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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텅 빈 목로에서 그를 기다리며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그를 기다리며

                                                           

                                                                    김상아

 

       내가 기다리는 그는

       벙거지 모자가 잘 어울리는 사람일 것이다.

       모직코트에 겨자 색 조끼를 받쳐 입었으며

       낡은 청바지에 갈색 부츠를 신었을 것이다

 

       산골 출신답게 되바라지지 않았으며

       책을 사랑하여 그윽한 눈빛을 지녔을 것이다

       잔잔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면

       바람도 잠시 멈추고 듣는 그런 사람일 것이다

 

       때론 로드 맥퀸의 완성도 높은 음악을

       심오한 표정으로 듣기도 하지만

       김정호의 “님”을 들으면 눈시울을 적실만큼

       아픈 사연도 있는 사람일 것이다

 

       기다렸다오

       우리 여기서는 처음이지만

       깊은 인연이야 별 몇 개가 사라질 만큼

       오랜 것이라오

 

       어디서 왔느냐

       어떻게 살았느냐 묻지 않겠지

 

       개울가를 뒤 덮은 하얀 들찔레

       모래톱의 벌거숭이 아이들

       동그랗게 닳은 조약돌

       뒤뜰의 감나무 단풍

       눈 내린 달밤의 부엉이 소리

       그리고

       그리고 음악

       그래, 이거면 됐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디로 갈 것인가도 묻지 않겠지

 

       오늘도 텅 빈 목로에서

       그에게 들려줄 음반을 고른다

       언젠가 내게 올

       그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