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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한글 타자기가 주는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실 주제전 <한글 타자기 전성시대> 연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낙중)은 개관 5돌과 한글 자판 표준안 제정 50돌을 맞이하여 2019년 7월 25일(목)부터 상설전시실 주제전 「한글 타자기 전성시대」를 연다. 이번 전시는 국립한글박물관이 두 번째로 마련하는 상설전시실 주제전으로, 한글의 글쓰기 도구로 타자기가 널리 활용된 1970~80년대를 소개한다. 전시실에서는 1970~80년대 한글 타자기 및 관련 자료와 함께 작가 한강(韓江, 1970~ )에게 영향을 준 작가 한승원(韓勝源, 1939~ , 한강의 아버지)의 타자기와 타자기로 작성한 소설 「누이와 늑대」 원고를 처음 공개한다. 이와 더불어 상설전시실의 「한글의 기계화」 마당을 새롭게 개편하여 관람객들에게 한글 타자기의 역사를 상세히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글, 손 글씨 시대에서 기계 글씨 시대로

 

오늘날 흔히 쓰는 컴퓨터 한글 표준 자판의 원형은 1969년 과학기술처에서 정한 「한글 기계화 표준 자판안」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한글 전용 법률안」(1948)을 제정한지 20여 년이 지났으나, 공문서 등에서 여전히 한자와 한글이 혼용되었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타자기를 개발ㆍ보급하여 한글 전용을 가속화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한글 타자기는 제품별로 자판이 달랐기 때문에, 타자기 보급, 확산을 위해서 자판을 통일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과학기술처에서는 당시 통용되던 3벌식ㆍ5벌식 타자기의 장점을 절충하여 4벌식으로 타자기 자판을 표준화하고, 이러한 내용을 담아 1969년 「한글 기계화 표준 자판안」을 제정하여 한글 타자기의 확산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연필, 펜 등으로 적던 한글은 타자기를 만나면서 기계로 입ㆍ출력되기 시작하였으며 표준 자판의 보급 이후 타자기는 한글 글쓰기 도구로 널리 쓰였다. 타자기로 시작된 새로운 글자 쓰기 방식은 오늘날 컴퓨터와 슬기전화(스마트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피드 시대의 필수품 한글 타자기

 

자판 표준화 이후 정부에서는 한글타자경기대회를 열고 공문서를 타자기로 작성하게 하는 등 타자기 사용을 적극 권장하였다. 타자기가 확산되면서 타자수는 인기 직종으로 떠올랐다. 1973년에는 전국 타자수가 7만여 명, 학원이 서울 시내에 51곳에 이르렀으며 타자 기능 검정 시험에 2만 5천여 명이 몰렸다.

 

 

 

한글 타자 배우기 열풍 속에서 1978년 무렵 국산 표준 타자기가 개발되면서 타자기는 더욱더 확산되었다. 한편, 4벌식 표준 타자기를 주로 사용한 공공기관과는 달리, 민간에서는 3벌식 타자기 등 다른 타자기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 전시에서는 1970~80년대를 대표하는 타자기들과 함께, 타자기로 작성된 공문서ㆍ타자기 교재 등이 전시되고 타자기 열풍을 담아낸 뉴스와 신문기사 등도 소개되어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를 제공한다.

 

작가 한강에게 운명의 울림이 된 한글 타자기 최초 공개

 

「한글 타자기 전성시대」에서는 타자기로 원고를 작성한 1세대 작가, 한승원의 타자기와 타자기 원고도 만나볼 수 있다. 한승원은 1970년대 초부터 타자기로 글을 쓰기 시작하여 소설 「누이와 늑대」를 비롯한 여러 문학 작품을 남길 수 있었다. 전시실에서는 한승원이 1972년부터 10여 년 동안 쓴 공병우 3벌식 문장용 타자기가 소개된다. 이 타자기는 개발자 공병우(公炳禹, 1906~1995)가 작가 정을병(鄭乙炳, 1934~2009)의 제안으로 만들었으며 겹받침 ‘ㄶ, ㄳ, ㅄ’ 과 「 」 〈 〉 같은 인용 부호, 가운뎃점(·) 같은 기호들이 있어 문장을 쓰기에 편리하다.

 

 

상설전시실 「한글의 기계화」 마당 개선

 

한편 상설전시실 2부의 「한글의 기계화」 마당을 개선하여 관람객들이 좀 더 쉽게 한글 타자기의 역사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새롭게 선보이는 「한글의 기계화」 마당에서는 한글 타자기의 역사를 시대별로 제시하고 주요 타자기를 배치하였다. 또한 타자기별로 출력한 단어와 문장을 함께 제시하여 타자기마다 다른 자판 글쇠의 분류 체계와 글자 모양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였다. 한글 타자기의 상세 설명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면, 여러 개발자들의 고민과 노력이 모여 오늘날 사용되는 한글 2벌식 표준 자판이 만들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40~50대 이상의 어른들은 타자기를 통해 옛 추억을 떠올리고 향수를 느낄 수 있으며, 10~30대까지의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