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 속풀이에서는 다나베 일행이 대동강에서 뱃놀이를 할 때, 동행하면서 노래를 불러준 장학선이라는 소녀명창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장학선은 일제강점기에 콜롬비아나 빅타레코드사 등에서 서도소리 음반을 취입하기도 했으며 1959년도에는 8도 명창대회에서 1등을 한 인물로 서도소리의 전설이었던 김밀화주의 제자였다. 월남해서는 서도소리로 1969년에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가 되었다는 이야기, 그 뒤 김정연, 오복녀 등을 거쳐 현재는 김광숙, 이춘목, 유지숙, 한명순 등이 힘겹게 서도소리를 이어오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다나베는 기녀들을 예술가로 대접하였다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특히 장학선이 불러준 노래가 “세월은 흘러가고, 봄은 또다시 돌아 왔구나. 하늘은 세월을 더하고, 사람은 수(壽)를 더하고, 봄은 천지에 가득하니, 복은 집 안에 충만하다. 그런데 어찌하여 세상의 인심은 날마다 변해 가는가.”라는 내용임을 알고 감탄했다는 이야기, 평양의 기생은 서울의 기생이나 일본의 예기들과는 달리, 예술가적인 품위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 놀라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그동안 1920년대 초, 조선에 와서 조선의 음악을 조사 기행한 다나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 해 왔다. 재미없는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린다. 이번주에는 경서도 소리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노학순 명창과 <경토리민요단>의 8, 15 경축 7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 이야기를 중심으로 축하를 겸한 격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 노학순 명창의 "달거리" 공연 모습
8월 15일은 광복절이다. 일제의 침탈로 주권을 잃고 36년간 식민지 생활에서 벗어나 조국의 해방을 맞은 날이다. 특히 올 2015년은 광복 70주년을 맞는 해로 전국에서 이를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는데, 국악계도 나라에서 주도하는 행사, 지방 정부가 주축이 된 행사, 사회단체가 중심이 되는 공연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그 중에는 노학순 명창이 이끄는 <경토리 민요단>의 경기소리 공연이 민속박물관에서 마련되고 있어서 이 난에 소개하고자 한다.
<경토리 민요단>이란 말에서 경(京)은 서울 경기지방을 의미하는 말이고, 토리란 그 지역의 특징적인 창법이나 음계, 분위기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므로 경토리란 경기지방의 특징적인 음악적 요소로 만들어진 민요라는 말이다.
이 민요단을 이끌고 있는 지도사범이 노학순 명창이고, 그의 지도를 받는 회원들과 성동구 문화원 중심의 회원들이 친교와 봉사를 목적으로 만든 단체가 곧 <경토리민요단>이다. 이들은 정례적인 모임을 갖고 수업과 공연, 발표회, 연구활동 등을 펼쳐오고 있어서 순수하게 민요를 좋아하는 애호가 수준은 벌써 넘어선 준 프로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전국 경창대회의 최우수상이나 문화원 연합회가 주최하는 경연대회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점이나 대한민국 국악제를 비롯하여 각 사회단체에서 주최하는 특별공연이나 기획공연에는 빠지지 않고 참여해 왔다는 점이 이들의 실력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강원도 산골마을이나 전라도 해안가의 소외지역을 찾아다니며 경서도 민요의 멋을 전파하는 소리의 전도사역도 맡아왔던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다. 일본이나 호주, 러시아, 중국, 베트남, 캐나다, 미국 UCLA 와 한국문화원 등에 초청되어 한국의 전통음악을 알리는 민간 외교사절로도 적극적인 활동을 해 왔다.
▲ 노학순 명창과 "경토리민요단"의 <회심곡> 공연 모습
이 민요단을 지도하고 있는 노학순 명창은 70년대 초 이은관 문하를 거쳐 중요무형문화재(경기민요) 보유자인 이은주 명창을 사사하여 전수, 이수자가 되었으며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서울시 재담의 보유자인 백영춘 문하에 입문하여 산타령도 익히고, 장대장타령을 위시한 재담소리를 사사하여 이 종목의 전수교육조교로 인정받은 노력형 소리꾼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후진 양성에 남다른 열의를 보여왔고, 현재에도 열심히 제자들을 키우고 있는 사람으로 <경토리 민요단>의 활발한 활동을 보면 그의 열의나 지도력은 입증되고도 남는다.
이번 광복70주년을 맞는 기념공연은 특별한 곡목들로 짜여 있다. 부모에 대한 효를 강조하고 있는 회심곡을 비롯하여 한오백년, 강원도아리랑과 같은 동부권의 민요, 재치와 해학이 넘치는 서울의 휘모리잡가, 언제 들어도 흥겹고 경쾌한 경기지방의 민요, 합창으로 활달하게 부르는 산타령, 해방가 등을 선보이게 된다. 시골의 향기가 느껴지도록 키나 빨래판, 물항아리, 물레, 다듬이 등 소품을 활용한다고 하니 기대가 크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해방가>는 나래이션을 곁들여 아리랑, 해방가, 경복궁타령으로 이어지는데, “해방일세, 해방일세, 문전문전, 태극기 달고, 방방곡곡 만세소리, 삼천만 동포가, 춤을 춘다”의 노랫말이 장단과 가락을 타면서 우리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마무리는 발전하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경복궁타령으로 합창하도록 연출되어 있다. 힘이 실려 있고 명암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노학순의 소리와 그의 제자들이 마음을 담아 불러주는 경기소리 가락에 조국 광복의 기쁨을 다시한번 되새기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 믿으며 독자 여러분에게 추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