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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원식물 이야기

주나라 재상 소공이 선정을 베푼 팥배나무

[한국의 자원식물 이야기 10]

[우리문화신문=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팥배나무[학명: Sorbus alnifolia (Siebold & Zucc.) K.Koch)는 장미과의 잎지는 넓은잎 큰키나무이다. 열매는 붉은 팥을 닮았고, 꽃은 하얗게 피는 모습이 배나무 꽃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으로는 배나무와 깊은 관련이 있는 나무처럼 보이지만, 팥배나무와 배나무는 속(屬)이 다른 나무다.

 

수유과(水楡果), 감당(甘棠), 당이(棠梨), 두이(豆梨), 물앵두나무, 벌배나무, 산매자나무, 운향나무, 물방치나무, 멀배나무, Sorbus alnifolia이고, 영어 이름은 Korean-Mauntain-Ash이다. 관상용, 약용, 식용, 가구재, 숯, 나무껍질은 염료용이다. 겨우내 달려있는 열매로 인하여 생태공원의 조류 유인식물로 좋고, 꿀샘이 깊어 밀원(벌이 꿀을 빨아 오는 근원)식물로도 이용된다. 꽃말은 ‘매혹’이다.

 

 

 

중국의 《사기》 연세가(燕世家)에 보면 '감당지애(甘棠之愛)’란 옛말이 있다. 주나라 초기의 재상 소공(召公)이 임금의 명으로 산시(陜西)를 다스릴 때, 선정을 베풀어 백성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고 한다. 귀족에서부터 일반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적절하게 일을 맡김으로써 먹고 살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했다. 그는 지방을 순시할 때마다 감당나무 아래에서 송사를 판결하거나 정사를 처리하며 앉아서 쉬기도 했다. 그래서 소공이 죽자 백성들은 그의 치적을 사모하여 감당나무를 귀중하게 돌보았으며 ‘감당(甘棠)’이란 시를 지어 그의 공덕을 노래했는데, 《시경》에 실려 있다.

 

“우거진 감당나무 자르지도 베지도 마소 / 소백님이 멈추셨던 곳이니 / 우거진 감당나무 자르지도 꺾지도 마소 / 소백님이 쉬셨던 곳이니 / 우거진 감당나무 자르지도 휘지도 마소 / 소백님이 머무셨던 곳이니”

 

이후 감당은 목민관(牧民官)의 소명의식을 비유할 때 수없이 인용되었다. 그렇다면 감당(甘棠)은 실제 무슨 나무였던 것일까? 2천 년 전, 그것도 남의 나라 시가집에 나오는 감당이 오늘날 무슨 나무인지를 알아내는 일은 간단치 않다. 그런데 팥배나무의 한자 이름이 감당이다.

 

 

 

 

우리나라 전국의 산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으며 높이는 15∼20m 정도로 자란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타원형의 잎은 가장자리가 불규칙한 이중톱니를 가지고 있고, 10~13쌍의 약간 돌출된 잎맥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잎맥의 간격이 거의 일정하여 일본 사람들은 ‘저울눈나무’라는 별명을 붙였다. 잎자루 길이는 1~2cm이고, 털이 있으나 점차 없어진다. 일년생가지에 껍질눈이 뚜렷하고 나무껍질은 회갈색이다.

 

꽃은 5월에 흰색으로 깔때기 모양의 꽃차례가 2중, 3중으로 이어져 손톱 크기만 한 하얀 꽃이 무리지어 핀다.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5개씩이고 수술은 20개 안팎이며, 암술대는 2개로 갈라진다.

 

 

숲속 여름날의 팥배나무는 별다른 특징이 없이 평범한 나무일 뿐이다. 그러나 가을날 서리를 맞아 잎이 진 나뭇가지에 팥알보다 약간 큰 붉은 열매가 매달리면 등산객들은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된다. 코발트색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긴 열매자루에 팥배 열매가 수백 수천 개씩 열려 있는 모습은 흔한 표현으로 가히 환상적이다. 열매는 타원형이며 반점이 뚜렷하고 9∼10월에 팥알만 한데 앵두나 찔레 열매처럼 생겼고, 홍색으로 익는다. 열매가 작아도 배나 사과처럼 과육을 가진 나무다. 산새들의 좋은 먹이가 된다.

 

열매는 빈혈, 허약체질, 고열, 기침 가래에 효능이 있다. 과실주를 담그거나 위장병에 좋다고 하여 달여 먹기도 한다. 어린잎을 삶아서 우려내어 무쳐 먹거나 말렸다가 차를 끓여 먹는다.

 

[참고문헌: 《원색한국식물도감 (이영노, 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 (김태정, 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 나무의 세계 1 (박상진,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