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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연암 박지원, 박제가에게 돈을 꾸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20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내 나이 18~19살 때 미중(美仲, 박지원) 선생이 문장이 뛰어나 명성이 자자하다는 말을 듣고, 마침내 백탑 북쪽에 있는 집을 찾아 갔다. 선생은 내가 왔다는 말에 옷도 채 걸치지 않고 반갑게 맞아주시며, 오랜 벗처럼 내 손을 잡으셨다. 지은 글을 모두 꺼내더니 읽어보라고 하시고, 손수 쌀을 씻어 밥을 하셨다. 흰 주발에 가득 담아 옥소반에 내오고, 술잔을 들어 나를 위해 건배하셨다.”

 

 

이렇게 약관(弱冠, 남자 나이 20살을 일컬음)도 안 된 나이의 박제가와 당시 32살 이었던 연암 박지원의 첫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연암은 어린 박제가의 학문을 높이 산 것입니다. 이렇게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은 그들은 서로 짧은 편지를 주고받습니다. 연암은 “(앞줄임) 내 급히 절하네. 많으면 많을수록 좋소. 또 호리병까지 보내니 가득 채워 보냄이 어떠한가?”라고 박제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돈 좀 꿔달라는 얘기를 이렇게 빙빙 돌려서 얘기한 것입니다. 돈 꿔달라고 하면서 술병까지 보내는 장면은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그러자 박제가는 “열흘 장맛비에 밥 싸들고 찾아가는 벗이 되지 못해 부끄럽습니다. 200닢의 공방(孔方, 엽전)은 편지 들고 온 하인 편에 보냅니다.”

 

술도 보냈을까요? “술병에는 까마귀만 따라갑니다. 세상에 양주의 학은 없는 법이 아닌가요?” 깜깜한 술병 곧 빈병을 보낸다고 돌려서 말하고 있습니다. 또 ‘양주(楊州)의 학(鶴)’이라는 중국 고사를 들어 좋은 것을 한꺼번에 누리려는 욕심을 버리라며, 살짝 타박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끈끈한 우정 그리고 가난 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여유와 해학이 짙게 묻어나는 교감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269년 전(1750년) 오늘(11월 5일)은 그 박제가가 태어난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