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여러 날이 지난 뒤에야
그 아이의 말버릇은 나와 사뭇 달랐다
조곤조곤 풀어내는 게 내 말 맵시라면
퉁명스레 툭 던지거나
어깃장이 그 아이 말투였다
첫인사를 나누던 날도 그랬다
겉은 심드렁했지만
끌림이 흐르고 있음을
그 아이는 마음으로 이미 읽고 있었다
우리 혼례 때도 그랬다
아빠에게 안 가고 엄마에게 붙은 건
온이 엄마가 좋아서만은 아님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내 전화기를 몰래 가져가
“예쁜 딸 공주님”이라 저장한 속을
왜 들여다보지 못했을까
내게 “아빠”라 불러 볼 겨를도 없이
조잘조잘 손잡고 걷자 벼르기만 하다가
서둘러 제 별로 돌아갈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손으로 만질 수는 없어도
마음으로 만질 수 있음을
내가 낳아야만 피붙이가 아님을
짧은 만남도 긴 사랑으로 남을 수 있음을
그 아이에게서 배우게 되었다
여러 날이 지난 뒤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