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1945년 8월 15일 우리는 마침내 총칼에 빼앗겼던 나라를 되찾았습니다. 그러나 되찾은 나라에서 마주한 현실은 또 하나의 싸움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바로 우리 삶과 얼(정신) 속에 깊이 박힌 '언어 식민 상태'와 싸움이었습니다. 나라를 되찾고 난 뒤 말의 홀로서기(언어 독립)를 이루기 위한 노력은 크게 두 갈래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하나는 조선어학회(현 한글학회)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이끈 바람직하고 바탕스러운(이상적이고 근본적인) '갈말 만들기(학술 용어 창조) 운동'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이들을 가르쳐야 했던 정부(문교부)가 이끈 쓸모있고 바빴던(실용적이고 시급했던) '말 맑힘(언어 정화) 정책'이었습니다. 정부의 첫 실천, 《우리말 도로 찾기》 말글 빛찾기(언어 광복)를 위해 정부가 한 첫 일은 1948년 6월 2일, 문교부가 펴낸 《우리말 도로 찾기》였습니다. 이 책자는 나라를 되찾은 뒤에도 여전히 우리말에 남아 있는 일본말 찌꺼기를 버리고, 우리말을 도로 찾아 쓰자는 뜻에서 만들었습니다. 이는 새 나라의 정부가 손수 나서서 '언어 주권'을 바로 세우겠다는 뜻을 밝힌 아주 종요로운 일이었습니다. 책의 머리말은 그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해마다 맞는 8월 15일. 잃었던 나라를 되찾은 기쁨을 되새기는 그날, 우리는 모든 것을 되찾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이 땅, 그 땅의 이름은 제대로 된 광복을 맞았습니까? 인천광역시 시민들에게 이 고장의 옛 이름이 무엇인지 물으면 고개를 갸웃거리시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다들 역사 교과서에서 배운 적 있는 그 이름은 '미추홀(彌鄒忽)'입니다. 비류가 나라를 세웠다는 전설이 깃든 이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 대신 '어질 인(仁)'에 '내 천(川)'을 쓰는 한자 이름, '인천(仁川)'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했습니다. 이것은 비단 인천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국 220여 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토박이말로 된 이름을 간직한 곳은 '서울'과 '임실' 단 두 곳뿐이라는 통계는, 우리 땅이 겪고 있는 '언어적 식민상태'가 얼마나 깊은지 잘 보여 줍니다. 오래된 상처 위에 박힌 식민의 쐐기 우리말 땅이름의 수난은 두 차례의 큰 역사적 변화를 거치며 깊어졌습니다. 첫 번째는 신라 경덕왕 때의 '한화(漢化) 정책'입니다. 경덕왕은 당나라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여 중앙집권적 국가 체제를 이룩하고자, 지역 토호 세력의 영향력이 깃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올림픽, 월드컵, 유엔총회까지 세계는 우리나라를 한결같이 '코리아(Korea)'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대한민국(大韓民國) 국민'이라 말합니다. 이 둘의 틈은 그저 부르는 이름이 다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불리고 싶은지에 대한 정체성의 문제를 드러내는 '언어적 비상사태'라고 생각합니다. 광복 80돌을 맞은 오늘, 우리의 공식적인 나라이름인 '대한민국'을 두고 왜 천 년 전 사라진 왕조의 이름에서 온 '코리아'로 불려야 하는지 바탕스러운 물음(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잘 아시다시피 '코리아'라는 이름의 역사는 918년에 세운 고려(高麗) 왕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무렵 고려는 벽란도를 통해 아라비아 상인들과 활발히 교역했고, 이들에 의해 '고려'라는 이름이 실크로드를 따라 서방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뒤 포르투갈, 프랑스 등 유럽 상인과 선교사들이 이 이름을 'Corea' 또는 'Corée'로 표기했고, 근대에 이르러 영국과 미국에 의해 철자가 'Korea'로 굳어졌습니다. 곧, '코리아'는 우리가 세계를 향해 내세운 이름이 아니라, 외부 세계가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다가오는 8월 15일은 우리 겨레가 일제의 억눌림에서 벗어나 나라의 주권을 되찾은 지 어느덧 여든 해를 맞는 '광복(光復) 80돌'이라는 참으로 잊지 못할 날입니다. 이 뜻깊은 날을 앞두고, 저는 여러분께 조심스럽게 하나 여쭙고 싶습니다. 우리가 해마다 기리는 '광복'이 과연 무슨 뜻인지, 그리고 무엇을 되새겨 보아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많은 분들이 ‘광복’이라고 하면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독립한 날' 정도로 짐작하실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본디 뜻을 선뜻 답하기는 쉽지 않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광복은 '빛을(光) 되찾다(復)'는 뜻을 지닌 아름다운 한자말입니다. 이름과 말, 글과 문화까지 모든 것을 빼앗겨 어둠과도 같았던 35년의 일제 강점기를 끝내고, 마침내 '나라의 주권'이라는 밝은 빛을 되찾았다는 뜻이 담긴, 더없이 시적이면서도 무게 있는 낱말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 즈음에 우리가 오랫동안 애써 얼굴을 돌려 마주치지 않으려 했던 것이 숨어있습니다. 온 겨레가 가장 기뻐해야 할 날을 기리는 이름조차,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 뜻을 한 번에 헤아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