필 수 있다. 마상활쏘기(야부사메) 뿐만이 아니다. 현대 일본 사회에서 행해지는 각종 마츠리(祭)의 기원도 따지고 보면 전염병이나 각종 질병 퇴치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교토의의 대표적인 기온마츠리도 그러하다. 기온마츠리 유래는 1,100여 년 전 교토에 전염병이 크게 번져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아래 내용은 장자가 공자를 보는 시각입니다. 공자가 살구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었다. 제자들은 책을 읽고 있는데 공자는 노래를 부르며 거문고를 타고 있었다. 어떤 어부가 배에서 내려 조용히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윽고 노래가 끝나자 어부가 물었다. “저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이냐?” 자로(공자의 제자)가 대답하길 “공씨로 노나라의 군자입니다.” “공씨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공씨는 태어나면서 몸소 인의를 실행하며 예악을 지키고 인륜을 갖추어 위로는 임금에게 충의(忠義)를 다하고 아래로는 만백성을 교화하여 장차 천하 사람들을 이롭게 하려 합니다. 객이 또 물었다. “영토를 가지고 있는 군주인가?” “아닙니다.” “그러면 제후나 왕을 돕고 있는 사람인가?” “아닙니다.” 객이 왔던 길을 돌아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 어질기는 틀림없이 어질지만, 아마도 그 몸은 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 마음을 괴롭히고 몸뚱이를 지치게 해서 자신의 참된 본성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사람은 왜 배우는가? 인간의 두뇌는 과거에 습득한 것의 극히 일부 밖에 기억해내지 못한다. 그런데 왜 사람은 고생해서 배우고 지식을 얻으려하는가? 이제부터 그 이유를 밝히겠다. " 이는 히로나카 헤이스케(広中 平祐, 1931~) 교수가 쓴 《학문의 즐거움》 첫 장에 나오는 글귀다. 생각해보면 그러하다. 초중등학교를 거쳐 대학을 나오고 더러는 석박사 과정까지 마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그러는 동안 사람들은 ‘수많은 것들’을 배우고 익히는 데 숱한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그럼에도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의 말처럼 ‘극히 일부 밖’에 써먹지 못하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왜일까? 그 이유를 살피기 전에 《학문의 즐거움》을 쓴 히로나카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벽촌 장사꾼의 열다섯 남매의 일곱 번째 아들. 유년학교 입시에서 보기좋게 물먹고, 한 때는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곡절 많던 소년. 대학입시 일주일 전까지 밭에서 거름통을 들고, 대학 3학년이 돼서야 수학의 길을 택한 늦깎이 수학자. 끈기 하나를 유일한 밑천으로, 미국 하버드로 건너가 박사를 따내고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드상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소현세자와 강빈. 개화당이 새로운 나라를 꿈꾸며 갑오개혁의 기치를 올리기 250여 년 전, 새로운 조선을 꿈꾼 부부가 있었다. 이들은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에 인질로 잡혀있던 9년 동안 가난하지 않은 조선, 청나라의 말발굽에 짓밟히지 않는 조선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애썼다. 그러나 그 꿈은 조선에 돌아오자마자 사라져버렸다. 조선 역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소현세자 부부의 죽음이다. 부왕인 인조가 소현세자를 독살했다는 정확한 증거는 없지만, 여러 정황상 인조의 묵인 아래 독살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강성한 조선을 꿈꿨던 소현세자 내외는 어찌하여 이렇게 허망하게 가야 했을까. 이들이 인조 사후 조선을 통치했다면 조선은 경술국치를 겪지 않아도 됐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이들의 죽음은 국운의 융성과 쇠퇴를 가른 뼈아픈 이정표였다. 이 책, 《조선궁중잔혹사》를 쓴 김이리 또한 이런 안타까움을 느꼈다. 지은이는 《조선왕조실록》과 《한국역대 궁중비사》에서 민회빈 강씨에 대한 새로운 자료를 찾을 때마다 그녀의 혜안과 열정에 탄복하며,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비사를 역사장편소설로 절절히 그려냈다. 소설은 강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서울역사박물관 유물관리과에서는 주요 유물 소개란(https://museum.seoul.go.kr)을 만들어 ‘나무상자에 담긴 일제강점기의 기념품’을 소개하고 있어 독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은 일본인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 가운데 하나였다. 일본 정부가 내지인(內地人, 일본인)의 자부심을 높이고 제국주의라는 국가적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식민지 조선으로의 여행을 장려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조선 토산품으로 인식되었던 근대 공예는 여행의 기념품이나 선물로 주목받게 된다. 일본인들이 ‘고려소(高麗燒)’, ‘미시마테(三島手)’라고 불렀던 재현 고려청자와 분청사기, 조선의 독특한 요리기로 소개되었던 ‘신선로’, 그리고 ‘나전칠기’ 등은 인기 있는 품목이었다. 특히 정교한 제작 기법과 화려함, 천하제일 비색을 갖춘 조선을 대표하는 고미술품으로 재인식되었던 고려청자와 나전칠기는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근대적 기술로 그 아름다움을 재현했다는 측면에서 상류층의 고급 소비품으로 향유되는 한편, 일본인들의 취향에 맞게 변용, 절충되어 상품으로 대량생산・유통되었다. 이와 같이 상품으로 제작된 근대 공예품을 판매하였던 상점으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저는 아산병원에 문상갈 때 잠실나루역에서 내려 성내천을 건너갑니다. 성내천변을 따라 걷는 맛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잠실나루역 근처에 있는 헌책방을 둘러보는 맛도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책보고’라고 서울시가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www.seoulbookbogo.kr)인데, 여기에 30개 가까운 헌책방이 입주하여, 저마다 서가를 차지하고 각자 소장한 책들을 보여줍니다. 책들이 주제 별로 꽂혀있지 않고 헌책방별로 꽂혀있는 것이 조금 흠이긴 하나, 각자의 헌책방 서가마다 돌아보는 맛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문상가면서 ‘서울책보고’를 들렀는데, 여기서 《탐라문견록》이란 책을 발견하였습니다. 《탐라문견록》이란 1731년 9월 정운경(1699~1753)이 제주에서 듣고 본 것을 기록한 책입니다. 정운경은 제주목사로 부임하는 아버지 정필녕을 따라 제주에 와서 《탐라문견록》을 남긴 것이지요. 《탐라문견록》에는 정운경이 제주 전역을 여행하고 쓴 여행기와 제주의 특산물인 귤을 자세히 관찰하고 기록한 글도 있지만,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풍랑을 맞아 이국으로 표류한 제주도민의 이야기를 기록한 표류기입니다. 바다를 소홀히 하여 공도(空島)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나가는 개미를 밟아 죽이는 일을 어떻게 볼 것인가? 법적인 측면에서, 도덕적인 측면에서, 또는 윤리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개미를 죽이는 일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비난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에게 사람과 같은 생존권을 인정하자는 것이 동물보호론자들의 주장이다.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에서 세계동물권리선언이 발표된 것은 1978년 10월 15일이다. 동물권리선언의 제1조는 다음과 같다. 제1조 모든 동물은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한 생명권과 존재할 권리를 가진다. 여기에서 동물의 정의와 범위가 문제가 될 것이다. 동물의 정의에 이의 없이 포유류(고양이, 개, 소, 말, 염소 등등)는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돌고래도 포유류이니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바닷가재는 어떨까? 개미는? 꿀벌은? 질문이 확대되면 복잡해지지만, 이러한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가 환경윤리다. 환경윤리는 생태계의 모든 생명체를 인간 생명과 대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생명체의 생존권을 인정하자는 윤리다. 모든 생명체에 환경윤리를 적용하면 개미를 밟아 죽이는 일은 나쁜 일, 비윤리적인 행동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논에 농약을 뿌려 간접적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코로나19’로 지난 2년 동안 중단되었던 교토의 기온마츠리(祇園祭)가 올해 재개된다. 교토의 3대 마츠리라고 하면 5월 15일의 아오이마츠리(葵祭), 7월 17일의 기온마츠리(祇園祭), 10월 22일의 지다이마츠리(時代祭)를 꼽는다. 오래된 순서를 꼽으라면 올해(2022)를 기준으로 아오이마츠리(570년), 기온마츠리(866년), 지다이마츠리(127년) 순이지만 가장 화려하고 볼만하다는 평을 듣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기온마츠리(祇園祭)다. 기온마츠리가 진행되는 천년 고도(古都) 교토는 7월 1일부터 한 달 내내 축제 분위기다. 기온마츠리의 유래는 돌림병(전염병)이 퍼지지 않도록 신에게 기도하는 의례에서 생겨났다. 지금부터 1,100여 년 전 교토에 돌림병이 크게 퍼져 죽는 사람이 속출했는데 오늘날과 같은 돌림병 대책이 없던 당시에는 돌림병 발생을 신(神) 곧 우두천왕(牛頭天王, 일명 스사노미코토)의 노여움으로 알았다. 그 노여움을 풀어주려고 기온사(祇園社, 현 야사카신사)에서 병마 퇴치를 위한 제사를 지냈는데 당시 66개의 행정구역을 상징하는 가마 66개를 만들어 역병(疫病)을 달래는 “어령회(御靈會)”를 지낸 데서부터 기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