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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어느 날 걸망을 메고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12]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어느 날 걸망을 메고

 

                                     - 이 승 룡

 

       가끔은 일상의 껍데기 벗어놓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볼 일이다

 

       흙 내음 들꽃 향기 물소리 들으며

       마냥 짙푸른 숲길 걸어볼 일이다

 

       부질없는 세상사 눈물 쏟아질 때면

       그저 고요한 산사 한번 찾아볼 일이다

 

       담쟁이 어우러진 물푸레나무 아래서

       향 짙은 솔잎차 한잔 마셔도 좋고

       잠시라도 바람과 얘기 나눠도 좋다

 

       새소리 물소리 풀벌레 소리

       서로 어우러져 하나인 이들에게

       그리 살아가는 법을 배워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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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룡 시인은 “가끔은 일상의 껍데기 벗어놓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볼 일이다.”라고 말한다. 그것도 걸망을 메고 말이다.

 

한국일보 2010년 11월 9일 치에는 서산 부석사 주지 주경 스님의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걸망을 멘 스님은 길을 떠난 스님들의 상징적인 모습이다. 누구든 때가 되어 떠나게 되면 걸망 하나로 짐을 정리한다. (가운데 줄임) 나누어줄 만한 것은 나누어 주고 버릴 것은 버린다. 얼마간이건 살다가 떠날 때, 걸망 하나 가볍게 매고 떠나는 모습이 가장 승려답고 아름답다.”

 

그런데 주경 스님의 말씀이 꼭 스님들에게만 맞는 얘기일까? 이승룡 시인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 속인들도 어느 날 걸망을 메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야만 할 것 같다. 아니 걸망조차도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시인의 노래처럼 향 짙은 솔잎차 한잔 마시거나 잠시라도 바람과 얘기 나누면 어떨까?

 

여기서 걸망에 관한 한 가지 재미난 얘기 하나. 어떤 스님 둘이 가진 걸망을 서로 바꾸기로 했단다. 그 속에 무슨 값 비싼 물건이나 남이 봐서 민망한 것이 들어 있다면 어쩔 것인가? 하지만 두 스님은 아무 거리낌 없이 걸망을 바꿔버렸다. 그리곤 걸망 속에 든 물건을 하나하나 꺼내 보며, 함께 있던 사람들 모두가 박장대소했다나. 정말 깃털처럼 가볍게 인생을 사는 그런 두 스님이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이승룡 (시인)

 

 제주출생

 *서울문학 (시) 신인상

 시집 / 어느 날 걸망을 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