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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한땀 한땀 정성을 들인 침선장의 손길들

한평생 바느질로 겨레옷을 지었던 침선장 정정완 추모전

[우리문화신문= 김영조 기자]  나를 축하하러 오신 여러분들이 흩어져 가신 경복궁 뜨락에서 나는 혼자 감회에 젖는다. 우연일까? 1989년 중요무형문화재 작품 전시회가 열리는 오늘 아침 경복궁을 오기 위하여 버선을 찾고 보니 옛날 아버님이 신으시던 버선이다. 이 자리에 아버님이 같이 하시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하다.”

 

이는  무궁화, 19897월호에 실린 침선장 정정완(1913~ 2007)여사의 글 가운데 일부다.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전시관 2<>에서 열리고 있는 침선장 정정완 작고 10주기 추모전 -삶을 지어온 바느질- 전시장에는 위 글에서 말한 아버님이 신으시던 버선이 전시되어 있어 기자의 눈길을 떼지 못하게 했다. 그 버선은 아버지 정인보 선생이 작고한 뒤 정정완 선생이 다시 신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침선장으로 그 이름을 남긴 정정완 선생의 아버님은 한글학자 위당 정인보 선생이다. 정정완 여사는 정인보 선생의 맏딸로 태어나 17살 때 광평대군 가문의 외아들 이규일 선생과 혼인하여 사대부와 왕실의 침선기법을 모두 익혔다. 그러나 근대기로 접어들면서 옷이 서양화되면서부터 전통 바느질 기법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나라에서는 1988년 국가무형문화재 제 89호 침선장을 지정하였는데 정정완 여사가 첫 기능보유자로 인정을 받았다.

 

사대부와 왕실의 침선기법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정정완 여사는 1985년 일본 오사카 민속박물관에서 우리의 도포를 재현하여 전시한 것을 시작으로 1986년 부터는 이화여대 의류 작물학과와 성균관대학교 의류학과 대학원에서 복식구성에 대한 강의로 후학을 길러냈다.

 

얼핏 생각하기에 옛것을 전승한다고 하면 꼭 옛날 고식만을 고집하며, 내가 알고 있는 것만이 옳은 것이다 하기 쉽지만 나는 행여 이런 아집에 빠질세라 경계한다. 어찌 내가 알고 있는 것만이 옳고 좋은 것이겠는가? (가운데 줄임) 나를 믿고 나에게 옛것을 바르게 배우려 찾아오는 갸륵한 젊은이들에게 나 또한 새로운 것을 배워야 올바로 옛것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궁화, 19897월호>

 

옛것을 만드는 작업 속에서도 끊임없이 현대적인 것에 관심을 가졌던 정정완 여사의 "법고창신(法古創新)"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전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하나는 초대 침선장 정정완 여사의 삶이 담긴 유품으로 구성된 2층 아카이브 전시이고, 3층에서는는 정정완 여사의 침선 기술의 정수를 이어가는 제자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정정완 여사의 아카이브 전시는 침선으로 나눈 사랑침선으로 이룬 청렴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정완 여사는 침선장이기 이전에 여성으로서, 한 가정의 어머니로서 가족들에게 손수 옷을 지어 주었다. 아들딸의 배내옷부터 아버지의 수의까지 인생을 담아 지어낸 옷에는 가족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담겨져 있다.


  



전시장 한 가운데를 장식하고 있는 7벌의 당의는 정정완 여사 팔순 때 딸과 며느리에게 지어준 선물로 전통복식을 계승 발전시켜온 선생의 품격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이어 제자들의 작품으로 구성된 침선으로 잇는 정수전시장에는 2대 침선장 보유자인 정정완 여사의 며느님인 현 침선장 구혜자 선생의 다양한 작품 등도 선보인다.


감동의 연속을 이어가며 2층과 3층 전시장을 돌아보았다. 어찌 이리 섬세하고 고운 바느질을 할 수 있을까? 선생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은 저 학창의나 쪽염 도포를 입고 서울 시내 한 복판을 누비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옷을 만드는 시대가 가 버린 지 오래인 지금, 누천년 이어져온 겨레의 옷을 만드는  바느질의 맥을 이어온 침선장 정정완 여사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귀한 전시가 620일까지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2<>3<>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안내>

침선장 정정완 작고 10주기 추모전 -삶을 지어온 바느질-

*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2<>3<>

* 6월 20일까지

* 문의 : 02-566-6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