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그날도 K 교수는 아내와 2시간 뒤에 할인점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K 교수는 2층에 있는 책방에 들렸다. 신간코너에 가서 이책 저책 들여다보기도 하고, 여행에 관한 책과 베스트셀러 진열대를 둘러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수필 코너에 가보니 앗, 《진하게 블랙으로》라는 책이 눈에 띄지 않는가! 단 한 권 남은 책을 꺼내어 보니 출판년도가 1991년으로 찍혀져 있었다. 아마도 절판되기 전 마지막 한 권이 몇 년 동안 K 교수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표지를 넘기다 보니 미스 K의 젊었을 때 사진이 전면에 나타났다. 눈이 아주 총명해 보이고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하게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K 교수는 흥분된 가슴을 진정시키고 책을 샀다. 나온 지 7년이 지난 1998년에 책의 정가는 3,800원이었다. 소설은 6개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장의 제목이 평범하지 않고 특이했다. 제1장 조금 슬프게 제2장 조금 부드럽게 제3장 조금 화려하게 제4장 더 세게 제5장 조금 가볍게 제6장 다시 처음부터 추상적인 장 제목을 읽으면서 K 교수는 불경스럽게도 선정적인 내용을 연상하였다. 집에 들어온 K 교수는 밤새워 책을 통독하였다. 쪽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4대강 사업의 네 번째 목표는 지역 발전이다. 4대강에 보를 막으면 상류에 호수가 만들어진다. 호수를 이용하는 각종 레저ㆍ관광 시설을 만들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다. 강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4대강 사업이 끝나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4대강 사업에 찬성하였다. 강 주변 주민들이 4대강 사업을 적극적으로 찬성하니 지역구 국회의원들 역시 4대강 사업을 찬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주변 여러 도시는 새로 만들어진 호수를 중심으로 하여 자동차 캠핑장과 체육시설, 수상 레저 시설 등을 만들었다. 금강 유역의 여러 도시도 수상 레저 시설을 만들었다. 이러한 위락 시설을 많은 사람이 이용해야 지역 발전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복병이 나타났다. 수상 위락 활동을 하는 시기는 기온이 높은 여름철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여름철은 수온이 높아져 녹조가 증식하는 계절이다. 녹조가 번성하여 냄새가 나고 녹조라떼처럼 보이는 녹색 강에서 수상 위락 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2021년 8월 25일 탐사 전문 매체 뉴스타파의 보도 <예고된 죽음: 4대강 10년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여자의 말은 남자의 말과 달리 때로는 모호하다. 이성적이며 단순한 사고방식을 가진 남자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초대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인지, 거절하는 것인지 어정쩡하기만 하다. 그러나 말하는 어조와 분위기로 보아서는 받아들인다는 뜻 같기도 하고... "거절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기다리겠습니다. 축제는 수요일부터 시작해서 금요일 쌍쌍파티로 끝납니다. 학생들이 학과별로 주점이며, 타로점, 또뽑기, 솜사탕, 물풍선 터뜨리기, 연못에서 보트 타기, 세발자전거 타기 등 여러 가지 볼거리를 만들어 놓았으니 목요일에 구경 한번 갑시다.“ “......” 미스 K는 대답하지 않고 예쁜 자태로 빙긋이 웃기만 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여자의 침묵은 긍정’이라는 속설을 믿어야 하나? 매주 일요일 K 교수는 아내와 둘째 아들을 차에 태우고 아침 일찍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대형 교회에 예배 보러 간다. 강남에서 수기리로 이사 온 뒤, 처음에는 집에서 가까운 시골교회를 다녔다. 시골교회는 교인이 한 50명 될까 말까 아주 작았다. 목사님은 마을 토박이로서 연세는 60이 넘으셨는데, 원래는 장로님이었단다. 신앙심이 좋으신 장로님은 50 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가 미스 K에게 종교에 관해 물어보았다. 그녀는 일요일 예배만 참석하는 일요교인인데,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한 교회에 언니 따라 다닌다고 한다. K 교수 역시 아내 따라 일요예배에 참석하는 수준의 교인이기 때문에 설교 시간에 가끔 졸기도 한다. “저도 교회 가서 가끔 졸아요. 예배 끝나고 아내는 야단을 치지요. 그러면 내가 항상 대답하는 말이 있습니다.” “뭔데요?” “내가 조는 것은 나의 책임이 아니고 목사님 책임이다.” “왜요?” “설교를 지루하지 않게 하면 자라고 해도 자지 않고 열심히 들을 텐데, 내가 조는 것은 설교가 재미없거나 지루하다는 증거라고 말입니다.” “말이 되네요. 호호호...” 설교가 지루하면 교인이 졸게 된다는 말은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교수의 강의가 지루하면 학생은 졸게 된다. K 교수는 모든 과목에서 강의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강의를 하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였다. 내가 강의하는 도중에 조는 사람을 발견하면 그 즉시 나는 강의를 중단하고 ... (잠간 쉬었다가) ‘내 탓이요, 내 탓이요’라고 말하면서 내 가슴을 칠 것이다.” 그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4대강 사업의 두 번째 목표는 ‘홍수를 막기 위함’이다. 4대강 사업에서는 홍수를 막기 위하여 강바닥을 깊게 팠다. 바닥을 깊게 파면 홍수 때에 강물의 수위가 낮아질 것이다. 굴삭기 같은 중장비가 없던 옛날에는 강바닥을 파는 대신 제방을 높였다. 바닥을 깊게 파거나 제방을 높이거나 효과는 마찬가지이다. 홍수가 제방을 넘지 못하게 하여 범람을 막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예산 22조 원(필자 주:4대강 사업을 시작한 2009년도 국가 총예산은 274조 원이었음)을 들여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다음과 같은 경제성 이유로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매년 홍수 피해와 복구비로 평균 7조 원의 예산이 지출된다. 4대강 사업을 마치면 더 이상 홍수 피해는 발생하지 않으므로 3년만 참으면 4대강 사업비 22조 원은 자동적으로 절약된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4대강 사업을 반대할 어리석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4대강 사업비 22조 원을 아깝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3년만 참고 지내면 그 뒤로는 해마다 7조 원의 홍수 관련 예산이 절감되는데, 이처럼 경제성 있는 사업을 누가 반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는 언젠가 비디오로 보았던 임권택 감독의 영화 “창(娼)”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가 사창가를 찾았다. 여자는 할아버지가 낑낑대기만 하고 잘하지 못하자 면박을 주었다. “할아버지! 빨리하고 내려가세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운 듯이 말했다. “그렇게 구박하지 마아. 할머니가 다녀오라고 해서 왔어.” 속설에 따르면 할아버지가 젊은 여자와 그걸 해서 성공하면 그 여세가 두세 달은 가고, 따라서 할머니는 덕을 본다고 한다. 그래서 현명한 할머니는 젊은 여자에게 한번 다녀오라고 늙은 할아버지에게 돈을 쥐여 준다나. 출처는 알 수 없지만 일리가 있지 않는가? ㅋ 교수는 최근에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골프는 사실 젊어서부터 배워야 자세도 제대로 잡히고 점수도 잘 나오는 운동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골프가 돈이 드는 비싼 운동이기 때문에 젊었을 때는 돈이 없어서 골프를 배울 수가 없다. 1990년대 이후에는 나라 경제 사정이 좋아져서 요즘 대학생은 학교에서 1학점짜리 골프 과목을 누구나 수강하여 골프를 배울 수가 있다고 한다. 경제가 발전하니 별별 일이 다 일어난다. K 교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이명박 정부에서 22조 원의 예산을 들여 2011년 10월에 준공한 4대강 사업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많다. 2017년 5월에 시작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사업으로 추진하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의 반대 의견, 그리고 4대강 인접 지역 주민의 반대 여론을 극복하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보 16개 가운데서 일부 보의 수문을 열어두는 실험을 하는 정도에 그쳤다. 3개 보의 해체를 결정했으나 실행되지는 못하였다. 2022년 5월에 시작된 윤석열 정부에서는 16개 보를 철거하지 않고 유지하는 정책으로 되돌아갔다. 2025년 6월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서는 다시 4대강 재자원화를 공약하였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국민 여론을 중시하는 ‘국민주권정부’의 국정 철학을 고려한다면 4대강 16개 보의 운명은 여전히 불안한 영역에 있다고 생각된다. 대다수 국민이 4대강의 16개 보 철거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국민주권정부에서도 16개 보는 철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4대강 사업의 효과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민 대부분은 4대강 사업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다. 특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여럿이 술을 마시면 시간이 금방 가는데, 단둘이 술 마시니 시간이 더디게 간다. 김 교수는 평소에 궁금했던 술집 아가씨들의 세계에 관해서 물어보았다. 술을 매일 마시다 보면 몸이 견디지 못할 텐데, 어떻게 그러한 폭음을 견디느냐고? 그들 세계에는 나름대로 술 적게 마시는 비법이 있단다. 술잔을 받았다가 안 볼 때에 다른 그릇에 슬쩍 따르기도 하고, 술을 마신 후 입에 머금고서는 물잔을 들어서 마시는 척하면서 뱉는 방법도 있고. 손님들이 취한 이후에는 남이 얼마나 마시는지 볼 겨를이 없으니까 쉽게 속일 수가 있단다. 내친김에, 손님이 여관에 가자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노골적으로 물어보았다. 그 말을 물으면서 아가씨를 바라보니 별걸 다 물어본다는 듯이 약간은 뜨악한 표정이다. 술을 한 잔 마시더니 아가씨는 솔직히 털어 놓았다. 자기는 속된 말로 몸을 팔기도 한단다. 돈이 필요할 때 2차 가자는 손님이 있으면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 않으냐고 되묻는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돈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니까. 그렇지만 느낌으로 싫은 남자하고는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따라가지 않았다고 한다. 일단 남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아가씨는 7시 45분에야 나타났다. 근사한 저녁 식사를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8시까지 출근하지 않으면 아가씨는 벌금을 물어야 하니까. 아가씨가 먼저 제안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보스에 가서 식사하고 술이나 한 잔 하자고. 김 교수는 원래 식사만 하고 그냥 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쁜 아가씨가 미소를 보이면서 유혹하니 순간적으로 마음이 변했다. 지갑의 두께는 전혀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조금 뒤에 두 사람은 웨이터의 영접을 받으며 보스로 들어갔다. 아가씨는 김 교수를 룸으로 안내한 뒤 옷을 갈아입으러 대기실로 갔다. 노크 소리가 나더니 사장님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강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요즘 장사 잘 되십니까?” “그저 그렇지요.” “요즘 신문에서는 불경기라던데, 장사하시면서 그저 그렇다는 것은 잘 된다는 뜻이지요?”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희 가게는 아직 괜찮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런데 사장님, 미스 최라고 있지요. 그 아가씨 어때요?” “미스 최가 저희 집에서는 보배지요. 상냥하고 잘 웃고, 찾는 손님들이 많답니다” “제가 미스 최를 만난 지 딱 1년 되는데, 이 아가씨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그해 여름에는 특별한 뉴스거리도 없이 지구의 공전에 따라 계절은 서서히 바뀌었다. 입추가 지나자, 더위는 한풀 꺾였다. 처서가 지나자, 가을이 완연히 느껴진다. 처서가 지난 어느 금요일, 연구실 창문 밖 오동나무를 바라보던 김 교수는 가을이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미스 최가 생각났다. 미스 최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러기에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옛사람의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 커다란 오동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던 그날 밤 8시 30분쯤 김 교수는 용기를 내어 보스에 전화를 걸어 공손한 목소리로 미스 최를 찾았다. 아마 사장님이 전화를 받았나 보다, 누구시냐고 대뜸 묻는다. 엉겁결에 아무개 교수라고 이름을 밝혔다. 그랬더니 사장님이 아는 체를 하며, 미스 최가 오늘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양재동으로 이사한 사실을 안다면서 집 전화 번호를 좀 가르쳐달라고 했더니, 집 전화 대신 손말틀(유대폰) 번호를 가르쳐 준다. 그날은 금요일이었다. 그날 오후 별다른 약속이 없었고 가을날이었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으리라. 김 교수는 호기심과 약간은 떨리는 마음으로 손말틀에 전화를 하니 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