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아래 <표1>은 영동고속도로 평창 휴게소에서 파는 500ml 용기에 든 3가지 생수의 무기물질(미네랄) 함량을 조사한 표이다.
에비앙은 특이하게도 칼슘이 아주 많이 들어있고, 삼다수는 모든 성분들이 소량만 함유되어 있으며 평창수는 칼슘이 삼다수보다는 많으나 에비앙보다는 적게 들어 있다. 환경부에서 적용하는 <먹는 샘물 수질기준> 중에서 미네랄 성분 분석과 관련된 항목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 기준이 설정되어 있다.
'심미적 영향물질'로서 경도(Hardness)는 500mg/L 이하
'유해영향 무기물질'로서 불소는 기준이 2.0mg/L 이하
경도는 물속에 무기물질이 많이 있을 때에 영향을 받는 항목인데 원자가가 +2인 칼슘과 마그네슘 등이 경도 계산에서 사용된다. 위 <표1>에서 칼슘과 마그네슘의 상한치를 채택하여 경도를 계산해 보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에비앙:328mg/L 삼다수:25mg/L 평창수:61mg/L
일정 기준보다 더 많은 양의 이온이 녹아 있으면 ‘센물(경수)’이라고 하고, 기준보다 적은 양의 이온이 녹아 있으면 ‘단물(연수)’이라고 한다. 경도 측정치가 0∼75㎎mg/L 이면 단물, 75∼150mg/L 이면 비교적 약한 센물, 150∼300mg/L은 센물, 300mg/L 이상이면 아주 강한 센물로 구분된다. 그러므로 경도를 기준으로 보면 에비앙은 ‘아주 강한 센물’, 삼다수와 평창수는 ‘단물’이라고 볼 수 있다.
경도는 세탁기가 나오기 전에 비누를 사용하여 세탁을 하던 시절에 고안된 지표이다. 경도가 높으면 세탁시에 비누가 잘 풀리지 않아서 세탁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또한 경도가 높으면 물때가 많이 생겨서 보일러의 효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경도가 높은 물을 끓이면 커피 포트에 찌꺼기가 침전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음용수로 마시는 생수의 성분 분석에서 경도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칼슘은 물맛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는데, 물맛은 지극히 주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주변 몇 사람에게 세 가지 생수를 가지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 보았다. 평소에 에비앙을 먹지 않는 사람들의 에비앙에 대한 반응은 ‘강한 맛’, ‘무거운 맛’, ‘가미된 맛’ 등으로 표현하였는데, 이것은 아마도 에비앙에는 칼슘 성분이 많아서 나타난 결과로 생각된다.
에비앙에 칼슘 성분이 많은 것은 수원지대에 석회암이 많아서일 것이다. 지질자원연구원의 이병대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나라 물의 경우 수질을 좌우하는 지질 속 암석 대부분이 화강암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사실 경도가 좀 낮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는 연수가 어울리는데, 만약 경도가 높은 물을 접하던 유럽 사람들이 우리나라 물을 먹으면 싱겁다고 할 수도 있다. 지역적 차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불소를 기준으로 보면 에비앙과 평창수에서는 불소가 소량 녹아 있는데, 삼다수에서는 불소가 검출되지 않는다. 적당량의 불소를 섭취하면 충치를 예방하고 뼈를 강화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지나치게 섭취하게 되면 건강에 해롭다고 볼 수 있다. 일부 독자는 “삼다수는 불소가 검출되지 않으므로 깨끗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에비앙과 평창수는 “불소가 소량 함유되어 치아에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수의 불소 농도가 환경부에서 정한 기준치(2.0mg/L)를 넘지 않는다면 건강에 미칠 영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요즘에 가장 심각한 지구 차원의 환경문제는 지구온난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지구온난화는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져서 발생하는 현상인데, 이산화탄소는 연료를 태울 때에 많이 발생한다. 나무, 석탄, 석유, 휘발유, 천연가스 등 우리가 사용하는 연료를 태울 때에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하므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해결책은 연료를 적게 소비하는 일이다.
생각해 보자. 서울에서 프랑스의 파리까지는 비행거리가 9,400km이다. 에비앙 생수를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운반하려면 아마도 화물선을 이용하여 1만km 이상을 이동해야 할 것이다. 에비앙 판매 회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서 확인해 보니 생수를 배로 실어 오는데 약 1달 정도의 항해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처럼 먼 거리를 배로 이동하려면 연료를 소비해야 하고 따라서 지구온난화를 가중시킬 것이다.
식품의 운반 거리를 고려하는 새로운 환경 용어가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이다.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마일리지가 보너스 포인트를 의미하는 것과 달리, 푸드 마일리지는 음식의 이동 거리를 나타낸다. 푸드 마일리지의 수치가 크면 해당 식료품이 원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운송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의 식탁에서는 자기가 사는 지역의 식료품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수입해 온 식료품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식료품의 보관기술이 발달하고, 운송 수단이 발명되면서 먼 외국에서 생산된 식료품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겨울에 칠레산 포도를 먹을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러나 식료품의 이동 거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신선도는 떨어지고, 유통 비용은 증가하게 된다. 또한 운송 과정에서 선박이나 항공기, 그리고 차량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에 기여한다.
한 병의 생수를 고를 때에 지구온난화까지 생각하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요구일 지도 모른다. 에비앙이 국내산 생수에 견주어 가격이 비싼 것은 물의 성분이 특별히 좋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운반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생수의 운반비용은 내가 지불하지만 운반하면서 발생한 지구온난화의 피해는 나의 후손에게 더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수입 생수는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