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득의의 붓대 고쳐 잡고, 마음 거문고 퉁기고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어제 상해 임시정부를 방문하고 밤늦게 돌아왔다. 오늘 새벽 머리맡에 흩어져 있는 몇 권의 책 가운데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朝鮮上古史)》를 펼쳐보았다. 단재와 가깝게 지냈던 안재홍의 서문을 다시 읽어 본다. 폐부를 울린다. 여기 일부를 옮긴다. 약간 쉬운말로 바꾸어 옮긴다. 단재 신채호는 구한말이 낳은 천재적 사학자이자 열렬한 독립운동가다. 그 천성의 준열함과 식견의 예리함은 세속의 무리가 따를 수 없었던고, 사상의 고매함은 홀로 속세를 한 걸음 벗어났다. 그의 《조선상고사》는 그가 남긴 책 가운데서 가장 이채로운 것이다. 그는 이미 약관의 나이에 사상혁명과 신도덕 수립에 뜻을 세운 바 있었다. 마침, 5천 년 조국의 명맥이 날로 기울어가고 백성들의 울분은 걷잡을 수 없었던 때였다. 서울의 평론계에 나선 단재는 억누를 수 없는 북받쳐 오르는 청열(淸熱)을 항상 한 자루 붓으로 사회에 드러냈고, 이로써 민족의 심장을 쳐서 움직였다. 그가 주필로 있었던 ‘황성일보’와 ‘대한매일신보’는 아마 그의 청년시대에 마음의 집으로 삼고 살았던, 꺼지지 않는 꿈의 자취라고 할 것이다. 그는 국정의 득실(得失)을 통렬히 논파하였고, 당시 인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