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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도 만구대탁굿의 역사

만구대탁굿, 천신강림 신앙을 기본적 골격으로 유지
[양종승의 북한굿 이야기 9]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역사적 유래

 

김대문의 《화랑세기(花郞世記)》에는 1세기 초 신라 제2대 남해왕(?~24)을 거서간(居西干) 또는 차차웅(次次雄)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전한다. 여기서 말하는 ‘웅’은 단군 역사에 나오는 환웅에서의 ‘웅’과 같은 의미로 임금이나 우두머리를 뜻하는데 사투리로는 무당을 일컫는다.

 

3세기에 편찬된 《삼국지(三國志)》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에 기록된 제천의례나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나오는 단군, 주몽, 혁거세 등의 시조 신화 구조는 천신 강림으로 인한 산신신앙, 인간 승화로 인한 곡식신앙, 신인융합으로 인한 창조신앙으로 되어있다.

 

 

요약하면, 인간이 신과 교류를 통해 삶에 관한 제반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서 오늘날 무속신앙에서 취하고 있는 그것과 동일하다. 단군, 주몽, 혁거세 기록에서 보여주는 핵심적 내용은 하늘로부터 강림한 천신(天神)과 땅 위에 군림하는 지신(地神)과의 융합을 통해 인간이 태어나고, 그에 따른 인류 문화가 창조되어 삶의 질서가 유지된다. 이와 같이 고대인들 생활 속에 자리 잡았던 천신신앙(天神信仰)은 삶 속의 일상적인 의례와도 직결되었는데, 그 골자는 강림한 천신을 맞이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전승되고 있는 만구대탁굿은 천신 강림 신앙을 기본적 골격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그 신앙적 맥락은 고대사회로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고대신앙 형태에서 보여주고 있는 부여(夫餘)의 예를 보면, 은(殷) 정월에 천신을 맞이하는 제천의식을 베풀었던 영고(迎鼓)다. 집단적 대동단결로 신명풀이를 하면서 영적 존재와 교감하여 신의 은덕으로 삶의 윤택함을 추구하고자 하였던 의례인 것이다.

 

이와 같은 고대사회의 천신신앙 골격은 불교 문화를 배경으로 지탱되었던 고려 시대로 계승돼 기복적이거나 호국적 신앙형태로 펼쳐진 팔관회(八關會)나 연등회(燃燈會)로 이어졌다. 조선 시대에서는 국무당이 산천제, 기우제, 서낭제 등을 행하였는데 이들도 모두 천신강림신앙을 기본으로 하는 국가의례였다.

 

조선 시대의 궁중 나례(儺禮)에 광대와 무녀를 동원하여 의례를 베풀었던 것도 결국은 고대사회로부터 이어져 온 천신강림 신앙의 형태를 계승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신앙체계는 또 한편으로 유교에 의한 음사로 폄하됐다. 그리고 개화기와 일제강점기에서는 서구로부터 유입된 외래 신앙과 신도(神道) 전파로 부정시 되면서 크게 위축되었다. 그러나 고대사회로부터 이어져 온 유구한 한민족 고유의 천신강림 신앙의 모태는 오늘날까지 무속신앙 체계로 이어지고 있다.

 

‘만구대탁(萬口大擇)굿’은 옹진, 해주, 재령, 신천, 연백, 안악 등 황해도 일대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굿으로써 만물이 생성하는 봄이나 햇곡식을 거두는 가을에 행해지며, 짧게는 3일, 보통은 7일, 길게는 보름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만구대탁굿을 주관하는 만신은 오랜 경륜을 쌓아 많은 제자를 거느리면서 주위로부터 큰 만신이라는 평을 듣기 때문에 금상(今上)으로 등극하였음을 의미하는 꽃가마를 타고 국태민안, 시화연풍, 태평성대를 축원하는 나랏 공수를 내리는 경관만신으로 호칭된다.

 

 

만구대탁굿의 목적은 만 가지 소찬(素饌, 고기나 생선이 들지 아니한 반찬) 및 육찬(肉饌, 고기붙이로 만든 반찬) 제물과 신주를 빚어 만신령(萬神靈) 전에 올린 후 음복하여 신인 화합을 도모하는 악가무극적 의례로 영적 힘을 확인하고 신의 은덕에 감사하면서 윤택한 삶을 추구한다. 그러면서 만 단골, 만 기자, 만 자손, 만백성의 만 가지 구설수와 만 가지 액을 막고 만수무강을 기원한다.

 

 

만구대탁굿의 소굿과 육굿

 

만구대탁굿 진행은 여타의 황해도굿과 마찬가지로 소굿과 육굿으로 이원화된다. 전반부에 치러지는 소굿은 소찬 제물로 분류되는 떡류, 지짐류, 나물류, 과일류, 건과류, 견과류, 과자류, 주류, 곡류, 음료류, 생선류 등을 진설하여 신령을 대접하는 굿이다. 그 내용은 안반고사를 시작으로 신청울림, 일월맞이, 물베띄우기, 상산맞이, 부군맞이, 세경돌이, 솔문들음, 해달별맞이, 장발개돌기, 만기내림, 초감흥굿, 수비물림, 영정물림, 칠성굿, 꽃타기, 제석굿, 소놀이굿, 소대감굿 등이 있다.

 

 

이에 견주어, 후반부에 치러지는 육굿은 소찬 제물 위에 육찬의 소, 돼지, 닭 삼육류을 덧 올려 행한다. 굿거리로는 사냥굿, 생타살굿, 군웅굿, 토인성수굿, 부인마마굿, 익은타살굿, 성주굿, 지정닦기, 잔내림, 대감굿, 걸립개비대감굿, 서낭굿, 도산말명굿, 방아놀이, 소지올리기, 신장굿, 먼산장군굿, 성수굿, 사또놀이, 장군굿, 광대굿, 조상굿, 터주상영굿, 마당굿, 뒷전 그리고 삼일 정성 등이다.