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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창제 기념일을 12월 28일로 정하자

[한국문화신문=김슬옹 교수]  세계에서 문자 기념일을 갖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다만 남한은 훈민정음을 반포한 날을 기려 109일을 한글날로, 북한은 창제한 날을 기념일로 삼아 115일을 조선글날로 기리고 있다. 이렇게 남북의 한글 기념일이 다르다 보니 마치 분단의 상처처럼 보이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살릴 필요가 있다. 한글날은 109일로 가되 창제일은 문자 기념일로 삼아 기린다면 여러 가지 유용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한글은 세종이 비밀 연구 끝에 1443년 음력 12월에 공표하고 그 뒤에 일부 집현전 학사들의 도움을 받아 문자 해설서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통해 1446년 음력 9월 상순에 반포하다 보니 창제한 날과 반포한 날이 확연히 다르게 되었고 1443년 창제, 1446년 반포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되었다. 

15세기는 음력을 사용하고 지금은 양력을 사용하니 날짜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반포한 날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펴낸 날인데 세종실록에서 1446년 음력 9월에 훈민정음 책이 완성되었다고 했고 <훈민정음> 해례본에서는 9월 상순에 완성된 것으로 기록되었다. 정확한 특정 날짜는 아니지만 세종실록 기록과 훈민정음 해례본 기록이 일치한다. 음력 9월 상순은 91일부터 10일까지를 가리키므로 마지막 날인 9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날짜가 한글날 109일인 것이다 

 

   
▲ 세종은 비밀연구 끝에 훈민정음을 1443년 음력 12월에 공표했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그런데 창제한 날짜는 더 잡기가 어렵다. 세종실록 14431230일자 기록에 이달에 임금께서 친히 언문 28자를 창제하셨다.”라고 기록되어 있기만 하므로 12월 어느 날인지 알 수가 없다. 형광등 같은 물품 발명이 아니고 비밀 연구 끝에 조용히 알린 터라 특정 날짜를 잡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북한은 12월 중간을 상징 날짜로 잡아 정했다. 해방 후 월북한 훈민정음학자인 류렬은 조선말력사 12, 류렬(1992),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485쪽 주석2”에서 기념일을 정한 내력을 세종 2512(음력)14441월이 기본으로 되므로 그 달의 중간인 115일을 잡아서 우리글을 만든 기념일로 삼는다.”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임채욱(1986). ”‘한글날훈민정음창제기념일“, 북한178, 북한연구소, 92~99.”에서는 이러한 북한의 훈민정음창제기념일 설정이 학문적, 역사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115일은 북한의 김두봉이 1948조선어문연구회를 조직한 뒤 조선어 철자법을 발표한 날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류렬은 북한의 대표적인 훈민정음 연구 학자로 류렬의 증언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창제 기념일을 북한 방식으로 하면 1443년 창제 1446년 반포의 틀이 깨지게 된다. 음력을 양력으로 환산하다 보니 생긴 문제다. 반포일은 양력으로 바꾸어도 문제가 안 되는데 창제일은 음력 12월이니 이런 문제가 생겼다. 이런 경우는 절충을 하는 수밖에 없다. 창제일은 음력으로 따르되 상징성이 강한 날로 잡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1228일이다.  

이날을 세계 문자 기념일로 삼아 15세기 글자 없는 소수 언어 문제를 해결하고 백성과의 소통에 담긴 인류 평등 문자 정신을 기려 인류 문자 축제의 날로 삼는 것이다. 유네스코의 “Tove Skuntnabb-Kangas,Luisa Maffi and David Hamon/심숙경·이선경·박혜경 옮김(2005). 지구의 언어, 문화, 생물, 다양성 이해하기,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생태계 파괴와 더불어 언어 소멸도 빠르게 진행 되고 있다고 한다.  

소수 언어와 글자 없는 언어는 더욱 큰 위기에 처해 있는 셈이다. 1228일을 이러한 언어와 문자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인류 문자가 주는 축복을 기리는 기념일로 삼는다면 문자 기념일의 가치를 충분히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세계 문자 박물관이 인천 송도에 세워진다고 하니 세계문자 기념일을 적극 추진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