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현미밥에 못지 않은 된장의 위대함 즉, 우리 선조들의 슬기로운 음식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밥의 철학 편에서도 서양인들은 새롭게 동양인들의 식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고 나는 소개했다. 그것은 현미밥뿐만이 아니라 된장의 경우에도 다시 조명되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양인들은 김치를 비롯해 된장 냄새의 역겨움을 말하면서 우리를 야만인 취급까지 했다. 심지어 학자들까지도 된장 속에 "아플라톡신"이란 발암물질이 있다해서 된장을 암을 일으키는 식품으로 규정하기까지 했었다. 메주의 곰팡이를 소금물로 씻으며, 햇빛에 말리고 숙성시킬 때 아플라톡신은 이미 남아있을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그들 스스로의 무식함을 인정하면서까지 우리가 전통적으로 먹어왔던 식품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음은 참으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삼국사기 등 문헌자료에서 보여지는 것은 우리 민족이 이미 삼국시대 이전부터 된장을 먹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농경사회의 주식인 곡류로부터 취하기 어려운 단백질을 콩에서 섭취하는 지혜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흔히 쇠고기를 단백질의 보고라고 한다. 그러나 콩의 단백질 함유량이 20%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밭의 고기'라는 표현보다는 오히려 '최고의 고기'라 평가를 받을 만 하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오로지 가축의 사료로만 썼던 콩을 이제는 새로운 식품으로서 크게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콩의 항암 및 질병예방 효과에 대한 인식이 두드려졌다는데 기인하는 것이다.
미국 알라바마 의과대학의 반즈박사의 의하면, 동양인에겐 왜 유방암, 심장질환이 상대적으로 적은가에 대해 연구한 결과 동양인들이 즐겨 먹는 콩에 유방암을 억제하는 성분인 '아이소플라본 제니스틴'이 들어있음이 밝혀졌다고 한다.
또 텁스대학에서 "콩이 폐경기 여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임상실험"을 한 결과 환자들에게 동양인들의 섭취량과 같은 분량의 다양한 콩음식을 몇 달간 먹게 한 뒤 건강상태를 점검했을 때 폐경기증상을 앓던 환자들은 콜레스테롤치가 낮아지고, 골밀도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한다.
반즈박사는 콩에 '아이소플라본', '트립신저해제', '사포닌', '피놀산', '피트산' 등의 다양한 항암제가 들어있는 귀중한 식품이라고 말했다.
그럼 이 귀중한 식품인 콩을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까?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맛이 없다거나 먹기가 어렵다거나 소화흡수율이 낮다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우선 소화흡수율에 대한 비교를 보면 생콩이 55%, 삶은콩이 65%인데 비해 된장은 무려 85%에 이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동물의 피 속에 된장 추출물을 넣으면 림프구가 급격히 자라면서 그 수도 늘어 면역성의 현저한 증가가 있었다고 한다.
된장에도 즙장(거창), 청태장(경기도), 보리등겨장(경상도), 깻묵장(경기도), 빠개장(충청도), 지름장(충청도)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우리 선조들은 36가지의 장을 맛있게 담을 줄 아는 것을 훌륭한 며느리의 덕목으로 보았었다.
좋은 된장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의 위대한 어머니들은 매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장독을 열어 놓았었다. 그것은 항아리의 금줄로 쓰인 볏짚과 함께 장독 속에 미생물이 잘 들어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우리 민족은 콩의 제대로 된 섭취를 위해 노력해 온 결과 된장이라는 위대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콩을 발효시키는 것은 곰팡이, 바실리스서브틸리스, 효모 등 세가지라는데 똑같은 콩발효문화권인 일본과 네팔은 바실리스서브틸리스만, 인도네시아에선 효모만 쓰고 있다 한다. 그러나 유달리 우리는 세가지 모두를 쓰고 있음으로써 효과적인 콩의 식품화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 민족의 위대한 식품인 된장을 놓고 걱정되는 일이 있다. 그것은 된장을 비롯한 장류의 수입이 년간 320만$, 지난 10년 새 20곱의 증가가 있었다는 기가 막힌 일이다.
된장은 분명히 우리의 전통식품이다. 그런데도 일본의 장을 수입해 먹고 있는 것은 왜일까? 콩의 비율이 높을수록 항암성이 높다는데 일본의 장은 콩만으로는 잘 발효되지 않아서(기후, 토양 조건) 쌀과 보리를 1/3이나 섞는다고 한다.
일본이 된장, 김치 등 우리의 전통식품을 장악해 가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사대주의 정서에 우리의 맛이 밀려나면서 외화가 새나가고, 영양, 음식이 밀려나고, 문화가 사라진다는 말을 생각한다면 결코 ?
횬鎌構?볼일이 아니리라.
이제 우리는 다시 한번 반성해 보아야 하겠다.
우리의 식생활이 과연 올바르게 되어 있는지? 우리 조상들이 슬기롭게 이룩해놓은 음식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 과 함께 자주음식이라는 말도 새롭게 나와야 되는 시점은 아닌지 우리 곰곰히 생각해보자. 그리고 문화의 독립이 진정한 자주독립임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소중한 일 중의 하나임을 곱씹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