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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청중을 울리고 웃긴, 고향임의 완창 무대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62]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경기, 충청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판소리 중고제(中古制)와 이를 지켜 온 심정순(沈正淳)가문의 이야기를 하였다. 심정순은 1873년, 충남 서산에서 심팔록의 차남으로 태어났으며, 비교적 늦은 나이에 악인(樂人)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이해조의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등이 그의 구술로 신문에 연재되면서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그는 서울 구파극의 중심이었던 서울 장안사 극장에서 활동했으며, 이 무렵 예단(藝壇) 일백인(一百人) 편에는 심정순에 관하여“그는 여러 광대 중에도 가장 품행이 단정하고 순실해서 집안이나 밖에서 열심 근면하고, 한 개의 흠절을 잡을 곳이 없다.”라는 내용이 실렸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대전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동초제 춘향가의 예능보유자, 고향임(高香任) 여류명창이 장장 8시간 30분 동안, 판소리 <춘향가>를 완창하면서 청중을 울리고 웃긴 이야기를 소개하기로 한다.

 

지난해 12월, 10일이었다.

 

국악의 중심, 서울 서초구에 있는 국립국악원 우면당 무대에서는 고향임 명창의 완창 소리판이 열렸다. 전국에서 모여든 유명, 무명의 소리꾼들과 그녀의 소리를 좋아하는 애호가들, 그리고 각 분야의 친지들과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 명창은 동초제 춘향가 전체를 8시간 30분 동안 불러 화제가 되었다. 아마도 지난해 문화예술계 최대 화제 중의 하나가 고향임의 <춘향가> 완창무대가 아니었을까 한다.

 

 

그녀의 완창발표회는 지난해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1998년도에 동초제 <흥보가>를 완창한 경력이 있다. 그다음 해인 2009년에는 8시간이 넘게 소요되는 <춘향가>를 불러 주위를 놀라게 하였으며 그 후에도 그녀의 완창 무대는 이어져서 <수궁가>와 <심청가>를 완창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완창 시리즈를 통해 고향임은 판소리계에 새로운 명창으로 그 이름을 분명하게 새겨 놓은 것이다.

 

여기서 잠시 완창(完唱)발표회란 무엇이고, 언제,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가 하는 이야기부터 소개해 보도록 한다.

 

판소리 한바탕을 전부 부르려면 짧게는 2~3시간, 길게는 6~8시간이 소요된다. 완창이란 창자 혼자서 판소리의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부르는 형태의 발표회를 말한다. 끝까지 부른다 하더라도 여러 명이 이어 부르는 형태는 연창(連唱)이다. 그러므로 완창과 연창은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으나, 혼자 부르느냐?, 아니면 여러 명이 한 토막씩 나누어 부르느냐 하는 차이점은 있다.

 

 

하여간 완창이란 것이 말은 쉽지만, 실제로 그 무대를 준비한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과정이 아니다. 평소 충분히 준비하고 공부해 온 소리꾼들이어야 가능한 무대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사설의 정확한 암기는 기본이다. 완창의 무대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이해하기 위해 이러한 예를 떠 올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먼저, 가까운 친구와 8시간을 쉬지 않고 목소리를 높여 대화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또는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에게 8시간 이상 계속해서 강의한다고 생각해 보라. 또는 종교지도자가 되어 일반 대중을 상대로 8시간 이상 설교를 한다고 생각해 보라.

 

긴 시간을 쉬지 않고 말한다는 자체도 힘든 일이거니와, 내용을 정확하게 암기하는 문제도 매우 어려울 것이다. 판소리의 완창은 정해진 사설 내용대로 고저(高低)의 선율을 넣고, 장단이란 틀에 맞추어 노래해야 하므로 과거 소리판에서 완창이란 형태의 발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전의 판소리 발표나 공연은 재미있는 대목이거나 대중이 좋아하는 어느 한 대목을 떼어다가 토막소리로 불렀을 뿐, 완창의 기록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불가능을 가능한 영역으로 시도한 명창이 있다. 바로 1968년에 흥보가를 시도한 고 박동진 명창이다.

 

 

지금으로부터 52년 전, 국립국악원의 민속악사로 활동하고 있던 박동진 명창은 한일섭의 북 장단에 맞추어 5시간 동안 판소리《흥보가》를 부르는 데 성공했다. 당시 UN군 사령부의 방송이었던 VUNC가 이를 널리 알려 대단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글쓴이도 당시 이 발표회를 지켜보며 “한 사람의 창자가 그 힘든 소리를 어떻게 5시간 이상을 소리 할 수 있는가?” 그저 놀랬던 기억만 남아 있을 뿐이다.

 

완창 발표회라는 것을 국내에 정착시킨 박동진 명창은 그다음 해부터 현전 5바탕과 그 외에 잊힌 판소리와 창작판소리에도 도전하기 시작하여 판소리 발표회는 완창이어야 된다는 등식을 만들 정도였다. 아마도 남녀노소 구분 없이, 오늘날 소리꾼이라면 완창의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지금도 완창무대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2월, 대전광역시의 고향임 명창은 국립국악원 무대에서 판소리 <춘향가>를 발표하였다. 때로는 그녀의 슬픈 소리가 관중을 울리기도 하였지만, 때로는 재미있는 연기가 청중을 웃음으로 몰아가기도 하면서 8시간 30분 동안 객석과 함께 한 것이다.

 

청중을 쥐락펴락하며 춘향가를 부른 고향임 명창!,

그녀는 어떤 소리꾼인가?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