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30 (월)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오늘 토박이말] 천둥벌거숭이

[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천둥벌거숭이

[뜻] 두려운 줄 모르고 철없이 함부로 덤벙거리거나 함부로 날뛰는 사람을 빗대어 이르는 말.

[보기월] 그 밑으로 줄줄이 천둥벌거숭이 같았던 아이들이 이제 어젓한 어른이 되어 있었지요.
 
 들여름달에는 잇쉼(연휴)이 두 차례나 있어서 좋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어디로 놀러를 가야할 지 걱정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올해 남은 쉬는 날은 모두 이레끝에 있어서 이레 가운데 쉬는 날이 없는 것이 아쉽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잘들 쉬고 오셨는지요?
 
  저는 엿날(토요일) 진주교육지원청 영재교육원 배달말난이(국어영재)들과 만남이 있었습니다. 지난 달 첫 만남에서 말이 얼마나 힘이 센지를 알아보고 말을 종요롭게 여기며 잘 챙기기로 다짐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거의 마흔 날 만에 다시 만나 보니 벌써 잊어 버린 배움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되새김을 하고 토박이말을 바탕으로 한 말글살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놀배움 자리를 열었습니다. '놀배움'은 놀 듯이 배운다는 뜻이며 이것을 하는 동안 저절로 그런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하자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토박이말 딱지로 재미있게 놀고 시나브로 여러 가지 토박이말의 뜻과 쓰임새를 알게 된 저마다의 모습에 놀라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밝날(일요일)은 아버지 여든 돌잔치를 하느라 온 식구가 다 모였습니다. 지난해 좋지 않은 일들이 이어져서 걱정을 많이 하긴 했지만 잘 이겨내신 뒤에 맞는 돌날이라 모두들 기쁜 마음으로 모일 수 있었습니다. 요즘 조금 마뜩잖은 곳이 있어서 밖에서 모임을 하려고 하다가 집에서 모인 게 조금 아쉽긴 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밑으로 스물 세 사람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모였지요. 그래서 어머니께서 안 계신 빈 자리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맛있는 먹거리를 차려 놓고 찍그림을 찍은 뒤 맛있게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그 다음 이어진 놀이와 재롱 잔치에서는 웃음꽃이 가득 피기도 했습니다. 손가락을 하도 빨아서 굳은 살이 박혀 걱정을 하게 만들었던 조카가 서른 살이 되었으니 해가 참 빠르게 흘렀습니다. 그 밑으로 줄줄이 천둥벌거숭이 같았던 아이들이 이제 어젓한 어른이 되어 있었지요.

  만남의 기쁨도 그리 길지는 않았습니다. 아침 일찍 일이 있어 가는 사람도 있었고, 남은 사람끼리 두 끼를 더 먹고 저마다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절을 찾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렇게 모임을 마무리했습니다. 다음 만남을 생각하며 말입니다. 

 '천둥벌거숭이'는 '천둥이 잦은 여름철에 천둥이 치는데도 두려운 줄 조믈고 이러저리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이르는 말이었는데 뜻이 넓어져서 이런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래와 같은 보기들이 있습니다. 

 -천둥벌거숭이 같은 자식 놈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한 느낌입니다.(이문열, 황제를 위하여)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어디서 또 이런 천둥벌거숭이들이 뛰어들지?(송기숙, 녹두장군)

4348. 5. 26. ㅂㄷㅁㅈ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