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중앙박물관 경내에는 약 13.5m나 되는 웅장한 규모의 국보 <경천사 십층석탑>이 있습니다. 이 십층석탑에는 전체에 부처, 보살, 사천왕, 나한, 그리고 불교 설화적인 내용이 층층이 조각되어 있지요. 이는 모든 불교의 존귀한 형상을 모은 일종의 불교적 만신전(萬神殿)으로 고려시대 사람들이 생각한 3차원적인 불국토의 세계를 보여준다는 평가입니다. 경천사 석탑은 1348년(충목왕 4) 세웠는데 원래는 경기도 개풍군 광덕면 부소산에 있었습니다. 《고려사》 기록에 따르면 경천사는 고려 왕실의 기일에 종종 추모제를 지냈던 곳으로 왕실의 왕래가 잦았던 절입니다. 그런데 이 경천사 석탑은 우리 문화유산의 수난사를 대표하는 종요로운 유물입니다. 1907년 순종의 가례에 일본 특사로 온 궁내대신 다나카 미스야키가 당시 주민들이 저지했지만, 헌병들의 총칼로 위협하여 일본으로 빼내 갔습니다. 석탑 반출은 <대한매일신보>에 10여 차례 이상의 기사와 논설이 게재되어 석탑 반출의 불법성을 알렸습니다. 특히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 데일리 뉴스(Korea Daily News)>의 발행인인 영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언론에 “사상 최악의 폭염…온열질환ㆍ가축폐사 잇따라” 같은 기사가 나오는 요즘입니다. 최근 온열질환자 수가 2,900명에 육박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준으로 집계됐으며, 불볕더위에 폐사한 양식장 어류와 가축은 667만 마리에 이른다고 합니다. MBC뉴스에 나온 한 배달노동자는 "지옥이 있다면 이게 지옥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바닥이 너무 뜨겁습니다."라고 토로합니다. 하지만, 내일은 24절기 가운데 열넷째 처서(處暑)입니다. 불볕더위가 아직 맹위를 떨쳐도 오는 가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흔히 처서를 말할 때 ’땅에서는 가을이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정도로 그 위세를 떨치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때입니다. 처서 무렵엔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속담처럼 해충들의 성화도 줄어들고 대신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불볕더위에 고생하고 있지만,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 해 농사가 풍년인지 흉년인지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때로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 내리쬐는 하루 땡볕에 쌀이 12만 섬(1998년 기준)이나 더 거둬들일 수 있다는 통계도 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최근 새로 임명된 독립기념관장은 본인은 뉴라이트가 아니라고 강변합니다. 그런데 독립유공자와 후손단체인 광복회는 뉴라이트에 대해 다음과 같이 9가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1. 이승만을 ‘건국대통령’이라고 하는 자나 단체 2. 1948년을 ‘건국절’이라고 주장하는 자나 단체 3. 일제강점기 우리 국적을 일본이라고 강변하는 자나 단체 4.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사를 폄훼하고 ‘임의단체’로 깎아내리는 자나 단체 5. 식민사관이나 식민지근대화론을 은연중 주장하는 자나 단체 6. 일제강점기 곡물수탈을 ‘수출’이라고 미화하는 자 7. 위안부나 징용을 ‘자발적이었다’고 강변하는 자나 단체 8. 독도를 한국땅이라고 할 근거가 약하다고 주장하는 자나 단체 9. 뉴라이트에 협조, 동조, 협력하는 자나 단체 이에 따르면 1948년 8월 15일 건국했다고 주장하는 새 독립기념관장은 뉴라이트가 분명합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바탕을 이루는 헌법 전문에 보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1919년에 세운 대한민국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지하철을 타세요, 편안하게 모셔요. 지하철을 타세요, 시내에선 제일 빨라요. 애인 만나 데이트할 시간도 스포츠 중계 볼 시간도 술 마실 시간도 많아져요, 자, 지하철을 타 봐요. 이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노래 '지하철을 타세요' 가사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극단 학전 제작, 김민기 연출로 한국 뮤지컬계의 전설로 남은 작품이다. 원작은 독일의 뮤지컬 <Linie Eins>로 김민기가 한국어로 번안하면서 현지화시켜 1994년 대학로에서 초연했고, 이후 꾸준히 인기를 얻어 공연해오다가, 2023년 12월 31일 4,257회를 마지막으로 공연을 끝냈다. 이 뮤지컬의 창작 동기가 된 서울의 지하철은 개통한 지 50년이 되었다. 그 50년을 기리는 <서울의 지하철> 특별전이 지난 8월 9일부터 오는 11월 3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사장 백호)와 서울역사박물관(관장 최병구)이 함께 손잡고 연 것이다. 1974년 8월 15일 광복 29돌을 기리는 날, 우리나라 첫 지하철 '종로선'이 개통되었고, 그로부터 우리는 50년에 이르는 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지금으로부터 119년 전인 1905년 7월 29일 미국과 일본은 저 악명높은 “가쓰라-태프트 비밀협정”을 맺습니다. 일본의 내각총리대신 가쓰라 다로와 미국의 전쟁부 장관 윌리엄 태프트 사이에 오간 식민지 경영 밀약입니다. 미국은 일본에게 러시아를 견제해달라고 하면서 대신 조선 침략을 인정하고 일본은 미국의 대중국 전략의 다리인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지배를 인정하면서 아시아 패권구도를 정리한 것입니다. 이 결과, 조선은 미국의 도움에 따라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습니다. 이 가쓰라-태프트 밀약 이후 미국과 일본은 채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걸쳐 모두 네 차례의 협정을 맺어 일본의 한국 지배를 몇 번씩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이렇게 밀약을 맺은 태프트(William Howard Taft, 1857~1930)는 훗날 27대 미국 대통령이 되었고, 가쓰라 다로(かつらたろう[桂 太郎] 1847~1913)는 을사늑약과 한일강제병합시기에 이르기까지 총리대신을 지냈으니 미-일의 동아시아 제국주의 동맹체제 역사는 오래 지속된 것입니다. 이후 아시아-태평양 전쟁 종전이 있은 1945년 뒤 제2의 가쓰라-태프트 체제는 복원됩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내 마음대로 할진대는 육례를 행할 터이나, 그러덜 못 하고 개구녁서방으로 들고 보니 이 아니 원통하랴? 이얘 춘향아, 그러나 우리 둘이 이 술을 대례 술로 알고 묵자.” 이는 《열녀춘향수절가》 곧 《춘향전》에 나오는 대목으로 “이 도령이 춘향 어머니에게서 혼인 승낙을 받은 뒤 마음 같아서는 정식 혼례 절차를 갖추고 싶으나 그렇지 못하고 합방을 하니 안타깝다.”라는 말이지요. 여기서 ‘개구녁’은 ‘개구멍’의 사투리인데 ‘개구멍’은 울타리나 담장 밑으로 남몰래 드나들 수 있도록 허술하게 낸 구멍이나 통로를 뜻하기 때문에 ‘개구멍서방’이란 떳떳하게 예식을 치르지 않고 남몰래 드나들면서 여자를 만나는 짓, 또는 그런 서방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 ‘개구멍’과 덧붙여진 말로 ‘개구멍바지’, ‘개구멍받이’ 같은 말도 있습니다. 여기서 ‘개구멍바지’는 오줌이나 똥을 누기에 편하도록 밑을 터서 만든 5~6살 어린아이가 입던 한복바지를 이르고, ‘개구멍받이’는 “남이 개구멍으로 밀어 넣은 것을 받아 기른 아이”를 이르지요. 예전에는 아이를 낳고도 가난 때문에 키울 수가 없어서 형편이 나은 집 개구멍에 갓난아이를 밀어 넣는 일이 종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은화의 거동봐라 가느다란 양금채를 양손에 번뜻 들고, 워따 이놈 양금아 줄이있어 현악기오, 때려놓으니 타악기라 멜로디 리듬 하나되어 음들이 퍼지나니 속삭이듯 작은소리, 표효하듯 강.한.소리 화려한 테크닉에 양금이 춤을 추네. 장구 꽹과리 장단을 맞춰, 가야금 태평소 생황 불며 양금의 영역을 확장하는, 그 이름 윤은화라 7월 17일 저녁 7시 30분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는 여우락 페스티벌 가운데 윤은화의 <페이브(PAVE)> 공연이 펼쳐지는 가운데 진행자로 나선 소리꾼 서진실이 윤은화를 대상으로 해서 판소리로 부른 대목이다. 진행자로 소리꾼을 고른 것은 탁월했다. 바로 소리의 사설이 윤은화를 그대로 얘기해주고 있음이 아니던가? ‘여우락 페스티벌’은 올해로 15회를 맞이한 국립극장의 대표적 프로그램의 하나다. ‘가장 빛나는 우리 음악의 관측’을 주제로 원ㆍ선ㆍ점 세 가지 주제 아래 23일 동안 우리 음악을 대표하는 예술가 12인의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프로그램이다. 그 가운데 확연히 두드러지는 공연이 윤은화의 <페이브(PAVE)>다. 진행자 서진실은 “양금은 국악기 가운데에서 유일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김영조 선생이 펴낸 《한국문화 이야기》는 봄 가뭄에 내리는 단비와 같은 책이다. 우리의 뿌리인 전통문화가 먼 나라 이문화처럼 생소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데에는 우리 문화에 대한 글과 책이 너무 어렵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지 않나 생각된다. 이 책의 지은이는 그 점에서 이정표를 세웠다. 쉽고 산뜻하여 잘 읽힌다. 자칫하면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을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하고 감탄한다. 게다가 장황하지 않고 군더더기가 없다. 지은이는 특히 우리 글 우리 말을 되살려 쓰는 데 공을 그윽이 들였다. 외래어 오남용으로 우리 글 우리말이 누더기가 되어버린 우울한 시대를 이 책은 작고 맑은 소리로 일깨운다. 또한 일본에서 들어온 한자말을 우리말로 바꿔쓰자는 제안도 신선하다. 이를테면 ‘문학’ 대신 ‘말꽃’을 쓰자고 한다. “서양 사람들이 리터러처(literature)라고 하는 것을 일본 사람들이 ‘문학’이라 뒤쳐(번역)쓰고 있는 것을 우리가 그대로 가져와서 쓰고 있습니다. 문학은 글월 ‘문(文)’ 자 뒤에 배울 학(學)’ 자를 붙인 말인데 예술을 뜻하는 말에 왜 배울 ‘학(學)’ 자를 붙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말꽃’은 새로 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애련설(愛蓮說) - 주돈이 연꽃은 진흙에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愛蓮之出淤於泥而不染) 맑은 물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아니하니(濯淸漣而不妖) 속은 비었으되 겉은 곧으며, 덩굴은 뻗지 않고 가지를 치지 아니하니(中通外直不蔓不枝)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으며 맑고 우뚝하게 서 있네(亭亭靜植) 이제 연꽃이 곳곳에 아름답게 피어 있다. 그런데 유학자나 문인들에 앞서 우리는 오히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연꽃의 의미를 먼저 가르쳐 주었다. 군자로서 이웃에 맑은 향기를 전해주는 것을 넘어서서, 사람들이 더럽다고 하는 진흙탕 속에 뿌리를 내리고 거기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점을 불경은 가르쳐 주는 것이다. 영산(靈山)에서 범왕(梵王, 불교 호법신의 하나)이 부처님께 설법을 청하며 연꽃을 바치자, 부처님께서 연꽃을 들어 대중들에게 보였고 대중들이 어리둥절할 때 제자 가섭이 그 뜻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는데 그것이 ‘염화시중’ 곧 ‘염화미소’라 하며 이후 연꽃은 불교의 상징이 되었다. 여기서 연꽃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진흙탕은 욕심과 음모, 번뇌와 괴로움으로 점철된 우리 사바세계를 뜻하고, 연꽃은 그런 유혹과 괴로움에 물들지 않고 마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한 십여 년 전 도쿄국립박물관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오구라컬렉션(小倉 Collection)이 기증한 우리나라 문화유산들이 버젓이 전시되고 있었지요. 오구라는 1922년부터 1952년까지 조선에서 무려 1,100여 점의 문화유산을 약탈해 갔는데 이 가운데 39점은 일본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의 수준 높은 문화유산들입니다. 이 문화유산들은 오구라 사후인 1982년 그의 아들이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했는데 그 가운데는 견갑형 청동기, 금관 따위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름이 비슷한 ’오쿠라 컬렉션‘은 명치시대의 실업가 오쿠라 기하치로(大倉喜八郞)가 만든 것으로 초대총독 테라우치와 가까이 지내 부를 축적하면서 조선의 문화유산을 다량으로 약탈, 수집하여 일본 처음으로 ’오쿠라 슈코칸(大倉集古館)‘이란 개인 미술관을 만들었지요. ’오쿠라 컬렉션‘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는 이천 오층석탑과 평양 율리사터석탑 따위가 있습니다. 일본은 12세기부터 1868년 메이지유신 때까지 일본 정치를 지배했던 ’사무라이‘ 탓에 문화가 꽃 피울 수 없었기에 문화 콤플렉스를 가졌고, 문화유산이 돈이 된다는 생각으로 우리 문화유산을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