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기자] “저쪽을 살펴보게. 난 이쪽으로.” 그들은 각기 3명씩을 한 조로 하여서 나누어 어선들이 밀집해 있는 포구의 좌측과 우측을 훑었다. 이몽귀는 간혹 위협 발사를 계속 하였다. 마침내 원사웅은 문제의 운반선을 발견하였다. 그 배에는 약 10여 명의 무장한 병사들이 선실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 죽일 놈들! 조선 병사의 코를 내 놓아라!” 일당백 원사웅은 고함을 내지르면서 맨 앞장서 나오는 일본 병사의 다리를 노리고 장검을 날렸다. 자신의 몸을 최대한 낮추면서 일 검을 발출한 것이었다. 설마 상대방이 하체를 공격하리라고는 예상 못한 병사는 다리를 움켜쥐고는 비명을 질렀다. 칼은 병사의 다리 하나를 동강내고 말았다. 원사웅은 물을 만난 고기처럼 펄쩍 뛰어 오르며 이번에는 다른 병사의 상체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 “악!” 그는 가슴에 칼을 맞고 꼬꾸라졌다. 원사웅의 공격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찔러오는 장창을 비스듬히 피하면서 연속 두 명을 베어 넘겼다. 원사웅은 두 살 때부터 부친 원균의 장검을 휘둘렀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힘이 장사였으며 무예에 대한 조예도 상당하였다. 원사웅은 눈 깜박할 사이에 일본군 4명을 베어 넘기고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기자] 이들이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 장병 하나가 소리쳤다. “섬입니다. 멀리 섬이 보이고 있습니다.” 원사웅과 송정립의 눈이 동시에 마주쳤다. “섬이라면?” 이몽귀의 표정이 굳어지고 있었다. “쓰시마......대마도요. 내 짐작으로 조선의 원귀들을 싣고 가는 하야부네는 거기 도착해 있을 것이요.” 일당백 원사웅은 거침이 없었다. “그럼 쳐들어갑시다!” “대마도에 일본 적들이 얼마나 주둔하고 있는지 모르지 않소?” 일당백 원사웅은 실소를 흘렸다. “얼마가 되더라도 상관없소. 귀혼선은 반드시 임무를 수행하고 우리 조선의 원귀들과 같이 돌아갈 것입니다. 공격합시다.” “이리 무모하게 말입니까?” 원사웅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저들은 방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 바로 기습을 하여서 오오사카로 향하는 하야부네를 탈취해야 합니다.” 송정립이 동조했다. “일당백의 판단도 나쁘지 않습니다. 우리 귀혼선에는 탄약과 화포가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까. 해 볼만 합니다.” 이들은 의기투합(意氣投合) 하여 대마도로 빠르게 전진했다. “귀혼선 전속 항진!!” 격군들의 배 젓는 속도에 따라서 대마도가 눈앞으로 점점 더 다가왔다. “전투 대형으로!!” 비록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귀혼선이 진도의 우수영을 출발한지가 이틀은 지난 것으로 생각되었다. 조선 병사들과 명나라 병사들의 코를 베어 소금에 절인 뒤 통에 담아 일본으로 이송한다는 정보를 듣고 무작정 추격해 나선 것은 사실 무리이긴 했다. 열세 번째 판옥선은 명량해전에도 참여하지 않고 바다로 나왔다. 망망대해였으나 군관 송정립과 일당백 원사웅, 그리고 바다 물길의 전문 길잡이 이몽귀 외 6명의 수군들과 나머지는 전원 격군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병사라고 할 수 있는 수는 고작 9명이었다. “내 짐작으로는 그들이 아마 쓰시마섬(對馬島)에 정박하고 있지 않을까 싶소. 날짜로 미루어 남원성을 떠나서 부산을 거쳐 갔다면.” 이몽귀는 부산 앞바다를 우회하여 항로를 잡았다. 자칫하여 부산을 점령하고 있는 일본 수군에게 발각되면 낭패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죽음을 각오하고 출동한 것이기는 하지만 임무는 수행해야 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수 천 명의 원혼을 찾아와야 한다는 이순신의 당부가 귓가에 생생하게 맴돌았다. -이번 임무를 수행하는 판옥선의 명칭은 귀혼선(歸魂船)이다! 우리 장병들의 혼을 반드시 찾아오라는 의미이다.- “혼을 반드시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기자] 선조는 그 자리에서 내관 고명수를 불러 광해군을 어전으로 들라 명하였다. 만조백관이 운집한 자리에서 확정을 지을 태세였다. 공교롭게도 이 시각에 명나라로부터 사신이 도착하였다는 급보가 올라왔다. 선조는 물론이고 대신들은 저마다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명나라의 사신이라니?” 명나라와 조선의 관계로 미루어 사신의 왕래가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으나 사전에 예고도 없이 사자(使者)가 들이닥친 예는 없었다. 선조는 즉각 예조에 명을 내리고 벽제관(碧蹄館)으로 영접(迎接)을 위한 관리들을 급파하였다. 이런 와중에 광해군이 어전에 도착했다. “부르셨나이까.” 선조는 명나라 사신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정신이 산란했다. 광해를 불러 놓고도 정신은 딴 곳에 가 있었다. “명나라에서 사신이 왔다고 한다. 병부주사라고 하던데......무슨 일로 황제가 사신을 통고도 없이 보내 왔겠느냐?” 광해군은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지만 침착하고 조리에 어긋나지 않게 답변했다. “명나라 황제는 이번 일본의 2차 도발을 제지하기 위해서 양국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사신을 파견 했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왕 선조의 안색이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선조는 극도의 무력감으로 온 전신을 꼼짝하기도 싫었다. 입맛을 잃었으며 잠자리도 편치 않았다. 이 모든 것이 한 사람 때문이라는 것이 그를 괴롭혔다. 이순신. 혹시나 그에게 기회를 줬다가 이런 가공(可恐)할 사태가 발생할 것이 두려워서 수군폐지를 검토 하였었는데 망했다. 선조는 민심과 더불어 군사들의 경외심이 이순신을 위대하게 찬양할 것임을 예감하고 있기에 불안은 가중되고 있었다. 하지만 중신들이 집결한 어전회의는 명량해전의 대승으로 축하 분위기였다. “전하, 승전을 감축 드리옵나이다.” “감축 드리옵니다.” 선조는 그래도 왕으로의 위엄을 잃을 수는 없었다. “이순신이 큰 공을 세웠소. 지난번 칠천량의 패배를 완전히 만회 하였으니 조선 수군의 위엄을 보였다 할 것이요.” 좌의정 육두성이 목청을 높였다. “상감마마의 하해와 같은 은혜이옵니다. 이순신을 통제사로 재임명하시었고 명나라의 수군폐지 주청을 물리치신 것도 주효 하였나이다.” 병조판서 이덕형은 내심 콧방귀를 뀌었다. 수군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하던 좌의정이 아니었던가. 그는 선조의 용안을 살피면서 입을 열었다. “비록 바다에서는 우리가 승리하였으나 육지의 전투는 비참하옵니다. 전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잠깐 멈췄던 포성이 다시 커다랗게 고막을 찢어 놓을 듯이 터져 나왔다. 그때마다 일본의 군선들이 파괴되고 분해되었다. 300 여 척의 군선에는 최고 4만 명에 해당하는 인원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선원을 제외한 병사들의 수는 최소 1만 5천 명 에 달한 것으로 추산 되었다. “전......멸인가?” 구루시마는 눈앞에서 펼쳐진 도륙(屠戮)의 바다를 응시하며 넋이 나가 있었다. 꿈은 아니었다. 악몽도 이런 악몽은 없으리라. “이것이 이순신의 힘인가? 이순신, 그는 정녕 바다의 신인가?” 구루시마는 완전히 전의를 상실하고 두려움에 잠겼다. 공포에 사로잡힌 구루시마의 동공에 배 한 척이 명랑해협을 빠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도도 총대장의 전함(戰艦)입니다.” 부장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혼자서만 살아오면 어쩌겠다는 건가? 나의 충고를 외면하고 전 군사들을 동원하여 이토록 처참한 바다를 만들어 내다니.” 도도의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은 힘겨운 속도로 올라왔다. 구루시마는 그래도 상관인 도도를 영접해야 했기에 야가따(집과 같은 구조물)에서 걸어 내려갔다. 천신만고(千辛萬苦)의 사선을 뚫고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불꽃을 이루면서 무수한 화살이 양 관선으로 비 오듯이 날아갔다. 화약이 장전된 화살은 적선으로 날아가서 폭발을 일으켰다. 한 번에 50 발 가량을 발사할 수 있는 신기전의 효능은 상상 이상이었다. “달아나자!” 가뜩이나 사기가 떨어진 일본 수군은 김충선에 대한 공격을 포기하고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미 구루시마를 태운 관선 하나가 도주를 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그 뒤를 따를 생각인 모양이었다. 이순신은 그들을 순순히 보낼 생각이 없었다. “비격진천뢰의 맛을 보여주자!” 정도령이 아뢰었다. “포탄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오로지 장군전 하나와 비격진천뢰만 4발 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발사요--!” 상포판의 포격수들은 대승을 거두었기에 신바람이 나있었다. 불가능한 전투를 완벽하게 승리할 수 있었기에 그들은 피곤한 줄도 몰랐다. 포안으로 비격진천뢰를 담아서 도망치는 일본 관선을 향해 조준하여 발포했다. 콰앙--- 300척이 넘는 일본 대 선단을 완벽하게 궤멸 시켰기 때문에 그 2척쯤이야 놓친들 어떠하겠나. 그러나 장군전 하나와 비격진천뢰 4대는 일본 관선에 그대로 명중하였다. 구루시마를 태우고 무조건 달아난 마시타의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얼마나 구조했냐?” “약 20명 가량의 격군들과 장병 6명을 건져냈습니다. 아직도 많은 인원이 도움을 요청중입니다.” 그런데 마시타의 시야에 명량해협을 막 통과하여 질주해 오는 판옥선 한 대가 목격 되었다. 누각의 지붕위에 깃발 하나가 펄럭이고 있었다. -삼도수군통제사(三道水軍統制使) 이순신(李舜臣)- 마시타는 발작적으로 소리 질렀다. “그냥 퇴각이다. 어서 전 속력으로 빠져 나간다.” “아직 구조해야 할 수군들이 적지 않습니다.” 마시타가 부관을 발로 걷어차고 짓밟았다. “당장 후퇴한다!” 마시타의 중형 군선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장병과 선원들의 구조를 중단한 채 전 속력을 다하여 도주하기 시작했다. 이때 김충선의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은 3척의 군선에 포위되어 위험에 처해 있었다. 서로의 화포가 발사되어 상포판의 반쯤은 파괴되어 버렸고, 노도 전부 부러져 나가서 배는 제 기량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백병전이다!” 김충선과 항왜들은 야가따(집과 같은 구조물) 위로 올라가서 화살과 조총으로 무장하고 전투를 준비했다. 그들이 승선한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이 관선보다도 높았으므로 공격에는 유리한 고지를 고수하고 있었다. “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네, 이놈!” 김충선이 상포판 위를 두 번 발로 내리치며 짤막하게 소리 냈다. “발사하라!” 그 순간, 하포판 격군실의 노 젓는 구멍으로 화포가 불쑥불쑥 튀어 나오더니 근접해 있는 구루시마의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에 그대로 발포해 버렸다. 퍼펑—펑-- 굉음이 터지면서 구루시마의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이 요동쳤다. 불길이 치솟으며 구루시마의 함선이 크게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아악, 악!” 구루시마를 비롯한 일본 장병들은 중심을 잃고 사방으로 굴렀다. 비명소리가 악귀처럼 터졌다. ‘아뿔싸, 당했다!’ 그때서야 구루시마는 이번 명량해전의 패배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살아야 했다. 살아남아야 복수를 할 것이 아닌가. 구루시마는 손을 뻗어서 무엇이든지 잡기 위해 버둥거렸다. 그때,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의 한쪽이 물에 잠기면서 육중한 대포가 무섭게 구루시마를 덮쳤다. “끄윽!” 엄청난 통증이 두 다리로 엄습하였다. 굴러 떨어진 대포는 구루시마의 양 정강이뼈를 으스러뜨리고 말았다. 구루시마는 이빨을 악물며 고통을 참아냈다. 얼마나 힘껏 입을 악다물었던지 이빨 두 개가 부러져 나왔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서아지가 그를 향해서 고개를 돌렸다. “날 찾고 있소?” 도도총대장의 복장을 하고 있는 인물을 발견한 와키자카의 두 눈이 밥공기처럼 커졌다. 너무 놀라서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너......넌, 누구냐?” “난 서아지라고 하외다.” “도도총대장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김충선이 냉정하고 단호하게 결정지었다. “가서 만나보십시오.” 말이 끝남과 동시에 김충선은 전혀 망설임 없이 칼을 휘둘렀다. 피가 튀어 오르며 임진년 내내 조선 수군을 괴롭혀 왔던 일본 장수 와키자카의 목이 뎅강 떨어져 굴렀다. 너무나 간단한 죽음이었다. 김충선은 즉각 도도의 목도 가지고와서 와키자카의 목과 함께 장대에 매달아 높이 들고 흔들었다. 일본수군의 총대장과 대장의 목이 동시에 장대 끝에 매달려 흔들리는 광경은 끔찍하고 혐오스러웠다. “이야, 역시 대장의 머리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그들이 목격만 한다면!” 서아지와 준사가 김충선의 탁월한 순발력에 탄성을 토해냈다. 그들도 갑판위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장대 끝을 손가락질 했다. 조선수군에게 제대로 신호를 보내야만 포탄세례를 피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들의 노력은 기어이 통하게 되었다. “가만, 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