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진용옥 명예교수} 요즘 한자병기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한자말은 우리말로 순화시키는 것이 순리라는 주장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한글로만 쓰면 동음이어가 많아 뜻을 구분하기 어렵고 2000년 동안 써온 민족문화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 한자어는 419음절어에 불과하지만 4성으로 구분하여 1677음절어로 확대하고 4자성어나 오언 절구를 활용하여 27,000여 자의 의미차이를 변별해 나간다.
이에 견주어 한글은 11,172 음절이다 이를 4단계로 구분하면 44,688음절이 되어 의미로 중복되는 경우는 매우 희박하다. 양자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지난 70년 동안 합의되지 못하고 지속되는 논쟁의 근거는 무엇일까?
▲ 지난 8월 12일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초등교과서 장례식 가운데 노제를 마친 참여자들 |
우리는 일제강점기의 식민지 언어교육을 겪었다. 이 시기에 우리는 일본어를 국어라 했으며 한자어를 일본말로 발음하면서 공부했다. 한글을 사수한 분들은 처절하게 저항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처 준비되지 못한 광복이 이루어지자 한자어는 기계적으로 일본말에서 한말글로 바뀌었다. 80% 이상은 운율과 뜻에서 왜색 한자단어 일색이었다. 왜색 식민지 전통이 강하게 오염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자는 발음이 없는 뜻글자, 시각정보로 이해하고 외워야
한자는 발음이 없는 뜻글자이다. 그러므로 시각정보로 이해되고 외우는 방법 이외 달리 방안이 없다. 조선시대에 한자 일변도의 교육이었지만 쓰기보다는 우리말 운율에 토를 달고 낭독에 치중했다.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와 여인네들의 베 짜는 소리는 한국 문화를 상징하는 문화의 상징이었다.
광복이후 영어가 등장하고 국어교육을 압도했지만 여전히 쓰기와 읽기교육에 치중했다. 한참을 지나고 나서야 듣고 말하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원어민 교육과 조기교육에 치중했지만 엄청난 부작용만 남긴 체 우리 교육의 덜미를 붙잡는 계륵의 신세로 전락했다.
▲ 장례행렬은 주시경 마당에서 최초의 한글교과서를 만들었던 주시경 선생과 헐버트 박사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을 고한다. |
중국인은 한국인 보다 영어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일본은 한자를 쓰기에 산업이 발전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중국어는 4성조 억양이 영문억양과 동일하고 문법상 어순이 같기 때문에 비교적 영어를 쉽게 터득한다. 또 중국과 일본은 한자를 쓰기 에 우리보다 훨씬 뒤진 정보화 후진국 신세다.
한자교육도 발음으로 구별하는 방안이어야
이러한 상황에서 대안은 무엇인가? 영어발성음을 기계어로 합성하여 발음기준을 만들고 각자가 발음하여 어디가 틀리고 어디가 다른지를 스스로 고쳐 나가는 음성인식 교육방식을 강구해야 한다. 이때 원어민 발성은 기계가 대신하는 것이다. 국어교육도마찬가지다. 표준발성과 음성 자동전사에 따른 정확한 국어능력을 기르도록 교육해야 하고 한자도 발음으로 구별하는 방안을 주로 해야 한다.
한자는 시각정보이므로 언어뇌의 시각영역에서 반응하고 이해된다. 반면에 영어와 한말은 표음언어이므로 청각영역에서 반응하고 이해된다. 이런 뇌 언어 현상을 무시하고 영어와 한말글 교육에도 한자교육처럼 쓰기와 읽기에 치중한다면 모든 언어 교육은 덩달아서 침몰할 것이다.
▲ 장례식 끝의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에게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 병기 하지 말기를 호소하는 김종택 한글학회장 |
최근 정부는 4대개혁 중 하나로 교육개혁을 꼽았다. 사교육비가 20조에 이르고 반 이상은 영어교육이 차지한다. 비용은 고사하고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창조적 미래는 없다. 사람과 기계가 일체되는 컴퓨터 보조 교육 방식을 활용하여 원어민 수준의 듣고 말하기 교육이 그 대안이다.
한자병기보다는 우리말 운으로 읽는 교육이 필요하다. 언어뇌의 효과를 정밀 의료기로 분석측정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실험하여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나가야 한다. 한자병기 교육 문제는 어느덧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사인아 되어 버렸다. 제발 교육부는 무엇이 문제의 근본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하는 교육정책을 내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