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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기도와 기억이 함께 쌓인 집, 충현교회에 관한 기록

양윤선 사진전 <그 집, 충현> 7월 21일부터 류가헌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충현교회’. 기독교를 잘 모르는 사람도, 잘 알려진 몇 개의 수식어와 함께 이 교회의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강남의 오래된 교회’, ‘80년대 대표적인 교회 건축물’, ‘신도 수 많은 대형교회’, ‘중세 유럽 가톨릭 같은 신고딕 양식’’ 등 교회의 위치와 규모부터 건축 양식에 관한 것까지.

 

 

 

하지만 독일의 대학에서 사진미디어를 전공하고 현재도 독일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진가 양윤선에게 충현교회는 어린 시절 주말마다 찾아가던 ‘성과 요새처럼 보이는’ 멋진 마을 회관이었다. 경사로 옆 난간에서 미끄럼을 타던 놀이터였다. 부잣집과 가난한 집, 주인집과 세 든 집이 서로 이웃하며 살던 시절, 80년대 새로 조성된 신도시 역삼동에서 충현교회가 신앙공동체로서 향토적인 사회관계망 역할을 했다는 것은 나중에 깨달았다. 교회를 떠나고 한국을 떠나 나라 밖에 있으면서 고향을 그리거나 유년을 추억하면 그 배경에 늘 그 교회가 있었다.

 

2019년 아홉 살짜리 아들과 함께 한국에 들어와 ‘아빠 어릴 적에’ 살았던 동네를 보여주려고 역삼동을 찾았을 때, 살았던 집들이며 골목과 동네 공터 등 모든 것이 사라진 속에 오직 교회만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교회 예배당은 세월의 변화를 견뎌내고 그 단단한 표정을 잃지 않고 있었다. 아들과 함께 그 집 큰 마당으로 들어갔을 때 아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내가 어린 시절 놀던 경사로 옆 난간에서 30년 전 나와 똑같이 미끄럼을 탔다. 그때부터 내 안에서 지금의 나를 키운 공간인 이 집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독일과 서울을 오가며 충현교회를 찍기 시작한 것이그때부터다. 작가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십여 년의 독일 생활에서 얻어진 눈, 몇백 년 된 유럽 교회들을 동네에서 거닐며 봐온 눈, 역사의 풍화를 견뎌내고 있는 건물들을 보는 눈으로 30년 세월을 쌓아온 그 집 충현과 그 집에 있는 물건들을 보았다.’

 

비록 오늘날 세간의 평가가 인색한 집이지만 수많은 사람의 경험이 축적된 장소이다. 충현교회를 바라보고 기록하는 일은 그 집이 가진 80년대 한국 문화유적의 가치를 탐색하는 일이었다. 이제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낡아가는 내부 공간이 점점 옛 흔적들을 잃어간다. 더 잃어버리기 전에 아직 남아있는 옛 모습들과 지금의 모습들을 기록해서 한국 기독교의 유적이자 한국 현대사의 유산을 ‘가까운 과거에 무심한’ 한국 사회에 남기고 싶었다. 세월의 풍파를 온몸으로 견디어 온 <그 집, 충현>을.

 

양윤선 사진전 <그 집, 충현>은 7월 21일부터 류가헌 전시2관에서 열린다. 전시에 관한 문의는 류가헌 전화(02-720-2010)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