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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 차별, 고교무상교육부터 마스크까지

[맛 있는 일본이야기 542]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3월 11일, 디지털 아사히신문은 ‘사이타마시에서는 (재일)조선학교 유치원을 마스크 배포 대상학교 외로 결정했다’라는 보도를 했다. 이날 기사의 핵심은 “9일부터 사이타마 관내의 공립, 민간시설의 직원용 마스크 약 9만 3천 장을 나눠주기 시작했는데 조선학교는 예외로 했다.”라는 게 골자였다. 이러한 언론 보도를 듣고 조선학교 유치부 박양자 원장(61살)은 즉각 사이타마시에 문의 결과 이른바 조선학교는 ’각종학교(정식학교가 아닌)’에 속하기 때문에 마스크 배포대상에서 제외했다는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사이타마시의 조선학교 유치부는 유아 41명 가운데 37명이 유치원에 나오고 있으며 통원버스 운전사 등 직원은 모두 7명이다. ‘조선학교 마스크 배포 대상 제외’라는 소식을 보도한 아사히신문은 즉각 사이타마시에 문의했다. 그 이유를 시당국에서는 ‘마스크를 부적절하게 사용할 경우 지도할 수 없다.’라는 궤변으로 답했다고 한다. 이 말인즉 배포된 마스크를 전매할 수 있다는 속뜻임을 알고 나라 안팎에서 재일조선인들의 존엄을 훼손하는 도발적 망발이라는 거센 항의가 있었고 마지못해 사이타마시는 조선학교에도 마스크를 나눠주겠다는 말로 이번 사태를 잠재웠다.

 

 

이러한 사이타마시의 방침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마스크뿐만 아니라 일본은 재일조선인의 교육, 주거, 인권 등 숱한 분야에서 차별을 일삼아오고 있으며 특히 2010년부터 일본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고교무상화정책’에서도 조선학교만 쏙 빼고 시행하고 있는 등 그 작태를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지경이다.

 

일본정부의 ‘조선인학교 배제 고교무상화정책’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재일동포뿐만이 아니라 양심있는 일본인들도 가세하고 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제국의 패망은 재일조선인들에게는 민족의 긍지를 되찾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계기였습니다. 일본 각지에서 조선인들은 아이들에게 조선말과 모국의 역사, 전통, 풍습, 예절을 가르치기 위해 조선학교를 세웠지요. 한때 일본 내에 조선학교는 500여 곳이 있었는데 이는 조선인들의 돈과 땀으로 일궈낸 것이었으나 일본정부는 강제로 학교를 폐쇄하고 탄압을 가해 왔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일에 대해 우리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지금도 계속되는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과 탄압에 대해 우리 고려박물관은 당당히 맞서 재일조선인의 권익을 위해 싸워나갈 것입니다. 재일조선인의 풍부한 민족교육을 지키는 것은 일본인의 중요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하라다 교코 씨(原田京子, 일본 고려박물관 전 이사장)의 말이다. 이들은 2015년 10월 6일, 건국대학교에서 '재일조선인의 민족교육' 실상 세미나를 열고 일본 내의 조선인 교육에 관한 차별 전시회도 열었다. 일본 정부의 조선인 교육 차별 실상을 양심있는 일본인들이 한국으로 건너와 알리는 뜻깊은 세미나였다.

 

 

일제침략의 역사에 대한 반성을 거듭해도 모자랄 판에 특히 재일조선인에 대한 교육적인 차별은 좌시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세계적인 전염병 창궐을 당해서 학교에 배포해야 할 마스크조차 해괴한 변명을 들어 ‘조선인학교 마스크 배포 제외’라는 행동을 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고 본다. 인도주의적인 견지에서라도 일본은 자국민에게 나눠주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재일조선학교’를 챙겨주었다면 긴급한 상황에서 얼마나 훈훈한 미담이 되었을까 싶다.

 

이번 사이타마시의 재일조선인 유치원 마스크 배포 제외라는 방침을 놓고 나라 안팎의 여론이 따가워지자 겨우 ‘이곳에도 마스크를 주기로 했다’라고 했다니 또다시 쓴웃음이 나온다. 일본이여! 제발 이런 치사한 행동을 거두어라. 그리고 재일한국인을 차별하지 말아다오. 이러한 주장은 일본인들이 나서서 따끔하게 정부를 혼내주어야 더욱 힘을 발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