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지난 8월 30일부터 내년 3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28. ‘라 카페 갤러리’에서는 박노해 사진전 「다른 오늘」전(展)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날마다 아침 한 장의 사진과 문장으로 ‘다른 오늘’을 열어온 〈박노해의 걷는 독서〉 10돌을 맞아 여는 특별전이다. “햇살보다 먼저 나의 아침을 깨우는 빛나는 사진”, “한 권의 책보다 깊은 통찰의 한 줄”, “10년간 한결같이 받아온 선물” 〈박노해의 걷는 독서〉는 한국 시인 가운데 가장 많은 20만 팔로워를 지닌 계정이기도 한데요. 이번 「다른 오늘」전에서는 지난 10년간 긴 울림을 선사한 90점의 작품을 새롭게 구성해 선보인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 1984년 첫 시집 《노동의 새벽》으로 한국 사회와 문단을 뒤흔든 ‘얼굴 없는 시인’. 1991년 독재 정권 아래서 사형을 구형받고 무기징역에 처한 ‘젊은 혁명가’. 자유의 몸이 된 2000년대에는 가난과 분쟁의 현장에서 흑백 필름카메라로 진실을 기록해 온 사진작가자 평화활동가.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라며 언제나 ‘다른 오늘’을 살아온 사람 박노해. 그가 온몸으로 살아내고 사랑하고 저항해 온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꼬리를 물고 - 박노해 산비탈 밭이 목 말라서 졸졸졸 흐르는 계곡 물줄기를 대나무 관으로 끌어와 물둥지를 만들었다 나로서는 수에즈 운하만큼 대단한 공사였다 물 본 김에 수련 몇 뿌리를 심었더니 붉은 연꽃이 피고 개구리밥이 뜨고 참개구리가 이주해 식구를 늘리기 시작한다 개구리 합창이 정이 들 때쯤 꽃뱀이 슬슬 나타나더니 뱀을 노리는 너구리가 어슬렁거리고 하늘에는 처음 본 솔개가 원을 그린다 얼마 전 일취스님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을 찾아서》라는 책을 펴냈다. “우리는 모두가 잘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잘 사는 길도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이렇다 할 방법을 제시하기 힘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혼자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사람은 강한 것 같지만 매우 나약하기 때문에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이 위안이 되고 보호받을 수 있다. 그리고 상대가 있어야 사람이 살고 있다는 생존의 가치성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책에서 스님은 말한다. 우리 겨레는 예부터 이웃은 물론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함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동지 때 팥죽을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박노해 시인이 수필집 《눈물꽃 소년》을 펴냈습니다. 한동안 시집과 빛으로 쓴 시, 곧 사진에 짤막한 감상을 단 사진에세이집만 내던 박 시인이 정말 오래간만에 수필집을 냈네요. 책의 부제는 ‘내 어린 날의 이야기’입니다. 부제 그대로 책에는 박 시인이 어린 날의 추억을 되살리며 쓴 주옥같은 수필이 모두 33편 실려있습니다. 책에는 간간이 삽화도 들어가 있는데, 박 시인이 직접 그린 삽화입니다. 책 표지에도 그림이 있는데, 그림에서는 한 여인이 멀리 떠나가는 남정네를 바라보고 있고, 그 옆에 작은 아이도 떠나가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그림도 박 시인이 그린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 그림에 무슨 의미가 담겨 있을까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짐작하겠습니다. 박 시인의 아버님은 박 시인이 7살 때 돌아가셨는데, 박 시인은 어머니와 함께 떠나가는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이번에도 책이 나오자마자 나눔문화에서 책을 보내왔는데, 책갈피에 끼인 임소희 이사장의 드리는 글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남도의 작은 마을에서 ‘평이’라고 불리던 박노해 시인의 가슴 시린 소년 시절 이야기. 한 인간을 나아가게 하는 근원의 힘이 무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박노해 사진 에세이집 《올리브 나무 아래》가 나왔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박 시인은 그동안 분쟁지역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 팔레스타인, 쿠르드족, 아프카니스탄, 라틴아메리카 등 지구촌 구석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와 사진 에세이집을 냈고, 또한 전시회도 열었습니다. 이번 올리브 나무 아래》는 6번째 사진 에세이집입니다. 제목에서 짐작하듯이 이번 사진 에세이집은 올리브 나무와 연관된 것들입니다. 그런데 왜 올리브 나무일까요? 서문에서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분쟁 현장을 다니다, 나도 많이 다쳤다. 전쟁의 세상에서 내 안에 전쟁이 들어서려 할 때, 나는 절룩이며 천 년의 올리브나무 숲으로 간다. 푸른 올리브나무에 기대앉아 막막한 광야를 바라보며 책을 읽고 시를 쓰다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를 아이들과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라 눈물짓다가, 올리브나무 사이를 걸으며 다윗처럼 돌팔매를 던지기도 하고, 저 아래 올리브를 수확하는 농부들을 거들다가 돌샘에서 목을 축이고, 양떼를 몰던 소녀가 따다 주는 한 움큼의 무화과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가 을 볕 - 박노해 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걸린 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어 눈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 난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을 24절기 ‘처서’가 지나고 어제는 ‘백로’였다. 이제 바야흐로 가을에 들어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볕이 따갑다. 그래야만 들판에 벼가 익어가는 소리가 분명해진다. 또 농촌에서는 그 땡볕에 고추를 말린다. 그뿐이 아니다. 처서가 지난 무렵 우리 겨레는 ‘포쇄(曝曬)’라는 걸 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민가에서 옷을 햇볕에 말리는데, 이는 오래된 풍속이다”라는 기록이 있으며, <농가월령가> 7월령에는 “장마를 겪었으니 집안을 돌아보아 곡식도 거풍(擧風)하고, 의복도 포쇄(曝曬) 하소”라고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왕조실록을 보관한 사고에 포쇄별관을 보내 실록을 포쇄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었다. 또 선비들은 이때 여름철 동안 눅눅해진 책을 말린다. 포쇄하는 방법은 우선 거풍(擧風), 곧 바람을 쐬고 아직 남은 땡볕으로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서울 종로구 통의동 ‘라 카페 갤러리’에서는 오는 10월 1일까지 박노해 사진전 <아이들은 놀라워라>가 열리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좋은 삶이 깃든 '다른 길'을 찾아 세계의 가장 높고 깊은 마을을 유랑해온 박노해 시인. 21번째를 맞은 이번 사진전의 주제는 '아이들'이다. 결여만큼 간절하게, 눈물만큼 강인하게 자라나는 지구마을 아이들의 모습이 37점의 흑백사진과 글로 펼쳐진다. “아이는 부모의 몸을 타고 여기 왔으나 온 우주를 한껏 머금은 장엄한 존재다. 아무도 모른다. 이 아이가 누구이고, 왜 이곳에 왔고, 그 무엇이 되어 어디로 나아갈지. 지금 작고 갓난 해도 아이는 이미 다 가지고 여기 왔으니.”(박노해) 격변하는 미래와 교육, 가정과 학교, 부모와 자녀 등 우리 시대의 간절한 물음 앞에 나직이 희망의 길을 찾는 시간. “우리 모두는 아이였다.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어도 우리 안에는 소년 소녀가 살아있다. 늘 모자라고 서투르고 실수하고 그럼에도 거듭 배우고 다시 깨달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는 ‘영원의 아이’다.”(박노해) 세상 모든 아이에게, 그리고 아이였던 우리 모두에게 박노해 시인이 건네는 이야기. 〈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그 겨울의 시 - 박노해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우리 겨레는 더불어 사는 일에 익숙했다. 전해오는 얘기로는 예부터 가난한 사람이 양식이 떨어지면 새벽에 부잣집 문앞을 말끔히 쓸었다. 그러면 그 집 안주인이 아침에 일어나서 이를 보고 하인에게 “뉘 집 빗질 자국인가?”하고 물었다. 그런 다음 말없이 양식으로 쓸 쌀이나 보리를 하인을 시켜서 전해줬다는 얘기가 전한다. 그런가 하면 보릿고개에 양식이 떨어진 집의 아낙들은 산나물을 뜯어다가 잘 사는 집의 마당에 무작정 부려놓는다. 그러면 그 부잣집 안주인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곡식이나 소금ㆍ된장 따위를 이들에게 주었다. 물론 부잣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